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돋는다, 멋이 흐른다 … 2019 전통연희 페스티벌 성료
흥이 돋는다, 멋이 흐른다 … 2019 전통연희 페스티벌 성료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6.05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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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 1~2,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시민 2만여 명 참여

“연희는 무엇일까요?(뭐~~) 연희는 즐거울까요?(즐~~)
난 알아. 난 알아. 연희가 대단한 걸 난 알아

심장이 쫄깃쫄깃 뛸판도 있구
마음이 콩당콩당 놀판도 있구

연희는 뛸판놀판 연희는 살판이다
연희로 행복하자!” 

(2019 전통연희 페스티벌 연희송, 원곡 오빠는 풍각쟁이 개사 윤중강)

익살맞고 흥겨운 멜로디가 ‘2019 전통연희 페스티벌’이 열린 지난 1일과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 곳곳에 울려 퍼졌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전통연희 페스티벌은 2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명품'연희 공연 중 하나인 '진주오광대' 공연 장면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명품'연희 공연 중 하나인 '진주오광대' 공연 장면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연희자의 뛸판, 관객을 위한 놀판, 모두 살맛 나는 살판’을 슬로건으로 펼쳐진 2019 전통연희 페스티벌은 6월 첫째 주 주말 양일 간 30개의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페스티벌은 ‘청년, 명품, 참여’의 세 주제를 바탕으로 7세 쇠잡이(꽹과리)부터 70대 명인까지 세대를 이어 계승되는 전통연희와 줄·북·탈놀이 등 다양한 연희를 선보였다.

지난 1일 저녁 열린 개막식도 전통연희의 흥과 멋을 한껏 발휘한 무대였다. 정가 가객 하윤주와 소리꾼 권송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은 중앙대 무용단의 북소리춤이 포문을 열었다. 묵직하고 리듬감 있는 북소리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며 흥을 돋구었고, 다음으로 김운태x연희단팔산대의 ‘채상소고춤’ 무대가 이어졌다. 

남성명무 중 가장 날렵하기로 소문난 김운태 명인은 ‘채상소고춤’의 대가로 정평이 나있다. 전립(戰笠)에 흰 띠를 달아 돌리면서 추는 ‘채상소고춤’은 소고를 두드리는 소리와 민첩한 발동작이 조화를 이뤄 흥을 이루는데, 공중을 나르듯 누워서 회전하는 ‘자반뒤집기’는 기예의 극치로 이날 공연에서도 자반뒤집기 하는 김운태 명인에 관객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개막식 공연의 세 번째는 ‘연희 꿈나무’ 홍지우 어린이의 ‘어린이 연희’가 펼쳐졌다. 경쾌한 꽹과리 소리와 함께 귀엽고 깜찍한 몸놀림으로 상모를 돌리며 등장한 홍지우 어린이는 전통연희 페스티벌 최연소 출연자로 올해 초등학생이 됐다. 이미 동네에 연희 신동으로 소문난 홍지우 어린이의 능청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꽹과리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등장한 두 남성 국악인의 무대도 예사롭지 않았다. 방성혁x김성대의 ‘투북’ 무대는 말 그대로 북 두 대로만 연주하는 타악 작품으로, 연희자들은 전통연희 페스티벌을 맞이해 북의 다양한 가락과 새롭게 창작한 리듬형태를 선보였다고 한다. 북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가락의 대삼소삼과 화려한 북가락, 그리고 관객과 주고받는 형식으로 무대는 꾸며졌다. 나아가 장고와 북이 함께하는 ‘맞고’와 큰북을 메고 치는 ‘대북놀음’이 합해져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무대였다.

개막식의 다섯 번째 공연은 가장 짧지만 임팩트 있는 공연이었다. 바로 금동훈의 ‘자반돌리기’로 전국에서 이름난 부산국립국악원 연희부 단원 금동훈의 시원한 자반뒤집기(몸을 공중에서 회전하여 착지하고 다시 회전, 착지가 계속 반복되는 동작)는 관객들의 탄성을 불러 일으켰다. 

대망의 마지막 무대는 연희컴퍼니 유희x킹스턴루디스카의 ‘유희스카’였다. 관객들의 가장 뜨거운 반응과 호응을 불러일으킨 무대로 그야말로 ‘꾼’들의 신명나는 무대였다. 언뜻 보기에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그룹이 뭉쳤지만, 시쳇말로 ‘케미’가 뛰어난 점도 흥미롭다. 

여섯 명의 젊은 전통 연희꾼들이 모여 전통을 기본으로 하면서 동시대의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연희컴퍼니 ‘유희’는 색깔 있는 무대로 서울시 우수국악작품에 선정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무대에서도 인정받은 실력파다.

킹스턴루디스카는 자메이카 스카(Ska) 음악을 선보이는 9인조 스카밴드로, 스카 이후 발전한 록 스테디와 레게 등 자메이카에서 파생된 모든 음악스타일을 한국적 감성으로 풀어내 한바탕 쏟아지는 스콜 같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스카의 발랄한 리듬 위에 슬프미 녹아있는 멜로디는 한(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한국적 정서와도 맞닿아 ‘유희’팀과 신선하고 오묘한 무대를 선보였다.

전통연희 페스티벌 전경욱 추진위원장은 “흥행을 위해 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일단 재밌어야 한다. 그래서 2019 전통연희 페스티벌에서는 전통연희의 가치와 품격을 느낄 수 있고, 흥과 신명이 넘치는 재미있는 공연들을 다채롭게 준비했다”라며 “앞으로 이 축제가 전통연희의 대중화와 창작연희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