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 기형적인 국가문화정책이 성악가들을 기형적인 고용구조로 내몰고 있다
[남정숙 칼럼] 기형적인 국가문화정책이 성악가들을 기형적인 고용구조로 내몰고 있다
  • 남정숙 문화기획자/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9.05.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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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숙 문화기획자/본지 편집기획위원

최근 10억이 넘는 오페라를 제작하면서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열정페이를 받는 성악가들을 조명한 기사로 곪아있던 성악계의 문제들이 수면 위로 하나씩 떠오르고 있다.

이제라도 불거져서 다행이다. 그러나 놓친 것이 있다. 언론들이 성악가들의 임금체불과 오페라계의 관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오랫동안 이런 구조가 일어난 원인과 도덕불감증처럼 굳어진 관행을 해결할 방법들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기사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성악가 김아영(가명)씨의 제보가 있었다. 김아영(가명)씨는 6년 차 성악가이다. 오페라 합창단 활동을 주로 하고 있으며 팝페라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했던 전업 예술가이다. 음악대학을 졸업할 때만해도 김씨는 성악가로서 국립오페라단이나 시립오페라단에 취업하여 평생 안정적인 예술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국립오페라단과 시립오페라단에서는 성악가 자체를 뽑지 않기 때문이다.

1. 대한민국 국립∙시립오페라단의 현실

민간 오페라단에 의존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
 
현재 우리나라 국립오페라단에는 성악가 단원이 1명도 없다. 주로 행정직인 25명의 비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립오페라단도 마찬가지로 성악가는 없고 단장 1명과 3명의 행정직만 있을 뿐이다.

정식 단원이 없는 국립오페라단과 시립오페라단이 어떻게 공연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국립오페라단에 단원이 없기 때문에 성악가들을 공급해주는 것은 지자체 시립합창단이나 민간 오페라합창단이다. 물론 주거래 민간 오페라합창단도 있다. 주거래 민간 오페라합창단의 역할은 국립오페라단이 국립오페라단으로 보일 수 있도록 실력 있는 성악가들을 공급하는 일이다. 그러나 주거래 민간 오페라합창단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기업이 아니라 단원은 없고 타이틀만 있는 곳도 많아서 인력이 부족할 때는 다시 타 민간 오페라합창단들에게 성악가들을 공급받는 경우도 많다.

원래 국립오페라단에 정식단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운숙 국립오페라단장 시절 해외 유수 오페라극장들처럼 잠시 오페라 합창을 위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운영한 적이 있었으나 유인촌 장관시절 이소영 단장이 다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강제 해산시켜서 큰 휴유증을 남기며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공익성을 추구하는 국립오페라단에 상근 합창단원들과 오케스트라가 없는 바람에 공연을 위해서는 일부 지자체의 시립합창단과 민간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공익적 목적이 아닌 수익을 내야하는 민간 영역의 오페라합창단의 입장에서는 성악가들의 출연료를 줄이고, 주연역할을 매직해서라도 수익을 추구하려고 한다.

김씨는 재외주이자 재하청 업체에 등록된 성악가이다. 마침 김아영씨는 실력을 인정받아서 소위 잘나가는 성악가이자 중요한 오페라공연과 오페라축제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프리랜서 성악가이다. 김씨와 같이 실력을 인정받은 프리랜서 성악가들은 다수의 민간 오페라단에 크로스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악가들은 어떤 경우에는 글로리아 오페라합창단의 단원으로 무대에 서기도 하고, 국립 오페라합창단 단원으로 무대에 서기도 한다.

알바를 전전하는 위기의 성악가들

이런 구조를 알 수 없는 오페라 매니아들은 “왜 똑같은 오페라 레퍼토리로만 공연하느냐? 똑같은 오페라들만 돌려막기 하니 관객들이 오페라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 창작오페라를 만들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이 국립오페라단에 단원이 한 명도 없이 여기저기서 성악가들을 차출하고 재외주에 재하청을 주는 구조라면 창작오페라를 제작하기 어렵다.

연습시간도 짧고 다수의 성악가들이 알고 있는 레퍼토리를 맞춰보는 선에서 본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로는 창작오페라 제작은커녕 오페라 정기공연을 하기도 버거운 구조이다. 성악가가 실력이 있어도 민간 오페라단에 의해 외주에 재외주,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운영되고 있는 문화예술 정책 하에서는 건실한 고용구조는 이루어 질 수 없다. 국내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로마, 이태리, 독일 등에서 유학을 마친 성악가들이 귀국을 해도 성악가들에게는 일자리가 없다.

극장에 근무하는 행정직들은 정규직이고 성악가들은 비정규직을 넘어 ‘프로젝트 용역’ 형태로 일하고 있다. 극장에 근무하는 행정직들은 월급여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때 성악가들은 그때그때 출연료를 받거나 오부리라고 부르는 팁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 극장에서 근무하는 행정직들이 문화예술 지원금을 해외에서는 기량을 인정받고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면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성악가들이 고국에 돌아오면 생계를 위해 트럭운전이나 주유소에서 투잡을 뛰어야 그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다.

민간 오페라합창단에 등록되어 무대에 설 수 있는 성악가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민간 오페라합창단에 정식으로 취업된 상태가 아니라서 4대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서 무대에서 사고가 나서 다치더라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공연 중 사고, 사망사건이 일어나도 산재처리가 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한 번의 무대가 아쉬운 성악가들을 이용하는 일부 악덕 오페라단장도 있어서 ‘임금 체불, 부당노동행위, 하도급법 위반’ 등을 일삼으며 성악가들을 착취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순수예술이건 상업예술이건 모든 문화예술이 살 수 없다.

고용불안을 이용하는 일부 민간예술단의 횡포

에피소드 1)  마5 카7의 정체

김아영씨를 오페라에 출연시키는 단체는 (나나)오페라합창단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나나)오페라합창단은 국립오페라단의 하청 오페라단인 (가가)오페라합창단의 재하청을 맡고 있는 오페라합창단 중의 하나이다. 오페라를 본 공연에 올리기 위해서는 꼬박 2~3개월의 연습기간을 거쳐야 하고 본 공연은 1일~3일 정도 된다. 김아영씨는 회당 7만원을 받고 출연한다. 3일출연료는 21만원이다. 현재 최저시급이 시간당 8,350원이므로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열정패이는 관행이 아닌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성악가들이 자조하는 말이 있다. 마술피리는 출연료가 5만원이고, 카르멘은 출연료가 7만원이다. 그들은 보통 ‘마5 카7’이라고 부른다. 이런 출연료를 받고도 무대에 서야하는 이유는 성악가들은 출연료가 문제가 아니라 무대에서 공연을 하지 않으면 기량이 떨어져서 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성악가들이 ‘마5, 카7’을 받고 출연하지만 그나마 이마저도 주기 싫어하는 오페라합창단 단장도 있다.

다음은 타 신진 성악가에게 입수한 팝페라 공연 출연료 지급 내용이다.

▲ 〈2017년도 출연료 지급 내용〉

에피소드 2)  카페에서 일어난 일

오페라 무대에 서기가 쉽지 않았던 장은아씨는 ‘클래식을 전공한 여성’을 찾는 구직광고를 보고 강남의 한 카페에 취업했다. 카페에서는 일정 시간에만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어서 그 외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다수의 클래식 전공자들이 이미 취업해 있어서 함께 공연을 하면서 공연에 대한 갈증도 풀 수 있었다. 취업기간이 길어지자 카페 사장은 공연과 함께 손님 테이블에 합석할 것을 요구했다. 처음엔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으나 곧 VIP 손님에게 술을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 날로 카페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의 경험 없이 평생 연습과 공연만 한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종교적인 조언도 하고 점잖은 손님이 합석을 요구하고, 공연 후 팀도 많이 주는 의미를 잘 모른다. 그렇게 젊은 예술가들이 죽어 간다.

에피소드 3)  육각수 기계를 팔아야 설 수 있는 무대

전국에 민간오페라단은 약 150여개 정도 있다. 150여개의 민간오페라단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페라단 단장은 오페라에 대한 애정과 소명의식이 있으나 열악한 경영부진을 겪고 있는 민간 오페라합창단에서는 다른 방법을 강구할 때도 있다.

민간 오페라합창단 중에 하나인 (다다)오페라합창단 단장은 쥐꼬리만한 공연비를 지급하기를 미루면서 성악가들에게 공연비 대신 육각수 기계를 팔아서 출연료 대신 쓰라고 한다. 합창단 단원인 한진아씨는 필요 없을 육각수 기계를 친척들에게 팔아야 했다. 한씨에게는 이런 관행이 낯설지 않다. 성악계의 갑질은 음악대학을 다닐 때부터 시작된다. 교수 공연티켓을 학생들이 팔아서 공연비를 매꿔야 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4)  예술가들을 도와 줄 곳은 어디인가?

합창단 단장의 악행에 지친 이승준씨가 고발하기로 결심하고 행동하자 좁은 업계에 소문이 퍼졌다. 단장은 공공연하게 “업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 “업계에서 매장시키겠다.”는 비난을 하고 다녔고 실제로도 이미 공연하기로 한 기획사에 전화를 걸어 계약을 파기하도록 조장하면서 성악가로서 이씨의 예술활동을 방해했다. 이씨는 임금체불 및 A장의 업무방해에 대해 고발하려 했으나 막상 고발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이씨는 공정거래위원회,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3곳의 국가기관을 방문해서 상담하고 2명의 변호사와 상담했다.  결과는 5곳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사업자나 근로자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도와 줄 수 있다고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는 계약서가 없어서 도와 줄 수 없다고 했다.

2.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오페라 운영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

오페라의 공연방식은 크게 ‘레퍼토리 방식’과 ‘스타지오네 방식’으로 구분된다. ‘레퍼토리 방식’은 대형극장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1년에 20편 이상의 오페라 작품을 제작해 놓고, 매일 다른 오페라를 공연하는 방식이다. 매일 다른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해서는 매일 다른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는 주연과 조연 성악가들이 다수 있어야 하고 오페라 합창단이 상근으로 근무하면서 레퍼토리를 연습해야 한다.

물론 한 팀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나비부인팀, 사랑의 묘약팀, 투란도투팀이 앙상블을 이루어서 한 팀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 ‘레퍼터리 방식’이 가능하려면 각기 다른 레퍼토리에 필요한 세트와 소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와 여러 개의 리허설 연습실, 매일 바뀌는 레퍼토리에 맞는 무대를 전환시킬 인력들이 필요하며 이를 충족시킬 예산이 있어야 한다. ‘레퍼토리 방식’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극장은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코펜하겐의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등이고 주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관광객들은 밀라노와 뉴욕, 코펜하겐에 일주일 간 머물게 되면 5편이상의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다.

‘스타지오네 방식’은 그 외 대부분의 극장들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작품을 공연하고 쭉 쉬었다가 다시 공연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스타지오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타국의 오페라극장들과 우리나라 국립오페라단과 다른 것은 타국에서는 오페라극장에서 직접 오페라단을 운용한다. 보통 국립오페라합창단에서는 20여 편 이상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3~4년에 한 번씩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고 창작하면서 새로운 예술가들을 발굴해 나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페라합창단과 전속 오케스트라는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직업인으로서 훈련받게 한다. 국립극장에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외에도 기술인력, 무대장치, 분장, 무대의상 등 오페라와 관련된 인력들과 지휘자와 행정직들 역시 직업인으로서  정규직으로 일한다. 지금처럼 국립오페라단이 있으나 단원은 한 사람도 없고, 막상 공연이 있을 때엔 민간 오페라합창단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좋은 예술도 좋은 예술가도 발굴하기 어려운 구조이거니와 그나마 있는 클래식 애호가들도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문화정책일 뿐이다.

전업 예술가들은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것이지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전업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직업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예술 지원금’이 아니라 ‘예술 사업비’이다

‘레퍼토리 방식’이건 ‘스타지오네 방식’이건 오페라 공연은 고비용저효율적인 예술이다. 어느 나라에서 건 오페라 공연을 하면서 수익을 목표로 공연을 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순수예술을 공연해야 할 국립극장이나 예술센터에 돈을 벌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정책이며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에서 국립오페라단을 만들어서 오페라 공연을 하는 이유는 순수예술의 보호와 육성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고급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순수예술을 활용해서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수예술가에게 지불되는 돈은 예술가들에게 거저 주는 돈이 아니라 지역의 다리를 놓고, 접근 도로를 건설하는 교부금과 마찬가지로 국가 전체의 소프트콘텐츠 사업과 교육에 대한 투자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예술가들에게 지급되는 돈을 ‘예술 지원금’이라고 부른다. ‘지원금’이라고 부르는 순간 마치 예술가들은 도와줘야하고 수혜를 베풀어주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그 ‘지원금’을 내려주는 존재와 받는 존재로 구분되면서, 그때부터 그 ‘지원금’을 누가, 얼마나 더 받았고, 덜 받았는지가 궁금해지면서 말썽이 생기게 된다.

나는 국가에서 국민들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을 ‘문화예술 사업비’와 ‘창작금’으로 불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리를 놓고, 길을 닦고 건물을 세우는 하드웨어 사업비가 있다면 문화예술가들이 문화예술로 사업을 벌여서 지역의 문화예술과 무형유산과 문화예술교육으로 지역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고 지역주민들에게 고급예술을 향유하게 하며, 지역의 청소년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사업비도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사업비가 ‘문화예술 사업비’이다.

그동안 지자체 장들은 주민들에게 복지비나 비상시 구호자금을 나눠주면 칭찬이라도 받고 표라도 얻을 텐데 예술가들에게 나눠주는 ‘예술 지원금’은 무의미하고 아깝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각 지자체 문화재단이나 문화회관에는 선거 때 고생했던 자기사람의 신세를 갚기 위해서 내려 보내는 지도 모르겠다.

‘문화예술 지원금’이 ‘문화예술 사업비’가 된다면 지자체 장들은 중앙정부로부터 매년 ‘문화예술 교부금’을 많이 받으려고 중앙정부에 연신 뛰어 다닐지도 모르겠다.각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교부금으로 오페라를 공연해야 하고 오페라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운영해야 한다. 성악가들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문화가 활성화 될 것이다. 지역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면 지자체에서는 ‘창작금’ 정책을 수립해서 예술가들의 창작권과 저작권을 보호하고 촉진시키면 좋을 것이다.

기관들을 제대로 작동하게 해서 예술가들을 보호해야 한다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라는 공공기관이 설립되고, 2016년 ‘예술인 복지법’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인들은 ‘불공정 계약’, ‘체불임금’, ‘하도급 비리’등 구악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술인 신문고에 접수된 불공정 신고 656건 가운데 78.8%가 임금체불 건이며 73.2%가 500만 원 이하의 소액 임금체불이다. 복지재단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탓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단 내부에 다음과 같은 기능이 보완되어야 할 것 같다.

1) 현재 재단에서 발행하는 예술인패스와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 근로자임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향후 문화예술인들이 근로자이며, 문화예술 행위가 근로행위임을 증명해주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2) 현재 재단에서 의료보험이나 산재보험등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에게 계약서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예술현장에서는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단에서는 미작성 계약상황에서도 예술인 증명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현재 재단에서는 조사권, 처벌권이 없어서 실효성이 없으므로 경찰과 연계한 공조가 필요하다.
4) 현실적으로 예술가들이 사업자에게 근로계약서를 요구하면 사업의 기회를 잃게 된다. 미작성 계약 시 그 책임은 예술가가 아니라 사업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5) 사업주가 도산 등의 이유로 예술가들에게 출연료나 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예술인복지재단이 사업주를 대신해서 예술가들에게 일정한도 내에서 출연료 등을 우선 지급하는 체당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6) 예술인복지법으로는 처벌조항이 없으므로 공정거래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제242조 2에 따르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2% 이내, 혹은 매출액이 없는 경우에는 5억 원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형사고발의 대상이 된다. 재단 내 공정거래법에 대한 전문인력과 업무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7) 예술가들의 출연료, 임금 등을 최저임금에 준해서 지급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빈민층으로 전락하게 된 것은 민간의 책임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에서 순수예술을 진흥하고 국민들에게 향유시켜야 하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국립오페라단 사례를 들었을 뿐이지만 문화예술 정책분야가 예술가들의 예술활동을 촉진하고, 국민들에게 문화예술이 모세혈관처럼 촘촘히 흐르도록 해야 할 정부가 마치 문화예술을 정부의 혜택이나 수혜를 주는 것이거나 구호기금으로 나눠주는 것처럼 운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문화예술 정책에 관해서는 민주정부나 이전 정부에서나 똑같다.

국립오페라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내실 민간 오페라단의 외주에 의존하는 것처럼 ‘뒤틀어지고 기형적인 문화예술정책’이 문화예술계의 ‘기형적인 고용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