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ㆍ현대미술계 우공(愚公), 김병기 개인전 '지금, 여기 展' 개최
한국 근ㆍ현대미술계 우공(愚公), 김병기 개인전 '지금, 여기 展' 개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5.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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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세 현역 최고령 작가 김병기
큰 화면에 거침없이 펼쳐지는 노구(老軀)에 붓 터치 눈길 ...가나아트센터에서 5월 12일까지 전시

가나아트센터(종로구 평창동)는 80여 년 간, 긴 호흡으로 화업(畵業)을 이어온 김병기 작가 평면 작품 20여 점을 전시한다. 김 작가는 눈에 보이는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정신성‘과 ‘형상성’ 공존하는 추상화를 그린다. 마음으로 그리는 마음 그림인 것이다.

김 작가는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정형화 된 기존 사조를 거부해왔다. 근대와 현대, 현상과 비형상, 동양과 서양 등 양립하는 각각의 것들을 교차시키며 현실 세계를 작품에 담았다.  

▲ '지금, 여기 展' 오프식 행사(오른쪽에서 세번째 김병기 작가)

가나아트센터 전시는 2016년 <백세청풍: 바람이 일어나다>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12까지 열린다. 칸트 숭고개념(종교적인 감정과 연관)을 설명한 장 프랑수와 리오타르의 ‘여기, 지금’ 개념과 동양사상 ‘무위(無爲)’개념을 동일하게 해석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전시작품은 60-100호 대작과 2019년 신작 ‘산의 동쪽-서사시’가  포함돼 있다.

오픈식 축사에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백 년을 그리다: 102살 현역 화가 김병기의 문화예술 비사’(2018) 저술 당시  김 화백과 인터뷰 일화를 " 30년 쯤 된  일화를 마치 어제 일처럼 증언하시는 그 열정과 체력과 열정, 기억력과  논리적인 말씀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개인수업을 받은 것이다" 라며 "오늘이 만 103세 생일날, 전시신데 세계 미술사에서 103세에 신작 발표를 하는 작가가 있는지... 제가 명색이 미술평론가인데 들어어보지 못했다 " 말했다.  이어 "참 역사적인 기록적인 날이 아닐까 생각한다" 라 덧붙였다.

▲ '지금, 여기 展' 오픈식 행사 모습

김병기 작가는 “전시를 해서 기쁩니다. 한편으론 제 마음이 약해져 있었어요. 출품작이 50점은 돼야 하는데 그림 몇 점 내놓고 전람회라고 하니….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약한 자를 도우신다고 했습니다. 성경에 ‘약할 때 강하리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말씀이 있지요" 라며

올 초 완성한 대작 '산 동쪽-서사시'  에 대해  "캔버스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였다 떼면 이렇게 화면에 여러 개 흰 틀이 만들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면 내부적으로는 갈라지고 밖으로는 주변국에 에워싸인 우리나라가 생각납니다. 서정적인 풍경이지만 서사적인 것도 보이지 않습니까" 라 설명했다.

▲ '지금, 여기 展' 오픈식 행사 모습

김 작가는 ‘지금(now)’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현재, 의식적으로 알 수 없는 시간이라 말한다. 캔버스 빈 화면을 보면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은 시간 ‘지금’을 경험하며, 공간을 채우고자 작업에 몰두하는 무아경(無我境)에 빠진다. 이후 리오타르의 말대로, ‘무엇이든 다 되는 세계(anything goes)’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자유(창작)를 얻는다. 김병기 작가는 이러한 리오타르의 ‘여기, 지금’이라는 개념과 동양 사상 ‘무위(無爲)’ 개념을 동일하게 바라본다.

▲ 전시회 설명 중인 김병기 작가 모습

평양에서 1916년 태어난 김병기는 현역 최고령 화가이다. 고희동, 김관호와 함께 서양미술 선구자로 컬렉터였던 김찬영이 부친이다.

동경미술연구소에서 수학한 이후 이어 동경문화학원 미술부에 입학한다. 졸업 직후 개인전 가졌고, 동기 이중섭, 문학수, 황염수, 윤중식 등과 평양 체신회관에서 <6인전>을 개최했다.

해방 후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산하 미술동맹’ 서기장을 맡아 남북의 화해를 시도했지만 '좌우 분열 속에 ‘반동분자'로 몰렸다. <군상>시리즈로 잘 알려진 이쾌대의 도움으로 평양을 탈출한 김 작가는 서울에서 ‘50년 미술협회’를 조직해 창립 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6.25 전란으로 창립전이 무산되면서 '종군 화가단'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전쟁 후 서울대파와 홍대파의 갈등,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미술단체의 분열과 이합집산과 함께 '냉면 대접 투척 사건'등 미술계를 둘러싼 여러 격변상황 속, 당시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직을 역임한 김 작가이다.

김 작가는 1965년 미국 미술계를 둘러본 후 뉴욕 새러토가에 정착해 20여 년간 작품 활동에 몰두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국내 화단으로 복귀했다.

▲ 김병기, 산의 동쪽 서사시,Oil on canvas,162.2x130.3cm,2019. 신작을 포함해 개인전을 가진다(도판=가나아트센터)

김병기 작가 신작 '산 동쪽-서사시'는 은 무수한 사선을 역학적 구조가 보인다. 전통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역동적 붓 터치로 형용한 수직, 수평 이 모여 삼각, 역삼각, 직사각 등 평면을 완성한다. 누구(老軀)에 거침없는 터치 완성한 화면은 자연과 합일한 단계이다.

김 작가 삶과 작품창작 원천에는 신앙심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푸랑수아 리오타르(Jean François Lyotard, 1924-1998) 글 『포스트모던의 조건(Laconditionpostmoderne)』(1979)에서 따온 개인전명 <여기, 지금>에서 이런 영향을 피력한다.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 본인을 칭한 화백은 삶의 여러 고비마다 신앙에 힘을 빌렸다며 "하나님을 위해 일할 때는 저도 몰래 힘이 나지요”라  덧붙였다.

2017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특별 대상자(제9회)이자, 오랜 세월 지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걷어있는 김병기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기회이다.

작가와 상세정보는 가나아트센터(www.ganaart.com)에서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