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우리, 여기, 함께, 춤으로 공존한다!”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우리, 여기, 함께, 춤으로 공존한다!”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4.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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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와 생존자, 이민자와 비이민자, 갑을과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의 권력 속, 공존을 철학하다
아시아의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의 몸이 기억하는 춤사위의 아름다운 공존!

(사)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장수 & 최대 현대무용축제인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2019 모다페(2019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이하 2019 모다페)’가 오는 5월 16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이음아트홀, 마로니에 공원 일대를 비롯 이음아트센터 앞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매년 새로운 축제 주제로 다양하고 우수한 국내외 현대무용 작품을 소개해온 모다페의 금년 축제 주제는 ‘MODAFE, we’re here together for coexisDance!’. 현대무용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발전을 위해 우리가 만들어갈 가치로 ‘공존’과 ‘공생’으로 설정하고, 그 길을 모다페가 함께 모색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모다페는 ▲한국과 세계현대무용의 융합과 공존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공존’의 키워드로 다양하게 풀어가는 것 ▲신인안무가와 안무가의 지속적인 무대 마련▲무용가와 시민의 소통과 공존을 실현하고자 한다.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공존’의 키워드로 풀어낸 춤 작품은 다음과 같다.

 

▶ 홀로코스트 생존가족이 느낀 정체성, 이질성, 난민의식을 표현한 키부츠현대무용단의 <Asylum>

▲키부츠 현대무용단 (사진=Eyal Hirsch)
▲키부츠 현대무용단 (사진=Eyal Hirsch)

모다페 개막작이기도 한 이스라엘의 키부츠현대무용단 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 라미 베에르 Rami Be’er 예술감독의 세계초연작 <Asylum피난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 가족의 일원이기도 한 예술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그가 어려서 겪어야했던 소속과 정체성, 이질성에서 오는감정들과 난민의식을 기괴한 표정과 괴성,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고압적인 소리 등을 활용해 춤으로 표현한다. 때론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동요 <Uga, Uga 우가, 우가>가 히브리어로 연주되며 고향과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자신과 난민을 위로한다. 어둡고 괴로운 감정들이 테크니컬하면서도 격정적인 움직임으로 표현되어 관객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함께 평화롭게 공존해 나가야 할 인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키부츠 현대무용단 (사진=Eyal Hirsch)
▲키부츠 현대무용단 (사진=Eyal Hirsch)

키부츠현대무용단은 한국인이 열광하고 사랑하는 세계적인 이스라엘 현대무용단으로 이번 공연에는 특히 2014년 한국인 최초로 키부츠현대무용단에 입단한 김수정 무용수를 비롯, 석진환, 정정운 무용수가 함께 해 더욱 의미가 깊다. 이들 자랑스러운 한국인 무용수 3인과 라미 베에르 예술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는 5월 16일(목) 첫 공연이 끝나고 마련되어 있다.

▶ 두 국가, 두 언어 경계에 선 이민자의 감정을 빛과 소리, 움직임으로 콜라주한 유이 가와구치

▲ andropolaroid 1.1 안드로폴라로이드 1.1 (사진=Dieter Hartwig)
▲ andropolaroid 1.1 안드로폴라로이드 1.1 (사진=Dieter Hartwig)

다음으로 유이 가와구치 Yui Kawaguchi의 <andropolaroid 1.1 안드로폴라로이드 1.1>는 일본에서 독일로 이민을 온 안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민자가 겪는 혼란과 추방의 느낌, 낯선 것들과 친숙한 것들의 경계에서 오는 감정, 사방에서 들리는 모국어 일본어와 이민국가의 언어인 독일어에 파묻혀 느끼는 경계인으로서의 소외감, 혼란스러움 등을 빛과 소리, 움직임의 콜라주로 풀어낸다. 2010년 솔로 초연작으로 당시 댄스 프라이스 쾰른에서 우승하기도 한 작품이다.

▲ andropolaroid 1.1 안드로폴라로이드 1.1 (사진=Elitza Nanova)
▲ andropolaroid 1.1 안드로폴라로이드 1.1 (사진=Elitza Nanova)

유이 가와구치는 2001년 동아시아올림픽 개막 축제 안무, 뮤직비디오, TV-CF 영화, 콘서트, 패션쇼 등의 다방면으로 작업했으며, 2006년 요코하마솔로-듀오콩쿨 심사위원장을 받은 바 있다. 일본 태생으로 2005년부터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 ‘갑’과 ‘을’의 권력 관계, 이 속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상황들 그린 정진아 안무가의 <bossy, la>

메타댄스프로젝트 Meta Dance Project 정단원인 정진아 안무가의 <bossy, la>는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상황들을 군무와 솔로의 대립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bossy, 휘둘리거나 휘두르는 이의 la, 노동자labor의 la를 붙여 끝나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를 보여준다. 무용수들은 이 작품 속에서 누군가에게 휘둘림을 당하는 약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힘을 휘두르는 강자가 되기도 한다. 끊임없이 부조리를 저지르는 ‘갑’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에게 쥐락펴락을 당하며 점점 존재감을 상실하는 ‘을’의 모습을 ‘몸을 던지고(throw)’, ‘흔들고(shake)’, ‘얽매이고(bound)’, ‘억압하고(suppressive)’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2015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제9회 댄스컬렉션에 초연된 작품으로, 문애령 평론가는 “회전과 도약 기교가 좋은 출연자들의 모습에 더해 엇박자 리듬이 다양한 엑센트의 굴신과 스텝을 만들어낸다. 단단하고 열정적인 춤사위 활용이 인상적인 안무가이다.”라고 평한 바 있다.

 

▶ 부모로부터 통제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와 몸의 아우성, 전미라 안무가의 <신성한 캐노피>

댄스프로젝트 트라이앵글 Dance Project Triangle 전미라 안무가의 <신성한 캐노피 The Sacred Canopy>는 신성한 보호자이자 지붕, 덮개인 ‘부모’를 상징하는 ‘캐노피’ 아래에서 아이의 말은 물론 일상적인 움직임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부모와 그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와 몸의 아우성을 그렸다. 작년 초연 작품에서 부모가 언어왜곡을 통해 아이를 통제하는 부분을 확대•강조하여 작품을 다듬었다.

공연 중 영화 <도가니>에서 끔찍한 장애아동 성범죄 및 폭력이 일어난 학교의 기숙사 사감 윤자애역으로 열연한 영화배우 김주령씨가 아이를 통제하는 부모 목소리로 카메오 출연한다. 자녀에게 규칙과 억압, 통제를 가하는 부모의 다양한 통제 언어를 사악한 목소리 연기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 과거와 현재, ‘여기’와 ‘거기’에서 온 17명의 아시아 여성무용수들, 이들이 펼치는 진정한 ‘아시아’

▲아시아댄스 (사진=필름에이지)
▲아시아댄스 (사진=필름에이지)

다음으로 그간 모다페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아시아’의 현대무용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 2019 모다페 국제공동협업작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댄스커뮤니티(이하 아시아댄스) 안애순 안무가의 <HereThere>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은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대만, 라오스, 베트남, 인도, 한국의 8개국 17명의 무용수를 선발해 아시아에 퍼져 있는 원무 중 하나인 ‘강강술래’를 차용하여 만든 작품이다. 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문화와 다양한 경험을 담고 있는 ‘몸’이라는 매개체로 아시아의 전통과 현재, 다양성에 관하여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전통적인 춤의 형태 ‘원무’가 다양한 국가의 전통적 숨결과 현대적 몸짓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통하여 ‘공존하는, 함께하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느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시아댄스는 2015년 창단된 단체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출신의 안애순 안무가와 함께 <아시아수퍼포지션>, <골든에이지> 등 다양한 주제의 현대무용 공연을 통해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댄스 (사진=필름에이지)
▲아시아댄스 (사진=필름에이지)

최근의 사회는 ‘경쟁’이 아닌 ‘공존’이 화두가 된 시대다. 모다페는 ‘공존’을 주제로 한 우수한 현대무용작품들을 소개하며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자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 비이민자와 이민자, 갑과 을 그리고 부모와 아이의 권력관계에서 진정한 평화의 공존이 무엇일 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다양한 아시아의 몸들, 그 몸들이 기억하는 과거와 현재, 여기와 거기의 춤사위들, 이것들이 진정 아름답게 화합하고 춤추는 아시아적 공존 가치도 화두로 던진다.

나아가 2019모다페는 축제 주제 ‘We’re here together for coexisDance!’에 맞춰 현대무용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무용가와 시민, 너와 나의 삶과 춤이 늘 공존하며 나아지는 삶의 장 ‘모다페 오프 스테이지(MODAFE Off Stage = M.O.S) 모여라! 마로니에공원’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작년에 대대적인 규모로 확대 진행하면서 국내외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이번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시민과 전문무용단이 함께하는 즐거운 워크숍, 춤을 좋아하는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시민참여무대 나도 댄서다!’, 국내외 시민이 모여 온몸이 웃는 행복한 ‘100인의 마로니에댄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5월 25일(토) 마로니에공원 및 이음센터 앞 야외무대에서 개최된다. 사전 신청은 모다페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그 외,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국내외 유수의 무용단과 안무가를 비롯, 현대무용계 대표적인 신인등용문 ‘모다페 스파크플레이스’, <첨단기술과 춤 예술의 공존을 말하다>를 주제로 준비된 ‘모다페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티켓: R석 5만 원, S석 4만 원, A석 3만 원, 소극장 3만원 (개막작은 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3만 원으로 상이하다.) ■예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누리집(http://theater.ark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