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우리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빈민운동가 최인기의 ‘청계천 사람들’ 사진전
[전시리뷰]우리사회의 변화를 꿈꾸는 빈민운동가 최인기의 ‘청계천 사람들’ 사진전
  • 정영신 장터사진가
  • 승인 2019.06.16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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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브레송 갤러리에서 오는 20일까지 이어져

25년 넘게 빈민운동의 현장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해온 빈민운동가 최인기씨의 청계천 사람들사진전이 지난 11일 충무로 브레송 갤러리에서 열렸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가 최인기씨 Ⓒ정영신
'청계천 사람들' 사진가 최인기씨 Ⓒ정영신

서울의 중심을 흐르는 하천인 청계천은 서울 600년사를 압축적으로 품고 있는 역사적 장소이다. 그의 인생에서도 청계천은 가장 소중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청계천은 산업화 현상에 발맞춰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에 다양한 경험의 흔적을 남겼다.

또한 청계천은 서울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가장 낮은 곳으로 치부되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유입은 생활의 장()으로서의 청계천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문화와 정치, 사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그는 청계천에 살면서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시기에 농촌에서 떠밀려 대도시로 옮겨와 빈민이 된 사람들이 청계천 하천변에 집을 짓고 정착하면서 막노동, 노점상, 행상, 파출부등 밑바닥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들이 자기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였지만 결국 궁핍한 생활을 하는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계천이란 공간은 그에게도 삶의 공간으로 애정이 많은 곳이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재개발과 철거문제에서 비롯된 투쟁과 저항,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으로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가난함을 마주한 그들의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며 사진을 찍었다. 용산참사가 벌어지고, 서울역의 노숙인들이 날로 늘어나고, 동자동 쪽방촌에서는 연일 무연사가 생기는데도 대책은커녕 온갖 무시와 방관으로 일관해버린 이사회에 카메라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그는 이들의 삶이 좀체로 나아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공간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무심해도 괜찮은 건지, 사진을 기록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빈민운동현장에서 함께 투쟁을 한다.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고 파헤쳐지는 관행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사회가 너무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뒤를 돌아보거나, 천천히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만들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람들이 편안한 도시환경에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도시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흔적과 과거를 보존함으로써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우리나라는 눈부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앞 만보고 달려오면서, 부수고 세우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졌다. 또한 개발과 성장은 기형적인 도시를 만들어 나가면서 과거의 흔적들을 깡그리 지워버린다. 그는 국적불명의 건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앉은 UFO나 거북이 등딱지처럼 보여 많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에게 사진의 출발점은 빈민운동 선전홍보물을 만들거나, 재판받을 때 증거자료로 쓰기위해 기록했다고 한다. 허나 점차적으로 사진을 기록하면서 왜 사진을 찍고 있는가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서 현장에서 투쟁했기 때문에 사진에 더 몰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사진가는 사진을 왜 찍을까. 과연 사진으로 우리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청계천을 찍은 원로사진가들은 도시에 남겨진 일상적이고, 소소한 흔적들을 포착하여 과거를 기억하고 증언했다면, 최인기사진가의 사진은 투쟁의 역사 속에서 온몸을 던지는 노동운동의 현장을 기록했다.

공감아이대표이자 사진치유자 임종진씨는 최인기의 청계천 사람들사진집 사람이 우선인 사진서문에 "청계천 사람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형상들은 아마도 치열한 빈민운동가이자 단호한 어조로 인간의 존엄성을 전하고자하는 최인기의 존재적 의미의 기호이자 발원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예술이라는 미학적 표현의지를 타고 넘어 너나 할 것 없는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소소한 이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는 최인기의 시선은 늘 사람이 우선이고, 가장 최선이다. 그럼으로 최인기의 사진은 정녕 사람이요 삶이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긴박한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사진들이 반긴다. 현장에서 함께 한 카메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핍박받는 노점상을 대변하고, 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채 부유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청계천 사람들 (사진제공 : 최인기작가)

우리시대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슬픈 기록을 하는 최인기사진가는 따뜻한 마음이 모여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오늘도 그들을 기록할 것이다. 그의 카메라는 도시를 떠나지 못한 채 유령처럼 부유하는 사람들의 삶을 따라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음모를 꾸밀 것이다.

청계천 사람들사진전은 충무로 브레송갤러리에서 오는 2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