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달하, 비취시오라’와 창작오페라를 위한 제언
[남정숙 칼럼]‘달하, 비취시오라’와 창작오페라를 위한 제언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9.06.05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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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작오페라가 필요한 것은 예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과 새로운 경험제공이다.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자신 있습니다"
제 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하 오페라페스티벌)에 참가한 작품 중 하나인 창작오페라 ‘달하, 비취시오라’로 참가한 호남오페라단 조장남 단장의 초대를 받고 호기심이 들었다.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으면 자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막상 공연을 보니 수년에 걸쳐 수정하고 다듬어서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서울에서도 제작하기 어려운 창작 오페라를 지역의 민간오페라단에서 제작해서 출품한 것만 해도 가상한데 그것도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해서 오페라를 창작했으니 속된 말로 까방권(잘못에 대한 비난을 면제 받는 권리)을 획득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페라 매니아지만 평론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으나 조장남 단장께서는 창작오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으나 매니아 관객이자 문화마케터 관점에서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서 한마디 보태기로 한다.

호남오페라단은 1986년에 창단된 민간오페라단이다. 이번에 참여한 ‘달하 비취시오라’는 2017년에 처음 창작된 작품으로 백제가요 정읍사를 소재로 하여 오페라에 전통무용과 국악 등과 협연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물씬 풍기는 독창적인 오페라가 탄생하였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객석은 3일 모두 만석이 됐고 관객들 중에는 전북에서 올라온 관객들이 다수를 차지한 날도 있었다. 오페라페스티벌과 상관없이 지역에서는 이미 문화상징으로서 자부심이 된 듯하다. 

진정성 있는 평가를 바라는 민간오페라단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달하, 비취시오라(이하 ’달하’)의 감상비평이 아니라 ‘달하’를 매개로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한 창작오페라의 현황 및 오페라 정책의 발전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Ⅰ. 지자체에서 창작오페라를 제작하는 이유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홍보와 역사인물 발굴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자부심 제고 및 연대감 고취를 위해서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오페라 등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 추세이다. 굳이 오페라라는 장르를 선택한 것은 해당 지자체가 오페라 제작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얻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오페라로는 안양에서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을 주제로 한 ‘수리산의 메아리’, 평택의 ‘어사 박문수’, 천안에서는 ‘타오르는 불꽃, 열사 유관순’, 제주도의 ‘이중섭-비바람을 이긴 기록’과 ‘만덕’, 구미에서는 항일운동가 왕산 허위를 재조명 한 ‘왕산 허위’를 공연했고, 경상북도에서는 여성독립운동가인 ‘김락’과 ‘석주 이상룡’을 경상남도에서는 ‘처사 남명’ 등이 있다.
지역의 설화와 전설을 소재로 한 오페라로는 부산 해운대 고대부족국가 장산국의 마지막 여왕 고아진의 이야기인 ‘해운대-장산국 이야기’, 제주도의 ‘라:애랑&배비장’, 설문대 할망을 토대로 한 ‘백록담’, 경주에서는 신라시대 향가인 수로부인 헌화가를 소재로 한 코믹 오페라 ‘마담수로’, 400년 전 편지를 소재로 한 대구의 ‘능소화, 하늘꽃’, 안동시의 국보 제 132호로 지정된 징비록을 소재로 한 ‘아 징비록’과 ‘금지옥엽’ 등이 있다.

현재 오페라단들은 지역 문화자산 중 아래 네 개의 소재를 활용해서 창작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지역의 영웅이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활용
둘째. 설화와 전설∙민담 등 구비문학을 소재로 활용
셋째, 종교 및 종교적 인물을 소재로 활용 
넷째 자연환경이나 유형유산 등을 소재로 활용한다.

올해는 1950년 5월 첫 오페라인 ‘춘향전’이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지 70주년 되는 해이다. 70여 년 동안 백여 편이상의 창작오페라가 제작되었지만 국민들에게 기억되는 존재감 있는 작품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처럼 창작오페라가 지역에서 친근하고 익숙한 영웅담이나 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6가지 요인으로 구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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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인 1) 오페라를 창작하기 위한 수억 원의 예산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조달해야 하며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된 지역 오페라가 공연을 지속하려면 부족한 부분을 다듬고 고쳐서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하는데 단체장이 바뀌면 예산지원이 끊기고 결국 무대에서 사라져 버린다. 지자체에서 제작한 오페라가 장기 공연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요인 2) 공공영역에서 지원을 받다 보니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지역에서 필요한 소재를 찾게 되고 대부분 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지역의 영웅, 설화, 종교, 유∙무형유산 등을 소재로 해야 예산이 통과된다. 따라서 창작오페라 = 고전물이라는 등식이 생겼고, 잠재관객들은 고전물 = 진부하다. 그러므로 창작오페라는 진부하다라는 등식이 생긴 듯하다.

요인 3) 창작오페라의 소재가 진부하고, 내용이 진부하고, 음악마저 진부하다면 아무리 예술적 완성도가 높더라도 관객들은 ‘꼰대’ 같다고 외면할 것이다. 지금 창작오페라가 필요한 것은 예술적인 완성도가 아니라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이다. 창작자들은 비록 고전물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무용, 미술, 악기편성, 출연진, 무대장치 등에서 다채로운 변화를 도모해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금 창작오페라가 더 이상 외면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쩌면 예술적 완성도보다는 관객과의 공감이 더 시급한 문제인 것 같다.

요인 4) 창작오페라의 역사와 제작 경험이 적고, 창작자가 적기 때문이다. 창작오페라가 지역기반의 소재를 사용할 경우에는 지역주민이나 국민 대부분이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창작자들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영웅들의 전 생애를 기록하려고 하거나 설화의 서사구조를 완성하려고 한다. 서사만 따라가야 하는 오페라는 신기하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관객들은 자신들이 다 아는 드라마의 스토리를 확인하려고 극장에 오는 것이 아니다. 창작오페라 제작 시 인물중심의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구성이 치밀하지 않고 드라마의 모티브가 단조롭다.

연극 ‘887’을 연출한 캐나다 연출가 ‘로베르 르바주’의 말처럼 오페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넷플릭스와 대항해서 삶을 바꾸는 경험을 선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넷플릭스처럼 반복∙재생되는 콘텐츠가 아닌 공연예술의 특성이 다르지만 충격적이고 새로운 관객의 경험적 내용과 플랫폼의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는 방송콘텐츠와 오페라 모두 유효하다.

요인 5)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
오페라의 타겟에 대한 연구는 별도로 조사되어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 보면 오페라 관객은 40대~60대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2018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 의하면 오페라(서양음악)를 관람하는 연령대는 20대(97.1%)가 가장 높고 10대(96.1%) - 30대(91.6%) - 40대(89%) - 50대(79.4%) - 60대(64.7%) - 70대(46.9%) 순이라고 조사되어 있어서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런데 오페라를 공연예술의 일환으로 상정한다면 여타의 공연예술과 같이 주요 타깃은 20대~30대 여성이 될 것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대 여성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20~30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는 ‘시발비용 소비(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소비)’, ‘탕진잼 소비(과소비)’ 등을 서슴지 않는 소비자층이라고 주장한다.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해서 창작오페라를 제작하는 오페라단들은 소재가 지역의 문화자산을 활용한 고전물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을 만족시키는 창작물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20대~30대 여성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창작물을 제작해야 한다. 잊지 말자! 오페라의 주요 타겟은 지역주민이 아니라 20대~30대 여성들이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성공하고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다. 

요인 6) 흔히 창작오페라를 홍보할 때에 야외오페라, 코믹오페라 등 오페라의 형식을 홍보의 핵심으로 뽑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은 형식보다 작품에 어떤 가치와 시대정신을 반영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라면 드라마나 서사를 다 완성하려는 강박 대신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처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나 시대정신을 어떻게 담아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오페라라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그릇보다는 해당 오페라의 철학과 시대정신을 홍보하는 것이 소비자 관객을 더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창작오페라의 6가지 요인을 통해 ‘달하, 비취시오라’를 평가함과 동시에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한 창작오페라 제작 시 필요한 정책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Ⅱ. 창작오페라의 내적 성공전략 - ‘달하, 비취시오라’사례

1. ‘달하’를 통해 지역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한 창작오페라의 성공전략

2017년에 처음 창작된 ‘달하’는 백제 가요인 ‘정읍사’를 모티브로 하였으나 기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새롭게 제작된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티브가 된 ‘정읍사’와 창작물인 ‘달하’를 비교해 보겠다.

첫째, 스토리 구조의 확장
‘정읍사’의 스토리 구조는 단순하다. 내용은 정읍현에 사는 익명인 행상의 아내가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높은 산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남편이 혹시 밤길에 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담아낸 노래이다.그러나 ‘달하, 비취시오라’의 내용은 백제가 멸망하면서 사비성 공주인 월하가 눈도 멀고 온갖 불행을 겪으면서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석공 도림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잠시 행복하게 살다가 도림과 헤어져서 망부석이 되었다는 스토리를 추가하였다.

‘정읍사’ 스토리가 단지 – 기다림 -이라는 하나의 스토리 구조로 되어 있다면 ‘달하’에서는 불행 – 사랑 – 기다림 – 이별이라는 4가지 이상의 스토리 구조로 확장되었다.

둘째 주인공들의 신분상승
‘정읍사’에서 주인공은 한 사람이다. 이름 모를 평범한 행상의 부인이다. 그러나 ‘달하’의 주인공들은 사비성의 공주와 석공인 도림으로 신분이 상승되었다. 이에 대해 조장남 단장은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지위가 높은 신분의 주인공이 필요했다고 말씀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

자료 : 호남오페라단 제공
자료 : 호남오페라단 제공

셋째, 노골적 성적 코드 제거로 인한 은유의 실종
‘정읍사’의 내용이 남편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순박한 부부애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남편이 밤에 다니다가 사창가에 드나들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진흙탕의 더러움에 비겨서 노래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아래는 ‘정읍사’ 2연과 해석이다.

全져재 녀러신고요/어긔야 즌ᄃᆡ를 드ᄃᆡ욜셰라/어긔야 어강됴리 (악학궤범)
- 전주 저자쯤에 다니시는가요. 혹시 더러운 수렁(홍등가 혹은 여성성기)에 빠지면 어쩌나

권영민(서울대 국문과 교수), 고 박병채(고려대 문과대학 교수) 등에 의하면  2연의 고전적 의미는 행상을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이 ‘주색에 빠질까 두렵소이다’ 혹은 ‘당신의 마음이 변할까 두렵소이다’, ‘남편이 사창가에 드나들지나 않을까라는 지아비의 바람기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함, 미지의 여인에 대한 질투심’을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 나아가 정형규(서울대학교)와 지헌영(정읍사 연구, 1979)에 의하면 정읍(井邑)이라는 제목 자체가 샘골, 옹달샘 등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거나, 내용 중에 남녀 간의 성적결합을 암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령 역시 내용 중 ‘진데’를 여성의 성기이자 진흙이 있는 더러운 곳으로 당시에 흔히 사창가, 창녀를 뜻하는 은어로 쓰였다고 주장한다. 학자들의 주장은 현대인들이 생각해도 자못 충격적이다.

이에 중종 13년 ‘중종실록’에서는 ‘정읍사는 음란한 내용으로 궁중에서는 불러서는 안 된다’고 금지시키면서 새로 만든 악장인 ‘오관산’으로 대용하였다고 한다(문화포털, 이연숙: 2004). 부부 간의 기다림을 노래한 것이라면 중종실록에서 음사로 금지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에 비해 ‘달하’에서는 ‘멸망한 사비성 공주가 윤간을 당하고 – 착하지만 낮은 신분의 남자가 구해줌 – 신분이 높은 주인이 성폭력을 하려고함 – 착한 남자와 도망쳐서 행복한 생활 – 착한 남자는 신분이 높은 주인에게 살해당함 –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됨’ 이라는 내용으로 원본에 있는 충격적이고 노골적인 성적코드가 제거되었다.

반드시 원본의 성적코드를 답습할 필요도 없고, 반드시 오페라에 성적코드가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처용가, 황조가, 쌍화점, 서동요 등 지금까지 전승되어 온 노래들을 보면 가사 내용 중 현대인이 봐도 충격적인 성적코드가 들어있는 것들이 많은데 바꾸어 생각해보면 충격적 내용이니까 몇 백 년 동안 전승되어 올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원본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오페라를 제작하는 오페라단에서는 원본이 수백 년 동안 전승되어 올 수 있었던 핵심가치가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 복기하고 고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읍사’가 단순히 순박한 기다림과 부부애를 노래하는 그저 그런 밍밍한 노래였다면 지금까지 전승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읍사’에는 노골적인 성애가 있고 이를 은유적으로 아름답게 포장했기 때문에 출중한 예술작품으로 전해져 내려왔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달하’는 노골적인 성적코드가 제거되면서 은유(Metaphor)를 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저 수없이 듣던 성폭력 사건의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은유(Metaphor)는 예술작품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기제일 수 있고,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므로 ‘일차적 의미보다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의미에서 새로운 창조(정기철, 상징 은유 그리고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설화∙전설, 그리고 영웅담까지 지역의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한 창작오페라의 스토리 내용은
1) 해당 문화유산의 숨어있는 핵심가치를 찾아내서 현대화해서 전송하는 것
2) 이를 은유적으로 아름답게 포장해서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
   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단순한 플롯보다 긴장과 재미를 위해서 중층구조 필요
‘정읍사’는 마치 ‘이상’의 소설처럼 플롯자체가 없어서 열린 결말이 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는지, 사고가 났는지 등 상상력을 통해열린 결말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비해 ‘달하’는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라는 5단계 기본구성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런데 원본에서 없던 불행과 갈등요소들을 부여하여 스토리의 논리성과 인과성을 부여하기는 했으나 복선이나 서사의 중층적 구조 등이 없어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현대인의 삶이 어디 그리 단순한가? 관람객들에게 예상가능 한 플롯구조라 관람객이 참여할 여지가 없어서 오히려 답답했다. 원본처럼 열린 결말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중층구조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현대인들을 위해 유머와 서브 갈등구조 등을 추가하면 구성이 탄탄해 질 듯 하다.

자료 : 호남오페라단 제공
자료 : 호남오페라단 제공

다섯째. 원본의 역사성과 정통성 부가로 화려함을 더 살려야
‘정읍사’는 ‘악학궤범’에는 가사가 실려 있고 ‘대악후보’에는 작곡이 실려 있다. ‘고려사에서 정읍사는 무고(舞鼓)’였으며, 조선시대 와서는 ‘섣달 그믐날 밤에 궁중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나례(儺禮)의 일종으로 처용가 등과 함께 연주되었다(악학궤범 권5)’라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그때도 대중적이고 화려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고전도 노래와 춤, 연주가 함께 하는 종합예술체였고 ‘달하’도 오페라에 판소리, 발레와 전통무용,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융합적인 종합예술체로 제작하므로 원본과 유사한 형식이 되었다.

좌 처용무, 우 무고(舞鼓).
좌 처용무, 우 무고(舞鼓).


그런데 ‘달하’가 백제시대의 ‘무고’에서 사용했던 ‘북놀이와 처용무’ 등 백제시대를 상징하는 장치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면 역사적 정통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과 함께 화려함이 더 했을 것 같다.

가요, 영화, 무용, 뮤지컬, 오페라 등 모든 예술분야에서 원본을 토대로 리바이벌을 할 경우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 1) 원곡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2) 자신의 색깔로 변화시키고 3) 현대화하므로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 등이다. ‘달하’를 보면서 느낀 것은 ‘정읍사’가 수천 년 동안 전승되어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원본 자체에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달하’가 재창작되거나 해외에 진출할 경우 원본 ‘정읍사’의 치명적인 매력은 살리면서 무대, 의상, 공연 등 다변적인 백제의 장치들을 보완하고 부가하면서 현대화된 창작물로 변환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2. 오페라 형식에서의 전략 
첫째, 자연스런 레치타티보를 위해 성악가들에게도 연기지도 필요
2019년 창작오페라 ‘달하’의 가장 큰 소득은 주인공 역할을 맡은 역량 있는 성악가들을 만난 것이다. 특히 3일 동안 주인공 격인 월아, 도림, 해장은 물론이거니와 조연 격인 해장부인과 버들이 역까지 모두 3번 바뀌어서 관객 입장에서는 출중한 성악가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2019년 달하, 비취시오라 출연일정

특히 도림, 월아, 해장, 버들이역을 맡은 성악가들은 고음 시~도까지 부르는 아리아가 많은 편이라 월아와 버들이 등 여주인공들은 수브레트, 도림과 해장 역은 드라마티코 수준으로 감동적인 기량을 펼쳤다. 특히 주인공들의 섬세한 연기와 시원하고 힘 있는 노래가 오페라하우스 2층 객석까지 쭉 뻗어 나가는 아리아를 들으면서 어느 예술에서도 맞볼 수 없는 오페라만의 감동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맛에 오페라를 본다.

자료 : 호남오페라단 제공

‘달하’에 캐스팅된 성악가들 모두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들이다. 그런데 아리아를 부를 때는 감동과 감탄이 나오는 반면에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레치타티보는 어색해서 오페라에 몰입을 방해했다. 최고의 성악가들에게도 연기지도는 필요하다. 현대의 공연관객들은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공연관람에 익숙한 관객들이 많으므로 향후 ‘달하’가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성악가들에게 더 많은 시간의 연기지도를 해야 하며, 예술닥터나 연기학습은 신진 성악가들의 성장과 타 분야 예술과의 융합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둘째, 주 관객층이 공감하고 설득이 가능한 소재와 주인공의 창조
가끔 오페라가 관객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 푸치니의 ‘라 보엠’에 나오는 ‘미미’, 마스네의 ‘마농’의 ‘타이스’,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에서의 ‘줄리에타’처럼 여주인공이 사회에서 버림받은 창녀로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다가 어느 날 착한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서 그녀들을 인격적으로 사랑해 주다가 짧은 사랑을 끝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는 뻔한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 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사실 ‘달하’도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고전 오페라에서 자주 등장하는 ‘창녀인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인 구원하는 스토리’는 남성들의 로망이지 여성들의 로망이 아니다. 이는 고전 오페라를 만든 창작자들이 주로 남성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현대 20~30대 여성들의 로망은 창녀가 성녀가 되거나, 신데렐라가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독립적이고, 고난을 극복하는 여주인공을 기대하지 않을까?

또한 ‘정읍사’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여성의 시각으로 노래한다. 그런데 ‘달하’에서는 남성의 시각에서 극을 이끌어 간다. 이는 여성의 애절함과 그리움인 담긴 ‘정읍사’의 내용이 남성이 창녀를 구원하는 남성적 로망을 실현하는 오페라로 바뀌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모두에 언급한대로 오페라의 주 타겟은 20대 ~ 30대 여성 관람객일 것이다. 이들은 코르티잔(창녀) 이야기에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세대이며 새로운 트렌드를 추구하는 인플루언서 세대들로 뉴트로는 허락해도 진부함은 외면하는 관객층이다. 오페라가 어려운 장르라 관객이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아서 외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달하’가 새로운 리뉴얼이 가능할 수 있다면 새로운 스토리라인과 청년들이 공감하고 선호할 수 있는 내용과 작편곡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셋째, 창작오페라를 대표하는 연출과 아리아곡 필요 
최고 기량의 솔리스트들이 못지않게 ‘달하’의 합창단 역시 큰 역할을 했다. ‘달하’의 1막 1장 불타는 사비성에서의 합창과 레미제라블을 연상하게 하는 3막 2장의 백제 부흥군의 합창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그랜드 오페라의 맛을 살렸다. 그러나 기량이 뛰어난 합창단원들이 연기 장면 하나 없이 뻣뻣하게 서서 노래만 하는 것은 아까웠다. 코러스로 분리해서 화음이나 연기를 하도록 하거나 다양하게 무대를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향후 ‘달하’가 대표적인 오페라가 되기 위해서는 ‘오페라의 유령’의  <Think Of Me>나 유령의 솔로곡인 <The Music Of The Night>, 크리스틴과 라울의 듀엣 <All I Ask Of You>처럼 ‘달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이 있기를 희망해 본다.

자료 : 호남오페라단 제공

Ⅲ. 창작오페라의 외적 성공전략 – 문화정책을 중심으로

창작오페라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문체부다. 창작오페라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곳은 문체부다.

나는 ‘기형적인 국가문화정책이 성악가들을 기형적인 고용구조로 내몰고 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2019년 4월 25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문체부가 이름뿐인 국립오페라단을 존치시키고 민간오페라단에게 하청과 재하청을 하도록 방치하는 국가문화정책의 왜곡된 구조에 대해서 비판한 적이 있다. 국가에서 순수예술인 오페라의 보호와 확산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동안 성악가들은 민간오페라단을 만들어서 활동해야만 했다.

수익을 내야하는 민간기업인 민간오페라단에서는 고급예술인 오페라를 활용해서 지자체의 정체성을 만들려는 각 지자체들의 필요와 맞물려서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한 창작오페라들을 양산해왔다.

작게는 2억 원에서부터 10억 원 이상의 많은 예산이 들어가면서도 수익성이 없는 창작오페라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주는 예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창작물의 소재나 주제도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무슨 다양한 창작이 가능하겠는가?

지금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 일부 지자체 등에서 ‘창작오페라 발굴지원사업’ 등이 있는데 국가와 지자체 등에서 창작오페라를 지원한다는 것은 ‘민간에서 오페라를 창작하면 일부 국비나 지방비로 지원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페라 창작은 민간에 미룰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창작∙제작해야 한다. 우선 오페라는 민간이 시작할 만한 규모의 예술이 아니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선망하는 주역급 가수들이 많은 나라이다.

유럽 굴지의 오페라좌에서 주역을 맡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성악가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성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 그 장이 바로 오페라다.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성악가들이 조국만 오면 투 잡을 뛰어야 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이는 성악가나 순수음악인들을 위한 산업이 없다는 뜻이다. 성악가나 순수음악인들을 위한 산업을 만드는 것은 민간이 아니라 국가에서 할 일이다. 그리고 국가에서 K-POP과 같은 상업예술을 위한 사업과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지원비’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사업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사업비’의 선투자 없이 이루어지는 사업은 없다.

따라서 문체부는 창작오페라의 활성화를 입으로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순수예술을 위한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오페라를 ‘순수예술 산업’의 단초로 생각하고 ‘창작 지원금’이 아닌 ‘창작 사업비’를 투자해야 진정한 창작오페라가 탄생할 수 있다.

우리말로 승부하는 창작오페라의 산실로 거듭나야 한다.
2010년 시작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올해로 10년이나 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오페라축제이다. 10년쯤 됐으면 기존의 작품들 외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오페라들의 경쟁무대가 되어서 그 해에 가장 한국을 대표할 만한 창작오페라가 나와 줘야 한다. 축제기간에 스타도 탄생하고, 오페라 꿈나무들에게 특별레슨도 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그야말로 가족들이 즐기는 창작오페라의 시즌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유명 오페라 공연도 좋지만 우리말로 표현하고 승부하는 창작오페라가 제작되어야 한국 성악가들이 해외에 나가서 빛을 발하고 K-POP처럼 돈도 벌어 올 수 있게 된다. 그러려면 지금처럼 민간오페라단이나 교수중심으로 지자체 지원금을 받아서 제작하는 구조가 아니라 전문가 중심의 프로덕션 체제가 되야하는 등 전복에 가까운 체계 변화가 필요하지만 어차피 혁신이 필요한 오페라계가 아니던가!

국가에서는 오페라단에게 카메라타(Camerata) 방식도입, 다양한 인적∙물적 지원, 행정지원, 쇼케이스 도입 등 1년 간 창작할 충분한 시간과 사업비를 주고, 성과가 좋은 오페라들은 지속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출의 길도 열어줄 수 있다. 오페라가 K-POP만큼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트렌디하고 세련된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엄청나게 보유한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적인 문화강국이다. 조국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민간오페라단을 착취하지 않는 페스티벌 운영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올해는 글로리아오페라단(사랑의 묘약), 호남오페라단(달하, 비취시오라), 노블 아트오페라단(나비부인), 더 뮤즈 오페라단(배비장전), 선이오페라앙상블(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 등 5개의 민간오페라단과 국립오페라단(바그너 갈라) 등 1개의 국립오페라단이 참여했다. 오페라를 제작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전국 150여개(?)의 민간오페라단 중에서 오페라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민간오페라단은 작품의 수준을 담보하는 것은 물론 티켓 파워, 제작비용, 관객유치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민간오페라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망과 역사가 있는 민간오페라단이라고 하더라도 열악하기는 여느 예술단과 다름없다. 현재 집행부에서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오페라단들에게 제작비의 1/3만 일괄지원하고 창작오페라는 이에 1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이 비용으로는 창작오페라의 부활을 기대하기는커녕 연습비와 운영비를 충족하기에도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문체부에서는 국가의 이름으로 축제를 하면서 민간인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국립오페라단에 성악가 하나 없이 민간오페라단에 하청∙재하청을 주는 구조처럼 기형적이고 왜곡되어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페라축제라면서 국가가 민간을 착취하는 구조가 아니라 민간이 충분히 오페라를 창작할 수 있고, 지역을 대표해서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국가의 위상에 맞는 것이다.

창작오페라에 대해 예술의전당도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을 대하는 문체부의 시각과 태도도 문제지만 예술의전당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사실상 오페라 전용관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 예술의전당은 그 사실을 망각하고 대한민국 대표 오페라축제 기간임에도 대관장사를 하면 되겠는가?

첫째, 문체부는 참여하는 오페라단에게 1/3의 제작비를 지원하는데 이는 참여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참여하는 단체는 예술의전당에 대관료를 내야 한다. 이건 뭐 국가에서 지원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국가에서 밑장을 빼는 꼴불견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대한민국 오페라의 산실인 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자가 되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기간 동안 출품작에 한해서 오페라하우스 대관료를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향후 예술의전당은 공동주최가 되어 성악가들의 연습공간을 제공해 주거니 출중한 신진 성악가들을 발굴해서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영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오페라를 위해 일정한 역할과 기능을 했으면 한다.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 영재들의 등용문이 있어서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탄생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제라도 예술의전당이 영재지원 메세나 기능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공연 일정 확대 및 지방공연이 필요하다.
민간 기업에서 사업비를 들여서 일 년간 만든 오페라를 페스티벌 기간에는 3일 정도만 공연한다. 이건 효율성과 예산낭비의 문제다. 페스티벌 기간을 늘려야 한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오페라의 활성화 및 확대와 국민들이 이 기간만이라도 오페라를 향유하기 위한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 관객들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서울 공연을 마친 후 페스티벌에 참가한 단체들의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지역에 내려가서 공연하도록 하는 것이 원래 페스티벌의 취지에 부합한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번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사직하고, 성악가들의 열정페이 문제와 부당계약 문제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등 다사다난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직위원회에서는 축제 개막을 알리는 눈물의 기자회견 말고는 각 오페라단이나 각 오페라, 출연진 등에 대한 언론대응과 마케팅이 부족한 느낌이다. 관객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성악가에 대해 더 알고 싶거나 팬 미팅을 할 기회, 그리고 기간 동안 공연영상이나 곡을 다운 받아서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제공되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축제는 끝났고 숙제는 남았다.
현재 요청받은 ‘달하, 비취시오라’ 오페라를 사례로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한 창작오페라 활성화에 대한 전략과 문화정책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의사가 있는 오페라와 오페라단 단장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오페라가 제대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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