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소리’를 두고 펼쳐지는 한바탕 전쟁, 춘향전쟁!
[공연리뷰] ‘소리’를 두고 펼쳐지는 한바탕 전쟁, 춘향전쟁!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6.10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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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리'를 찾기 위한 사투, 오는 23일까지 정동극장

소리는 이미지 보다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을까. 화제를 모은 인물이 아니고서야 엔딩타이틀에서 음향감독의 이름을 주목하는 대중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소리의 가치와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작업실에서 고독한 사투를 벌이는 인물 한 명이 있다. 상황에 적절한 음향효과를 위해 뽁뽁이 소리, 고무장갑 비꼬는 소리는 물론 온갖 종류의 적절한 소리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영화 ‘성춘향’의 폴리아티스트(영화 제작 시 목소리(대사)와 음악(배경음악)을 제외한 소리 중 물체 고유의 소리를 녹음하는 역할)가 그렇다. 

▲ ‘춘향전쟁’에서 영화 ‘춘향전’의 신상옥 감독과 폴리아티스트 세형이 영화 장면에 맞는 음향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 ‘춘향전쟁’에서 영화 ‘춘향전’의 신상옥 감독과 폴리아티스트 세형이 영화 장면에 맞는 음향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정동극장이 ‘2019년 창작ing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실제 영화적 사실을 음악극으로 풀어낸 <춘향전쟁>을 들고 돌아왔다. 1961년 영화 ‘성춘향’에 판소리를 얹은 이 작품은 전통 장작 음악극의 확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실험한다.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한 픽션드라마 레트로소리극 <춘향전쟁>은 음악은 전통, 감수성은 복고, 형식은 현대로 구성했다. 또한 배경은 1961년 1월이다. 

당시 상황을 회자해보자면 한국 영화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 열흘 간격으로 개봉한다. 두 편의 영화는 감독들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배우 최은희, 김지미를 내세운 라이벌 전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었다. 개봉 전 대부분 젊은 춘향과 베테랑 감독이 만난 ‘춘향전’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결과는 신상옥 감독과 배우 김지미의 ‘성춘향’의 완승으로 서울 관객 36만 명, 당시까지 한국 영화사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작품의 제목 ‘춘향전쟁’은 당시 두 영화의 대결을 빗댄 기사의 타이틀이었다고 한다. 

‘그 소리는 진심이었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온갖 소리 중에 적확하고 마음에 꽂히는 ‘진짜 소리’를 찾기 위한 폴리아티스트 세형이 무대에서 몸부림을 친다. 영화 ‘성춘향’ VS ‘춘향전’을 둘러싼 숙명의 대결이 펼쳐지는 역사적인 순간 하루 전, 그리고 통행금지 직전 영화상영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신상옥 감독이 한양녹음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세형이 괜히 몸부림을 치는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영화 ‘성춘향’의 원본 필름을 들고 작업실로 잠적해버린 것이다. 소리채집에 한창인 세형에게 비수를 꽂는 신 감독의 한 마디.

‘그깟 효과음’

이제 포기할 만도 한데 세형은 끝까지 한땀 한땀 만들어내는 소리를 영화에 입힌다. ‘나한테는 소리를 갖고 노는 게 최고’라며 소리를 즐기는 세형의 열정이 전달돼서일까. 극이 전개될수록 온갖 소리의 매력이 펼쳐진다. 그러다 이내 신 감독도 소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자각하고 대중들의 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문밖을 박차고 나서기에 이른다. 픽션과 현실을 오가며 직조해간 극의 절정은 <춘향전쟁>의 관객들을 무대로 올린 부분이다. 지금껏 무대를 향하던 조명이 관객석에 비취며 한바탕 소리마당을 펼치며 극의 흥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휘몰이 장단처럼 휘몰아친 소리마당이 끝나고 극은 폴리아티스트 세형의 ‘성춘향’의 압승을 알리며 라이벌전의 긴박감은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신창렬 작곡가는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의 확장을 보여주고 싶다. 연주자들의 악기가 음향효과의 도구가 되고 소리꾼의 목소리는 또 다른 악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소리의 표현방식이 다양하다. 소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춘향전쟁>은 파격적이고 모던한 전통소리극이다. 우리 소리의 세련미가 돋는다. 또한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의 캐스팅은 신의 한수였다. 우리 소리의 묘미를 알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춘향전쟁>은 오는 23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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