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D-1 타오르는 열정의 박서보 작가, 대규모 회고전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려
개막 D-1 타오르는 열정의 박서보 작가, 대규모 회고전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려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5.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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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
시기별 작품 160여점 선보여...신작 2점 및 미공개작 공개

박서보 작가(1931~) 회고전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언론 간담회가 16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MMCA Seoul)에서 열렸다.

박 작가는 간담회 자리에서 70여년간 이어온 화업(畫業)의 역사를 풀어냈다. 휠체어에 의지하였지만, 예술을 향한 무한한 애정과 열정은 전시 명 그대로 ”지칠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지난 삶과 작품 제작 과정을 회고하는 박 작가의 눈빛은 어느 때 보다 또렷하였으며, 확고함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 '묘법' 연작 앞에서 박서보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작가는 전날 밤까지 전시장에 들러 회고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오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展은 1991년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박서보 회화 40년 전> 개인전 이후 열리는, 박서보 작가 대규모 회고전이다. 1950년대 초기 작품부터 2019년 신작까지 대표작ㆍ미공개작ㆍ재현작품ㆍ아카이브 160여 점을 전시한다. 다섯 시기로 구분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1점을 포함, 다수 국내외 소장가로부터 대여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개인 소장품 26점 포함)

▲기자 간담회에서 삶과 작품세계를 회고하는 박서보 작가와 박영란 학예연구관 모습

박 작가는 “평생 한국 현대미술을 어떻게 세계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며 “이번 전시가 회고전의 모델이 될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시를 담당한 박영란 학예연구관은 “제목처럼 지칠 줄 모르고 작업에 매진하셨다. 평론가, 행정가, 교육자로서 한국미술을 일구고 이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 전 생애에 걸친 대표작을 시대 역순, 후기묘법-중기묘법-초기묘법-유전질-원형질로 구성하였다. 최근 작품경향과 대표작을 먼저 살핀 이후 과거 작품을 순차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이어지는 영상 자료 및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하여 전시 이해를 돕는다.

▲'후기 묘법'시기 작품을 설명하는 박서보 작가 모습

전시 동선에 따라가면, 최근작과 ‘묘법' 연작을 가장 먼저 만난다. 첫 번째 ‘후기 묘법’은 ‘색채 묘법’시기로 불린다. 1990년대 중반 손의 흔적을 없애고 막대기나 자와 같은 도구로 일정한 간격으로 고랑처럼 파인 면들을 만들어, 깊고 풍성한 색감이 강조된 대표작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기 묘법’시기이다. 1982년 닥종이를 재료로 사용하면서 한지 물성을 극대화하여 한지를 발라 마르기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 붙이는 등 행위를 반복하여 ‘지그재그 묘법’이라고도 불린다. 무채색의 연필묘법에서 쑥과 담배 등을 우려낸 색을 활용하여 색을 회복한 시기이다.

▲ '중기 묘법' 작품을 소개하는 박서보 작가 모습. 박 작가와 근접해 있는 작품은 <묘법 No.931215>로 미국의 재료와 기법에 관한 미술교과서 『ART FUNDAMENTAL』 표지화로 실리기도 하였다.

세 번째는 ‘초기 묘법’시기이다.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하여 캔버스에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수없이 선긋기를 반복한 1970년대 ‘연필 묘법’을 소개한다.

묘법 세 시기는 시기별 차이가 있다. ‘초기 묘법’은 1967-89년에 유화와 연필로 작업하였으며 흑백인 점이 특징이다. 이 시기 작업은 수신의 도구였다. ‘중기 묘법’은 1983-95년으로 캔버스에 한지, 수성 아크릴 작업을 하였으며, ‘지그재그’ 구상이 드러난다. 색채가 있는 시기부터 시작하여 흑백으로 돌아온다. 이 시기 작업은 재료와 행위를 동일시하였다. ‘후기 묘법’은 1966년부터 현재까지로 캔버스에 한지, 수성 아크릴로 작업하였으며 흑백에서 색채가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전 시기 작업의미를 포괄하며 ‘치유’를 강조한다.

2019년 신작 묘법(描法)(No.19041, No.190227) 2점의 작업 주제인 ‘치유’에 대해 박 작가는 “21세기 디지털시대는 스트레스 병동화가 되어간다” 라며 “그림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흡입하는 흡인지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는 이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안정감을 찾게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라며 “예술이 시대성과 무관하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예술의 치유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 <허의 공간>으로 2019년에 재제작한 작품으로 <허상>연작 중 하나이다. 사람이 빠져나가 옷만 남아 있는 작품으로 얼굴과 손, 발 등 옷 외에 노출되는 부분을 없애고 제작한 인물군상이다. 모래로 관에 묻은 형상으로 1970년대 출품하였으나 반정부성향의 작품이라는 정부세력에 의해 전시 도중 철거하였다.

네 번째는 ‘유전질’시기 작품이 펼쳐진다. 1960년대 후반 옵아트, 팝아트를 수용하며 기하학적 추상과 한국 전통 색감을 사용한 <유전질> 연작과 1969년 달 착륙과 무중력 상태에 영감을 받은 <허상> 연작을 소개한다. <허상>연작은 조지 시걸 조각에 영향을 받아 제작하였다. 공중에 매다는 등 시도를 하였으나, 1970년 전시 이후 선보인 적 없는 설치 작품이다.

다섯 번째는 ‘원형질’시기가 장식한다. 상흔으로 인한 불안과 고독,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한 <회화 No.1>(1957)부터 1961년 파리 체류 이후 발표한 한국 앵포르멜 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원형질> 연작을 소개한다.

▲ <원형질 No.1-62> 작품 앞에 있는 박서보 작가 모습. <원형질 No.1-62>은 프랑스 일간지 '레자르(Les arts)' 표지에 실리는 등 언론 주목을 받았는데 당시 상하가 반전되어 실렸다. <제3회 파리비엔날레>에 출품하여 삶과 죽음의 관계 속에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 70년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세계무대에 한국 작가 전시를 조력한 예술행정가이자 교육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준다.

박서보 작가는 후배 예술가들에겐 ”예술가는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과 식을 줄 모르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 고 조언했다. 시대를 담아내는 진리는 어려운 책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시장에는 박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작가가 추구한 ‘수행’의 태도를 느껴볼 수 있도록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묘법 NO. 43-78-79-81>(1981)을 따라 관객이 직접 묘법을 표현해보는 ‘마음쓰기’, 자신만의 공기색을 찾아서 그려보는 ‘마음색·공기색’을 진행한다.

▲ 아카이브 전시를 소개하는 박영란 학예연구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박서보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국제학술행사’(오는 31일), ‘작가와의 대화’(7월 5일 예정), ‘큐레이터 토크’(7월 19일) 등도 준비하였다.

미술관 교육동 1층 푸드라운지 미식에서는 박서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박서보 특별 메뉴’를 선보인다. ‘자연에서 온 건강한 메뉴’를 콘셉트로 한 계절국수 2종과 음료, 디저트 등을 전시 기간 동안 즐길 수 있다.

▲ <묘법 NO. 43-78-79-81>(1981)을 따라 관객이 직접 묘법을 체험하는 공간

한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미술사에 살아있는 역사라고 볼 수 있는 박서보 선생님 개인전을 위한 자리이다. 회고전 성격이기 때문에 아주 초기작부터 최근 작까지 안배해 전시장이 아주 풍부해졌다”라며 ”박서보 예술세계가 제대로 자리매김해서 전 세계로 울려 펴졌으면 한다” 고 말했다.  

전시 정보와 프로그램 참가신청은 홈페이지(mmca.go.kr)를 통해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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