뮤지엄 만화규장각 “만화 보러 오세요!”
뮤지엄 만화규장각 “만화 보러 오세요!”
  • 최정길 인턴기자
  • 승인 2009.10.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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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100년사 볼 수 있는, 만화처럼 재밌고 만화가 현실이 되는 놀이터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유년기를 둘리와 함께 보냈다. 둘리가 엄마와 떨어지기 않으려고 줄로 발목을 묶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만화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의 사람을 받았다. 아버지는 신문 속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누나는 순정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즐겨 보았고, 학창시절의 나는 ‘슬램덩크’를 수십 번도 넘게 보면서 강백호의 대사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외우고 다녔다.

만화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순정만화 속 주인공처럼 애틋한 로맨스를 꿈꾸게 하고, 만화 속 영웅이 되어 악당들을 무찌르는 상상을 하게끔 만드는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탈출구였다. 이제 갓 다섯 살 된 조카도 TV에서 만화영화가 나오면 울음을 그칠 정도로, 만화는 세월이 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만화의, 만화에 의한, 만화를 위한 박물관, ‘뮤지엄 만화규장각’은 경기도 부천시 상동 영상문화단지에 위치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안에 자리잡고 있다. 어린 시절 신나고 재미있는 그림들로 나를 설레게 했던 만화 속 세상이 바로 만화규장각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만화 속 세상을 탐험해보자!

▲4층 체험형 전시실의 '만화가가 잠든 사이'

뮤지엄 만화규장각은 만화의 역사적 가치를 증대시키고 만화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만화 전문박물관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개관에 맞춰 부천만화지원센터 내에 있던 한국만화박물관을 지금의 장소로 이전해 ‘뮤지엄 만화규장각’으로 새롭게 개관했다.

▲한국만화의 시작을 알린 이도영 화백의 작품
만화규장각이 위치해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국비 포함 총 637억 원을 들여 영상문화단지 내 약 26,000m2에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 2채(약 23,700m2)로 지난 8월 건립됐고,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만화 관련 기관 건물이다.

지난 9월 23~27일 5일 동안 국내 유일의 만화 축제인 ‘제12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바로 이곳에서 진행됐다. 만화계의 숙원 사업이자 한국 만화의 새로운 전진기지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개관과 한국 만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이번 축제는 다양한 화제를 낳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뮤지엄 만화규장각’은 전시실, 체험형 전시실, 도서관과 컨퍼런스룸, 기획전시실, 상설 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3층 전시실과 4층 체험형 전시실은 정해진 동선을 통해 관람하도록 연출돼 있는데,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음향효과와 만화적인 아이디어를 연출함으로써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 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60~70년대의 만홧가게의 모습
3층 전시실은 실물자료를 통해 우리 만화의 탄생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의 만화, 60~70년대 생활고에 시달리던 대중의 마음을 위로해주던 만화에서부터 현재 유행 중인 만화들까지 우리 만화 100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한국 만화 100년을 날다’라는 주제로 근대적 만화의 시작(일제강점기)과 다양한 장르의 형서(한국전쟁 전후), 암울한 시대의 위안(70년대)을 거쳐 한국 만화의 르네상스(80년대), 새로운 만화의 시대(90년대), 디지털 만화의 등장(2000년 이후) 등 한국 만화 100년사를 시대별로 정리해놓은 것.

또 유명 만화가들이 기증한 약 200개의 펜을 전시하고, 만화가가 생각하는 만화에 대한 정의를 타이포그라피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만화가들이 느끼는 희노애락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이밖에도 전쟁 당시 폐허가 된 거리를 연출하면서 전쟁 당시의 딱지, 삐라만화 등을 소개했고, 60년대 만홧가게와 구멍가게, 70년대 버스정류장 가판대, 동네 골목길 등을 그대로 재현해 그 시대의 만화와 시대상을 표현하며 옛 추억을 되새기는 동시에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만화책과 잡지들의 대형 모형
4층 체험형 전시실은 관람객 스스로 만화가가 되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했고, 만화가가 생각하는 만화를 느끼며 직접 만화 속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서 만화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스토리라인을 이용한 ‘만화가가 잠든 사이’ 코너는 ‘원고 독촉에 시달리는 만화가’라는 상황을 설정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만화가의 생각, 고민 등을 느낄 수 있도록 대형 튜브 공간을 통해 재밌게 연출했다.

약 70석 규모의 4D상영관은 좌석의 진동과 에어젯, 워터젯을 이용한 여러가지 효과를 통해 보는 만화에서 나아가 오감을 통해 느끼면서 직접 체험하는 만화를 선보인다. 또 만화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다큐 영상실인 ‘만화가 이야기’와 유명 만화 캐릭터를 별자리로 표현한 ‘캐릭터 플라네타리움’, 인터랙티브 영상을 통해 ‘공포의 외인구단’과 야구경기를 할 수 있는 ‘외인구단과 한판 승부’ 등의 코너들은 관람객들을 만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1층 상설전시실에서는 만화가 담아낼 수 있는 ‘끝없이 많은 이야기들[萬話]’을  보여주자는 의미로 기획된 ‘만화, 만화(漫畵, 萬話)’전이 전시되고 있고,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30년간 만화계의 대표로서 한국 만화를 든든히 지켜온 이희재 작가의 ‘이희재 특별전’과 에로틱한 만화들로 성인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밀로 마나라(Milo Manara) 특별전’이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큰 성원에 힘입어 폐막 후에도 특별 전시되고 있다.

▲뮤지엄 만화규장각 외부전경
이밖에도 ‘뮤지엄 만화규장각’ 내 만화도서관은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도서관으로 만화 관련 자료(열람실 3만 권, 자료보존실 13만 권)를 수집, 보존하고 있으며, 각종 만화 관련 자료의 열람과 시청이 가능하다. 만화도서관은 중학생 이상 누구나 자유롭게 만화책을 읽고 느낄 수 있는 일반열람실과 만화 관련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영상열람실, 그리고 아동열람실과 자료보존실로 구성돼 있다.

‘뮤지엄 만화규장각’은 다음달 3일 정식 개관 예정이며, 관람 시간은 여름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10월), 겨울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11~2월)로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추석 등의 연휴 기간에는 휴관한다. 관람료는 5,000원이며, 문의는 전화(032-310-3022) 또는 홈페이지(http://www.comicsmuseum.org)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최정길 인턴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