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생각을 바꾸는 야간경관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생각을 바꾸는 야간경관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05.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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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로테르담의 Atjehstraat 거리의 Broken Light 프로젝트는 조명으로 장소의 이미지 개선 뿐 만 아니라 거주민의 거주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프로젝트이다. 이 가로의 이미지는 건조하고 흥미로울 것이 없으며 주변지역의 쇠퇴로 통행하는 사람들의 수도 거의 없었다. 여기에 조명예술가들은 조명계획을 통해 장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하고자 했었다고 한다. 조명디자이너 Rudolf Teunissen는 거대한 빛의 샘 light fountain 이라는 컨셉으로 보행로 바닥면에 물 속 같은 이미지의 패턴을 프로젝션하고 양측면의 건물에는 빛줄기를 연출하여 가로 전체를 하나의 빛의 샘으로 보여지도록 계획하였다. 어둡고 심심했던 밤의 이미지가 바뀌면서 주민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고 거주민 간에도 공동체 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조명전문가만이 아니라 지역전문가, 물리학자등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는데 가로등으로부터 다양한 조명효과를 얻어내기 위하여 독특한 렌즈가 필요했고 이는 물리학자의 자문으로 가능해졌으며 어떤 이미지가 거주민에게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은 지역전문가와 함께 했을 것이다.

야간경관을 이야기 하면서 조도, 휘도 이야기를 하면 야간경관은 그런게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야간경관 개산사업의 결과물은 원래 조도가 얼마였는데 얼마로 개선되어 훨씬 안전한 거리가 되었다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특히 가로에 대한 야간경관사업은 대부분 상권을 활성화함으로서 경제 효과를 누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행해지는데 이때 방법은 항상 밝기개선에서 시작한다. 어떤 장소에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는 것은 안전에 대한 위협 때문인 경우는 드문데도 불구하고 밝기가 개선되면 무조건 사람이 많이 오게 되고 사람이 많아지면 안전한 가로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가 자리하나보다.

최근 경리단길의 상점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비워져 가로가 쇠퇴해 간다는 뉴스와 함께 로데오거리는 한때 쇠퇴의 길을 걷다가 다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청담동 명품거리도 빈 임대건물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회복되는 중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가로에서 임대가 나간 빈 건물은 첫 번째로 야간경관을 해치는 요소이다.

로데오거리는 미국 비버리 힐즈의 로데오 드라이브에서 이름을 따오기는 하였으나 길들지 않은 말이나 소를 타고 버티는 경기인 로데오의 의미를 담아 기존의 질서를 벗어난, 제도적인 가치를 탈피하려는 젊은 사람들의 해방구로서의 가로라는 컨셉을 담고 독특한 디자인의 패션브랜드들이 모이고 또 인테리어도 그런 거리의 컨셉에 맞추어 조성되었으나 현재는 상권이 변질되고 아이덴티티가 모호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가로가 만들어 질 때 아이덴티티가 정해지고 그에 맞는 독특한 이미지가 형성된 사례는 경관에 대한 사람에게 강력한 시각적 메시지를 주어 기억하게하고 재방문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가로의 경관적 특성이 주간 뿐 아니라 야간경관에도 드러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가로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가로 조명계획이 천편일률적으로 조도, 휘도, 균제도 맞추기에 치우쳐 조명의 기술이 발달하고 연출방식이 다양화되었어도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밝기개선에 의한 범죄율 감소, 휘도 개선에 의한 빛공해 최소화등의 기능적인 도시조명에서 이제는 보다 능동적인 도시경관 창조의 툴로서의 사회적인 조명의 역할이 필요해졌다.

이미 2017 아시아국제 조명워크샵에서 런던 UCL 대학의 돈 슬레이더 교수는 서울시의 빛공해 정책에 대하여 어느 나라보다 선진화된 서울시의 빛정책이 광학적 효율의 강조, 규제와 가이드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도시민의 감성에 영향을 주는 정책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 한 바 있다. 안전한 거리 조성을 위해 고효율 보안등을 하나 더 설치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심리, 시각으로 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감성의 조명계획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빛 심의를 할 때 컨셉이나 의도 없이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조도, 휘도 수치에만 맞추어 오는 야간경관계획을 과연 좋은빛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늘 불편했다. 도시 경관에 대하여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 다른 관점을 가지고 도시의 야간경관을 바라보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는 야간경관으로 그 패러다임을 바뀌어야 한다. 각 도시, 자치구에서 일어나는 야간경관사업들이 밝기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장소를 변화시키고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생각까지 변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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