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쿼터제’를 만들자
‘창작쿼터제’를 만들자
  • 강은수 (프리랜서 작곡가, 음악학 박사)
  • 승인 2009.10.1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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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창작곡으로 팡파르도 울리고 진혼곡도 울리는 것

“스크린쿼터처럼 한국 창작곡의 연주 비율을 정해 작곡가들이 제대로 작곡료를 받으며 경제적 부담 없이 작품을 만들고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필자가 2003년 안익태작곡상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한국일보> 홍석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1960년 무렵, 외국 영화에 대한 국산 영화의 비율을 보장받기 위하여 제도로 보호된 ‘스크린쿼터’란 말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사실 그 당시의 국산 영화의 수준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것의 정착이 우리나라의 영화를 발전하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럼 그것이 창작음악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일단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연주자들, 외국 오케스트라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연주 나가는 경우는 물론, 국내에서 국내 연주자들이 여는 그 수많은 음악회까지도 우리나라 작곡가에 의하여 만들어진 곡을 음악회에서 연주하도록 의무사항으로 두자는 것이 창작쿼터제의 골자다.

해외 연주자들을 국내로 유치할 때 드는 비용은 연주자들의 초청 교통비, 체제비, 악기보험료 등만 아니라 로열티, 홍보비 등 진짜 어마어마하다. 그 많은 경비를 지불하는 대신 그들에게 우리나라 작품을 연주하라고 권고한다든가 아니면 당당하게 의무사항으로 넣어 계약하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다.

외국 연주자들에 의하여 우리의 창작품이 연주될 때 문화외교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외국 연주자에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느낀다는 것을 진짜 피부로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창작곡을 찾는 연주자(수요)에게 작곡가가 작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고(공급), 바람직한 수요와 공급의 창출을 이루어 내게 되는 것이며, 작곡가로서는 작품 위촉에 대한 작곡 수입과 작품이 재연될 때마다 작품사용료라는 비용을 비로소 챙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작품이 99% 이상 외국 작곡가의 곡이지만 이 사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런 사실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없는 만큼 ‘우리나라 작곡가’가 부각될 기회가 더 사라지는 것인데도 말이다.

나라에서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사람의 창작곡으로 팡파르도 울리고 진혼곡도 울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우리의 음악문화를 가지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그 길은 바로 창작쿼터제가 제대로 실행된 후 따먹을 수 있는 문화의 열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