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석의 동시대 음악이야기]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음풍경 (Sound Scape)
[장용석의 동시대 음악이야기]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음풍경 (Sound Scape)
  • 장용석/문화기획자
  • 승인 2019.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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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문화기획자

지난 2003년 문화관광부 기초연구보고서에는 ‘문화도시’의 정의를 이렇게 규정한다. ‘문화도시란, 인간관계의 새로운 규범을 창출하는 도시, 보다 나은 가치를 지닌 삶을 기획하는 도시, 경제·사회·예술적 행위를 비롯한 모든 시민행위와 그 산물들이 긍극적인 삶의 가치와 자기존재 가치에 부흥할 수 있는 도시’.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런 도시에 지금 살고 있을까? 이런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당신에게 묻는다.

우리는 흔히 도시를 만들어가는 여러 요소들 중에 도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특히 도시경관(都市景觀, Urban landscape)  디자인은 최근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곳의 도시재생사업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시경관’이란 도시 공간에서 지형, 수목, 건축물, 도로 등의 구성물이 만들어 내는 경관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도시경관에는 우리가 간과한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소리(Sound)이다.‘소리'(Sound, 音)의 물리학적 정의는‘물체의 진동에 의하여 사람이나 동물의 귀에 전달되어 청각 작용을 일으키는 공기의 파동’이다. 즉, 공기의 파동(Wave)의해 우리 귀에 도달하여 뇌로부터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것을 우리는 ‘공감'(共感, Sympathy)이라고 하거나 감동(感動)이라고 얘기한다.

소리가 비로소 음악(音樂, Music)이 되는 순간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무음(無音)도 파동이 없는 소리라고 얘기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사실 모든 일상이 소리에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리(音)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에게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소리는 머리를 맑게 해주거나 행복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때론 불쾌함과 짜증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소음'(Noise)이다.

소리(Sound, 音)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공감하며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모든 소리가 ‘음악‘(Music)이 되지 않듯이 모든 음악이 공감을 주진 않는다. 음악이 오묘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소리는 같은 음(音)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의해 또는 개인차에 의해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들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소리, 기억속의 소리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소리'(音)는 그 자체로서 환경적이며 인간적이다.‘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이라는 말은, Sound(소리, 音) + Scape(배경, 풍경)이 합해진 복합어이다. 이 개념은 60년대말 머레이 쉐퍼(R.Murray Schafer)에 의해 제창되었으며 조경을 의미하는 ‘landscape'(풍경)에서 원용하여 만들어졌다. 처음엔 음풍경(Soundscape) 전체를 작품으로 보자는 의미로 출발하였으나, 인간과 공간과 소리의 조화를 추구하고, 특별한 음공간의 형성과 창조를 내포한 의미로 발전하였다. Soundscape에 대한 관점은 70년대 이후, 소리를 도시를 만드는 환경 디자인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도시에서 소음의 규제가 시작되었고,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소리들을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 보존하고 싶은 소리들을 활성화시키고 부활시키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공공의 장소에, 시각 중심에서 청각과 같은 부드러운 요소가 도시 디자인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환경디자인 영역에 혹은 도시 디자인 영역에 음 풍경(Soundscape)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던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음풍경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변형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과거 새우젓 장수소리는, 요즘엔 계란장수의 녹음기 확성기 소리로 대체되었듯 말이다. 해서 사운드 디자인은 시대적, 지역적 차이를 고려해야만 한다.

최근엔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중요한 것으로 사운드 디자인 영역이 더욱 중시되고 있고 적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소리의 문화적 측면을 중시하고 Soundscape라는 사고법을 바탕으로 하여, 소리와 시각적 경관의 조화를 꾀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소리의 관점에서 지역문화개발을 하는 도시들이 매우 많아졌는데, 일본의 후쿠오카, 영국의 리버풀 등은 그 대표적인 도시이다. 물론 그 도시들은 소리풍경뿐만 아니라 음악도시로서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Soundscape(音風景, 소리풍경)라는 사고법은 사회 시스템안에서 소리 환경디자인을 창출하자 라는 슬로건이자 공공 장소에서의 소리 환경 디자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소리(音, sound)의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얘기이다. 소리에도 인권이 있고 문화가 있으며, 사회성이 담겨있다는 Soundscape(音風景, 소리풍경)의 사상은, 도시 자체가 음풍경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그럼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음풍경은 어떨까? 그리고 문화도시를 내세우는 많은 도시의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까?

도시디자인, 혹은 도심 재생을 주창하는 분들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 보이는 디자인과 Landscape적인 것을 강조하지만 Soundscape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사실 우리 주변에 제대로 Soundscape가 구현된 곳이 몇 곳이나 있던가. 서울 시청광장, 부산 영화의 전당, 광주의 아시아문화전당, 새롭게 단장한 관광형 시장들, 전국의 많은 공원들과 쉼터.., 대부분 Soundscape의 사회적 공공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곳은 드물어 안타깝다. 오히려 나는 그런 Soundscape가 결여된 곳에서 역설적이게도 그 도시의 사람에 대한 배려와 소리의 공공성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문득 깨닫게 된다. 아직 사운드 스케이프 개념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리의 공공성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다소 생뚱맞을수도 있거나 시기상조일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운드 스케이프가 좋은 도시에 사람이 온다는 것이며, 사운드 스케이프가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사실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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