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칠용의 공예주간] '공예주간' 공예계 현장 목소리 외면하는 '공예 주관 기관'
[이칠용의 공예주간] '공예주간' 공예계 현장 목소리 외면하는 '공예 주관 기관'
  • 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 승인 2019.05.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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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이칠용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맞이하는 공예주간이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 간 열린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360 여 업체가 참여해 각종 공예문화 관련행사를 한다. 이들 업체는 공예전시, 체험, 토크, 마켓까지 폭넓은 생산과 소비 활동이 만나는 복합 플랫폼으로 일상의 공예를 즐기는 방법을 공유한다고 한다. 작년에 4 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7일간 개최 했는데 올해는 2.5배가 증액된 1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 되었다.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의문이 꼬리를 문다.

공예계에 종사한지 50여년 된 장인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행사를 보노라면 참으로 한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 공예인들의 참여도 실속도 없는 형식적인 홍보용 행사가 아닌가 싶다. 과연 이번 공예주간을 맞이해 새롭게 개최 하는 사업들인가도 의문스럽다.

지난 17일 열린 행사 개관식 때 보니 지난 수 십 년 동안 공예문화 보존과 전승, 전수 활동을 해 온 단체들인 (사)한국공예예술가협회, (사)근대 황실공예문화협회, 대한민국전통기능전승자회, 한국문화재 기능인 협회 등 각 분야별 전문단체들은 아예 초청도 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틀 동안 직접 전화로 확인해 보니 공예관련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조교 등 74명중 통화가 된 44명 중에서 겨우 4명만이, 또 서울시 무형문화재중 23인 중 20명이 통화가 되었는데 4명이 초청 받거나 공예주간을 알고 있었으니 이런 엉터리 행사가 어디 있는가? 이런걸 보고 주객이 전도 되었다고 하는 것 아닐까?

공예주간을 맞이하여 공예문화디자인진흥원에서 발간한 indexbook에 나와 있는 참여업체 중 전화번호가 없는 곳도 43곳이나 된다. 전체 참여업체의 10%가 넘는 곳의 연락처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360여 참여업체의 면면을 보면 거의 전시, 마켓, 판매, 기타 등등이며 석공예, 알공예, 지승공예, 악기공예, 민속화 부문 등등은 아예 없다. 더구나 통영의 12공방, 남원의 옻칠회관, 서천의 한산모시관, 인천의 배다리공예관이나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서울 삼성동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관 등은 왜 전부 배제했을까?

저들 중 신청을 한 곳만 했기 때문에 참여가 안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중한 곳은, 필요한 곳은 직접 방문해서라도 참여시켰어야 했다. 뭐? 인터넷으로 보고 찾아가면 된다고?

이번 공예주간 행사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문화역사284’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현대시선전에 가서 보니 출품자 104명 중 홍대와 동 대학원출신이 31명이나 되는데 이런 편파적인 작가 선정이 어디 있는가? 개막식 날 『올해의 공예상』수상자도 홍대 출신이라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주관처인 공예문화디자인진흥원 본부장이 홍대 출신이니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기획자 등 모두 홍대 관련자들로 하고 싶었겠지만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현대보다 훨씬 정교하고 우수한 전통공예장인들의 배제는 말 할 것도 없다. 진정 공예계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전통공예장인들을 104명까지는 고사하고 최소한 50명이라도 같은 장소에서 전시 해주었어야 한다.

작금 전국의 각종 행사장에 가보라. 문화부에서 후원, 지원하는 행사장에 국적불명의 요상한 폐품, 쓰레기들이 공예란 명칭을 붙이고 진솔한 공예인들을 몰아내고 있는 현실! 이 처절함이 보이지 않는가. 이런 식으로 우리의 공예문화를 망쳐 놓아서야 되겠는가?

관계부처에서 이렇다보니 우리네 전통문화는 단절되거나 혼란스러워지고 서구문화, 서양문화가 그 자리를 메꾼다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지금 우리 공예계는 한없이 나락에 빠져 들고 있으며 공예 관련 정책들은 혼돈 속에서 뚜렷한 방향을 잃고 있는상황이다.

대한민국의 공예 역사 수 천 년, 우리민족과 함께 해 온 민중 공예임에도 불구하고 국립 공예관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회관, 센터 한 곳 없다는 것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줄 일은 그 무엇보다도 먼저 뚜렷한 공예문화의 정립이 순서다.

즉, 전통, 근대, 현대 공예에 대해 명확한 정의와 미래지향적 정책을 세워 이를 공예계는 물론 공예문화에 관심이 있는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에서 부터 시작 했어야 한다. 비록 늦게 시작했더라도 제대로 가야하지 않겠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공예주간, 겉보기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대단한 행사 같지만 실상은 속빈 강정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