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분야 무형문화재 지정 규탄 움직임 지속 … 문화재청 ‘묵묵부답’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지정 규탄 움직임 지속 … 문화재청 ‘묵묵부답’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5.21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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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 1인 춤시위
오는 22일 오후 2시, 문화재청에서 항의 집회

무형문화재지정과 관련해 문화재청을 둘러싼 의혹은 언제쯤 풀릴까.

21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1인 춤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90년대 초부터 십수년째 공정성 시비가 불거져 온 문화재청의 무용 분야 무형문화재지정 논란에서 촉발했으며, 최윤희 도살풀이춤 전수자가 시위에 직접 나서 시정을 촉구했다.  

▲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1인 춤시위를 벌인 최윤희 씨
▲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도살풀이춤 전수자 최윤희 씨

2002년 무형문화재 지정과정의 ‘불투명성’, ‘졸속’, ‘불공정성’ 등의 의혹이 끊이지 않자 문화재청은 2015년 11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3종목에서 예능 보유자 인정 조사를 다시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용계와 여러 언론매체가 지적한 ‘평가기준의 모호성’(전수조교와 이수자 구분 없이 통합으로 ‘보유자 인정심사’를 치룸)과 ‘객관적 선정근거(점수) 미제시’ 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아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응해 무용계는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4월까지 두 차례 성명 발표를 통해 현 상황을 규탄했다. 또한 심사의 불공정성을 근거로 보유자 선정 철회 및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오는 22일 오후 2시에는 문화재청에서 불공정문화재 선정에 관한 항의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 청원’ 원형 훼손된 도살풀이춤, 인간문화재 지정종목에서 해제해야 

한편 이날 시위에 참여한 대전시 김숙자류 입춤보유자 최윤희 씨는 지난 13일 도살풀이춤 인간문화재 지정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 ‘불공정과 비리가 의심되는 인간문화재 지정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제기한 바 있다. 최 씨가 올린 해당 청원은 오는 6월 12일까지 진행된다.

▲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1인 춤시위를 벌인 최윤희 씨
▲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1인 춤시위를 벌인 최윤희 씨

가장 먼저 김숙자 선생에게 도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일명 ‘도살풀이춤’)을 전수받은 최윤희 씨에 따르면 인간문화재 김숙자 선생은 1991년 12월 23일 전수조교 없이 타계했고, 당시 문화재관리국은 문화재 관련 법령을 위반해 특정인 2인을 전수조교로 선정해 논란이 됐다.

당시의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김숙자 선생이 사망하기 전 보유자후보와 전수교육조교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김숙자류 도살풀이춤은 문화재지정이 해제되었어야 했다.(문화재보호법 제12조 3항(시행90.1.3)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중 개인이 사망한 때에는 그 보유자의 인정이, 중요무형문화재의 보유자중 개인이(보유자후보) 모두 사망한 때에는 그 중요무형문화재의 지정이 각각 해제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 같은 법령에도 불구하고 당시 문화재관리국은 문화재 지정을 해제하지 않고 김숙자 선생이 돌아가신 지 1년 7개월 만에 전수조교를 선정해 의혹을 키웠다.

이후 2002년 문화재청은 다시 공개심사를 벌였지만 불법 전수조교로 추정되는 두 사람에게 6점을 가산하여 보유자 후보로 인정 예고해 논란의 불씨를 키웠고, 당시 심사는 도살풀이춤의 6박 원형 논란과 불법 전수조교 여부 등의 이의 제기 등으로 결국 무산되었다.

2015년 11월 문화재청은 또다시 기존 논란이 되었던 심사위원의 편파 구성, 일회성 콩쿠르식 심사방식 등의 불공정 논란 지적을 감수하면서 공개심사를 강행했다. 당시 공개심사 결과는 4년이 지난 2019년 3월 20일 개별 통보를 통해 최종심사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응시자들 중 11명에게 추가기량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용계 일각에서는 지난 4년 동안 문화재청이 심사결과를 조작한 것은 아닌지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통보를 받은 이들 중에는 지난 평가에서 실제 점수가 이번 선정에서 탈락된 사람들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도 일부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도살풀이춤 종목에서 2위의 점수를 받은 최윤희 씨가 추가 '기량점검'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만 봐도 소문을 뒷받침한다.

결국 청원을 제기한 최윤희 씨는 원형전승논란과 불공정하게 이루어진 지정보유자 불신임을 이유로 도살풀이춤의 위상과 향후 전승보급 실정의 퇴보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청원을 통해 도살풀이춤을 인간문화재 지정종목에서 해제하여 국가의 공적자산인 중요무형문화재를 개인이 독점하는 사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하고, 원형이 올곧게 전승돼 누구나 도살풀이춤을 즐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해제요청 이유로 첫째, 도살풀이춤의 원형훼손 (고, 인간문화재 이매방 선생님은 “저게 무슨 춤이냐? 저건 내 춤도 아니고 그렇다고 김숙자춤도 아니다”라고 혹평하셨음), 둘째, 4박 장단 전수교육으로 인한 전승오류 - 문화재청의 6박장단 제시 위반, 셋째, 원형전승논란에 따른 전통무용계의 전승기피현상 초래, 넷째, 해당자 모씨의 학력위조 등으로 인한 조교의 품위상실 등 이상의 네 가지에 해당한다.

끝없는 무형문화재 지정 공정성 논란, 대안 마련 시급 

한편 무형문화재 지정 관련 공정성 시비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바 있다. 무형문화재 관리는 현재 해당 분야의 전승자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든지 정부 정책에 의해서 신규 보유자를 발굴하고 실력 있는 사람을 선발한다고 하는 식으로 정부 기관에서 기존 심사 방법과 결과를 뒤집는 식이다.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관리국 등에서 30여 년을 근무하며 무형문화재 심사를 담당했던(현재 퇴직) 당시 이 모 사무관(이하 이 모씨) 무형문화재 불공정한 지정에 문제의식을 갖고 보유자의 갑작스러운 타계, 후계자 선정 등의 문제점 등을 보완하고자 90년대 초부터 무형문화재 심사 개혁을 시도했지만 일부 정부 공무원들에 의해 변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씨에 따르면 특히 무용 분야 문화재 지정은 중립성을 지켜야 할 정부가 노골적으로 특정인을 밀어주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무형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은 보유자의 타계로 원형 보존이 힘들어진 종목은 새로 보유자를 지정하는 대신 씨름이나 김장처럼 종목이나 분야로 지정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1962년부터 인간문화재가 지정된 이유는 우리 고유 전통문화의 보존을 위해서였는데 영상과 보존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는 단체 등을 통해 원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섣부른 인간문화재 재지정이 오히려 문화재의 전통 계승과 실력 있는 계승자를 키우지 못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무형문화재 지정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경연식으로 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단심제, 제자가 스승을 심사하는 모순적인 문제 등 심사과정의 문제점 개선과 인간문화재의 활동과 수상 경력, 발표회 등 후보자의 이력을 면밀히 추적 관리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둘러싼 잡음은 언제쯤 그칠까. 언제쯤 십수 년간 지속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문화재청의 결자해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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