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정성숙 이사장, “전통의 현대화와 대중화 …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 재단의 정체성이자 나아갈 방향”
[인터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정성숙 이사장, “전통의 현대화와 대중화 …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 재단의 정체성이자 나아갈 방향”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5.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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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1일~2일 전통연희 페스티벌, 관객들에게 전통예술의 멋 전하고파

전통예술은 올드하다? ‘전통의 현대화’로 대중의 인식 변화를 꾀하는 조직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하 재단)이다.

재단은 전통예술의 진흥과 국민의 문화향수기회 확대, 전통공연의 보존 및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했으며 2007년 국악문화재단으로 시작해 2009년 현 명칭으로 변경됐다. 이후 10년간 전통예술의 중흥을 위해 힘써온 재단은 지난 1월 정성숙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정 이사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이화여대 무용학과를 졸업했고 성균관대에서 무용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얼핏 보면 무용 전문가 같지만 재단의 수장답게 눈에 띄는 이력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예술에 대해 깊이 있고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문화재를 전공(석사) 하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또한 대학에서 문화재 전공의 무형문화유산연구 등을 강의하고 있는 등 예술가 및 학자로서 전통예술 분야 전문가이다.

“대한민국 전통예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거듭 강조한 정 이사장. 지난 8일, 국립중앙박물관과 MOU를 맺고 오는 6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展에서는 불교의 범패를 곁들인 유‧무형 문화재의 독특한 결합을 선보이는 등 ‘전통예술’에 새 수장의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은 신선한 기획과 사업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오는 6월 1일~2일 열리는 재단의 대표행사 제13회 전통연희 페스티벌을 소개하면서 “내, 외국인을 막론하고 ‘매년 이맘때 꼭 가봐야 할 축제’가 되도록 해를 거듭해 업그레이드해나갈 예정”이라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푸르른 5월의 아침, 국립국악원에 위치한 재단에서 정 이사장을 만났다.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정성숙 이사장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정성숙 이사장

지난 1월 재단 제4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다. 축하드린다. 전통예술 저변 확대를 위해 이사장으로서 역점을 두는 부분은 

2019년은 특별한 해다. 재단이 출범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고, '한국민속예술축제'가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재단은 전통공연예술계의 열악한 시장구조와 공공의존도가 높은 전통예술 생태계를 개선하고자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을 해왔다. 

지금까지는 여러 사정상 단기계획으로 현안을 해결하는 데 급급했다면, 올해는 10주년을 기점으로 종합적인 민간분야 활성화 및 선순환 구조 확립을 골자로 한 근거법 마련, 창작거점 구축 등 '전통공연예술 중장기 발전방향'을 수립하여 전통공연예술계 생태계 근간을 다지는 초석을 쌓고자 한다.

현시점에서는 민간예술단체 지원에 있어 일회성, 단기 지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지원 방향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첫째로, 올해는 신진국악실험무대에서 발굴된 신진 단체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재단 내 기획공연과 연계하는 방안을 처음으로 실시하고자 한다. 9월부터 문화공간음악회 시리즈에 기존에 발굴된 신진단체 무대를 기획하고 있으며 차츰 다양한 재단 사업에서 신진예술단체의 무대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둘째로, 신규 콘텐츠 발굴·육성을 통한 콘텐츠 다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창작 작품과 전통예술과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을 통한 ‘이 시대의’ 전통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다. 전통의 컨템퍼러리 화(化)다.특히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한 창작연희 발굴, 젊은 국악인들이나 신진 단체 지원, 발굴을 통한 전통콘텐츠 개발, 우리 문화의 근간이 된 전통문화유산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통한 활성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셋째로, 전통공연예술을 친근하고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통해 국민과 전통공연예술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좁혀나갈 계획이다. 

▲ 지난 7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과 MOU 를 체결하고 유·무형 전통문화유산의 가치 확산과 대국민 문화향유 증진을 위한 상호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지난 7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과 MOU 를 체결하고 유·무형 전통문화유산의 가치 확산과 대국민 문화향유 증진을 위한 상호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재단만의 타 전통예술 기관과의 차별성이 있다면

전통예술인과 국민, 두 축을 기준으로 여러 지원정책을 펼친다는 점이다.

먼저 전통예술인들이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재단의 가장 큰 미션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신진국악실험무대가 의미가 크다. 신진예술인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인데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일회성 지원에서 나아가 지난 몇 년 간 재단에서 발굴한 우수 신진들을 재단 기획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단계적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재단은 전통의 매력을 알리고자 최전선에서 뛰는 많은 전통공연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창작지원, 해외진출 등 여러 지원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한편 재단은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와 전통공연예술의 창조적 계승에 중점 두고 있으며, 국민과 전통공연예술의 접점을 넓혀가기 위해 새로운 시도와 실험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테면 작년에는 아리랑, 종묘제례악, 처용무 등 접하기 힘든 무형유산을 유형유산의 보고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개하는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 공연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다. 희귀한 무·유형의 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나본다는 의미가 컸기 때문인 것 같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오는 9월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공간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는데 가장 현대적인 공간을 찾아 그 안에서 우리 전통공연예술이 어떻게 녹아드는지 실험을 펼치는 것이다. 전통을 상상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전통과의 이색만남인 셈이다. 예를 들어 문화비축기지, DDP 등의 현대적인 공간 속에 전통의 음악과 춤을 녹이는 것으로 자연스레 현대적 장소에 전통예술이 스며들게 하여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전통예술을 발굴하게 된다. 물론 관객들에게는 전통의 새로운 매력을 알릴 좋은 기회다. 

취임사에서 ‘생활문화시대’를 구현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생활문화시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작년부터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고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여가시간이 늘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재단은 국민 누구나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보고, 즐기고, 배우는 생활문화 생태를 조성하고자 한다. 현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의 확대·보급으로 국민의 품격을 높이고, 행복한 문화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기획하고 있다. 

재단은 생활문화시대 구현을 위한 방안으로 일반인들을 위해 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1500여 명의 수강생들이 우리의 전통 악·가·무를 각 분야 최고의 교수진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강의의 질이 높으니 수강생들의 만족도와 자긍심도 아주 높은 편이다. 10년 이상씩 수강하는 분들도 많고, 무용의 경우는 등록하는 날 원하는 강좌를 등록하기 위해 새벽부터 와서 기다리기도 하는 등 진풍경을 연출한다. 수강생들에게 1년에 한번 발표회도 열어 주고, 해외공연이나 다양한 공연활동의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차후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에도 문화학교 지부를 개설할 계획을 구상중이다.

또한 전통공연예술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꼭 공연장이 아닌 국회의사당, 중앙박물관, 고궁, DDP,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등 다양한 일상 공간에서 공연을 만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하고 있다.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어린이 농악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어린이 농악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재단의 대표 연례행사 전통연희 페스티벌이 오는 6월 1일~2일 열린다. 소개 부탁드린다.

전통연희 페스티벌은 연희(演戲)의 현대적 계승과 대중화, 활성화를 위해 2007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라는 명칭으로 시작 올해로 13년째 매년 국민과 함께하는 야외축제로 개최되고 있다.

재단에서는 ‘연희자의 뛸판, 관객들을 위한 놀판, 살맛나는 살판’이라는 축제의 슬로건처럼 연희자들에게는 최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한 판을, 관객들에게는 실컷 웃고 즐길 수 있는 한 판을 열어 모두 살맛나는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는 6월 첫째 주 주말인 1일~2일,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줄타기와 탈춤, 인형극, 버나돌리기, 죽방울 던지기 등 30여 팀의 다채로운 연희 관련 공연들을 2일간 흠뻑 향유할 수 있다.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줄타기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줄타기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올해로 13회를 맞은 전통연희 페스티벌. 기존에 비해 올해 중점을 둔 사항은

올해 축제의 주제가 ‘청년, 명품, 참여’다. 전통연희 페스티벌이 많은 젊은 연희자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라고, 축제의 참여를 통해 더 나은 작품들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20~30대의 젊은 연희자들의 참여에 중점을 뒀다. 더불어 전통연희의 진수, 명인 5분(이애주, 김운태, 서한우, 정인삼, 김대균)을 축제에 모셔 명품 중의 명품 연희를 만나볼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다.

또한 페스티벌에 방문하는 관객들이 축제에 함께 참여하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다. 윤중강 위원(총 감독)과 함께 <연희는 방구왕>이라는 어린이 연희 공연을 특별 제작해 아이와 가족이 함께 공연도 관람하고, 출연자들에게 탈춤과 장구(구음)를 배울 수 있는 체험과 교육, 공연이 결합된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진주삼펀포농악 무등타기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진주삼펀포농악 무등타기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올해 전통연희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문화기축기지’가 인상 깊다. 문화비축기지는 지난 41년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별히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문화비축기지는 산업화시대 유산인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문화공원으로 탈바꿈 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다. 그런데 연희 또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 문화를 현재까지 이어 온 전통예술이고, 앞으로 미래에 전승되고 가꿔나가야 할 유산이라는 교차점이 있다. 

이에 문화 콘텐츠와 문화 공간의 이미지를 함께 제고하고 우수성과 가치 또한 더불어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고 판단되어 올해의 페스티벌을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하게 됐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석유’를 비축하는 공간이 아닌 ‘연희’를 비축하는 공간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창작연희 옥신각신 공연현장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2018 전통연희 페스티벌 창작연희 옥신각신 공연현장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전통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친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전통연희 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이번 전통연희페스티벌의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나

2016년 전통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10~30대의 전시회, 사진전, 뮤지컬 등 타 예술행사에 대한 관람비율이 6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전통공연예술 관람 비율은 전체의 10%를 남짓했다. 특히 ‘오래되었다’, ‘재미없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전통연희 페스티벌을 알리기 위해선 이러한 인식개선 작업부터 우선시 돼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10대 유튜버와 함께 ‘연희’ 또는 ‘연희 종목’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했다. 전통에 대해 구구절절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연희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즐기는 장면을 담았다. 전통연희 페스티벌에 오면 ‘이렇게 재미있는 연희를 만나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넣어 축제장에 젊은 층들이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 영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향후 전통연희 페스티벌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전통연희 페스티벌은 지난 13년간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국립국악원, 중앙박물관, 월드컵공원 등 많은 공간을 떠돌아다니며 개최됐다. 차후 연도부터는 축제가 한 곳에 자리 잡아 지속적으로 개최되어 더욱 많은 국민들에게 인식될 수 있는 축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5~6월 이맘때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를 떠올릴 때면 재단의 ‘전통연희 페스티벌’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고, 그렇게 축제의 위상도 점차 강화해할 계획이다.

추가로 전년도의 <신광대 판놀음>, 올해의 <연희는 방구왕>과 같이 연희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담아 오직 전통연희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대표작도 만들어가기 위해 계획하고 있다. 

▲ 전통연희 페스티벌 참여 관객과 함께하는 신명난 한판
▲ 전통연희 페스티벌 참여 관객과 함께하는 신명난 한판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마지막으로 3년간 재단을 이끄실 텐데 향후 재단의 정체성을 어떻게 살려갈 계획인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재단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그동안 재단이 전통공연예술 분야의 많은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홍보를 강화할 것이며, 재단의 위상강화를 위해 힘쓸 것이다. 

또한 전통공연예술의 중심거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 한다. 창작거점 마련에 힘써 전통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작품 활동에 주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전통공연예술의 민간예술인과 단체지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여 전통공연예술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 그래서 민간부분경쟁력을 강화시켜 수요 발굴의 확대와 잠재 고객 발굴로 전통공연예술 활성화의 중심 거점으로 3년 후 재단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