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한국 무형문화재정책의 진로
[문화칼럼] 한국 무형문화재정책의 진로
  • 문학박사 이장열
  • 승인 2019.06.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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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가 죽어야 무형문화재가 산다
▲ 문학박사 이장열

<서언>
최근에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을 앞두고 무용계가 시끄럽다. 문제의 발단은 새로 부임한 문화재청장이 부임과 동시에 이미 4년 전에 보류ㆍ폐기(?)된 바 있는 살풀이춤과 태평무 등 무용종목에 대하여 작심한 듯, 이전과 같은 형태로 보유자 인정을 밀어붙이려고(?) 나섬으로써 비롯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문화재청이 과거 시행착오를 바로 잡거나 정책의 개혁을 위한 일도 아니었다. 그저 옛날에 무산된 것을 미련을 가지고 다시 들고 나와서 구태를 재현하겠다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에 전통무용계가 폭발한 것이다. 담당과장은 문화재위원들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발뺌했지만 무용계는 문화재위원의 위촉권자인 청장의 뜻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전수교육조교들로서는 이미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한 목전의 ‘보유자’ 자리를 절대 노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공개심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인정받은 ‘이수자’들 역시 오직 한길, 무용인으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목전의 ‘보유자’ 꿈을 허망하게 노치고 싶지가 않았을 것이다. 소위 ‘인간문화재’는 누구와 함께 하기를 싫어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같이 가자”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오직 자기 혼자만 이어야 한다. 그러니 모두들 정치권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이라도 빌려서 보유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전통문화에 대해서 전문가도 아닌 새 청장이 부임하자 곧바로 골치 아픈 이 문제를 십자가처럼 떠안으려고 나선 그 가상한(?) 소신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려는 사람도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오랜 세월동안 무형문화재 정책을 연구해온 전문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대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무형문화재 와 보유자>
 무형문화재란, 최소 3세대(약 100년) 동안 전승을 이어온 음악, 무용, 민속놀이, 의식 및 제례 등 전통문화로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특별시, 광역시, 도)에서 특별히 보존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정한 종목을 말한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호와 여러 형태의 지원을 받게 된다. 보유자란 현역(보유자)와 명예보유자(기능이나 예능능력을 상실한 전직 보유자)를 합친 용어다. ‘인간문화재’란 말은 논리적으로 부적당한 용어지만 오랜 세월동안 기득권자들의 부단한 로비활동으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5. 3. 27에 새로 제정되면서 법률상 용어로까지 승격된 말(별칭)이다. 도대체 보유자가 되면 어떤 혜택이 있기에 그 명칭을 얻고자 난리들일까?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 17조는 종목이 지정되는 경우에는 보유자 인정도 동시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유자가 된 사람은 개인 생계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매월 상당한 액수를 평생동안 받을수 있으며 기능과 예능을 상실한 사람에게도 명칭은 ‘명예보유자’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여 역시 죽을 때 까지 연금형태의 봉급을 받을수 있어서 사실상 “한번 보유자는 영원한 보유자”인 셈이다. 그리고 자기 권한으로 제자들에게 교육을 시켜 이수자를 양성할 수 있고 전수교육조교 선정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수학경력 유무와 무관하게 대학졸업 학력인정을 바로 받을수 있고, 각종 세금감면, 공공시설 이용시 감면 등등 헤아릴수 없을만큼 많은 혜택이 뒤따른다. 평생동안 근무하지 않고 연금수급을 받으며 신분, 명예와 돈, 사회적 존경을 한꺼번에 얻게되는 이런 매력적인 보유자가 되기 위해서 싸움판이 되어버린 무형문화재계,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문화재보호법의 근원>
그동안 많이 개정되었지만 무형문화재가 포함된 「문화재보호법」은 처음부터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그대로 모방하여 1962년에 제정ㆍ공포된 법이다. 그 초안은 「조선총독부」에서 촉탁으로 근무하여 일본어에 능통했던 장모(작고)씨였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일본의 법과 토씨하나도 바뀌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러니 무형문화재 부분도 역시 일본제도와 대동소이하다. 일본인들은 전통을 지극히 존중하여 거의 신성시까지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형문화재, 특히 그 보유자 까지도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 그 제도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가지고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것은 새로운 문화창조의 모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통문화를 존중하기 보다는 사람인 소위 ‘인간문화재’를 존중하는 제도로 변질된 것이다.

 <한국 무형문화재의 현실 : 제도상 문제점>
 현행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제도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지면관계상 세부내용은 줄이기로 한다.

첫째,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제도는 공직처럼 계급화 되어있다. 매월 봉급처럼 받는 연금은 본래 그가 가진 기, 예능 때문에 지원하던 것이었지만 기, 예능을 상실하여 폐인이 된 후에도 “명예보유자”라는 이름으로 죽을 때 까지 지급된다. 보유자가 되는 길도 이수자→전수교육조교→보유자의 단계적 진입이라는 견고성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일단 보유자가 되고나면 그 권위에 대해서 간섭할 자도 대항할 자도 없다. 이것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유자, 전수교육조교 등 관직화(?)된 자리를 따야하는 전통문화인들의 이유고 목표다. 일단 ‘보유자’라는 타이틀을 얻게되면 같이 경쟁하던 실력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주저앉아버리고 더 이상 전통문화를 하고 싶은 의욕마저 상실하게 된다. 오직 한사람만을 요구하는 보유자 제도의 모순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종목에 보유자를 여러 명씩이나 둔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전통문화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우리에 가둬놓고 먹이를 주는 우리나라 무형문화재정책의 모순이다. 특히 1990년대에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괴물같이 새롭게 나타난 문화권력을 파괴하여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들이 그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무형문화재와 지방문화재도 구분하여 계급을 붙여놓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가 높은 것이다. 그러나 국가지정으로 되어있는 무형문화재도 본래는 한 지방에서 자생한 종목이다. 지방문화재 보유자는 국가지정 문화개 보유자가 되기 위해서 정치권을 동원하고 그렇게 해서 올라선 사람들도 많다. 과연 어느 직이 전국적인 것이고 어느 것은 지방에 국한된 것일까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막걸리나, 아리랑 같은 극소수의 전국적인 종목만이 국가지정으로 남아 있어야 할 뿐 다른 것은 모두 지방문화재로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었지만 이런 폐쇄적인 제도하에서는 자유경쟁적인 실력향상, 전통을 응용한 문화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무용계의 사태도 이런 차원에서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둘째, 전통예술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각성이다.
요즘은 전통문화가 문화상품화 되면서 종목도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돈이 되는 인기 종목에는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배우고 이수하려는 이들이 몰리는 반면에 비인기 종목은 배우려는 사람도 없어서 한산하기만 하다. 이미 부를 축적한 인기종목은 전통보존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을 정도로 상호 자유경쟁 속에 실력도 향상되고 전통을 응용한 새로운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종목은 보유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끊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보유자들은 유명세에 힘입어 정치권과 손잡고 더욱 많은 혜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인기종목은 기록보존만 철저히 하여 보존하고 종목을 해제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정책당국은 그렇게도 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자유경쟁체제로 정책전환이 시급하다. 폐쇄체제하에서는 기술과 예능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폐쇄적 독재국가에서는 수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만 하면 배급으로 밥을 먹여주기 때문에 특단의 노력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예능인이 있는가? 현재 지정된 전통문화를 고수하는 사람도 본래는 하나의 직업인이었다. 먹고 살기위한 직업 그 자체였을 뿐이다. 그들도 살기위해서 새로운 것을 창안해내고 그런 자유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성공한 자이다. 한국의 무형문화재도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자유경쟁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현재의 폐쇄적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힘있는 정치권에 빌붙어 보유자가 된 자들만 살아남고 실력 있는 예능인들은 의욕을 잃고 중도하차하여 사멸하고 말 것이다.

 <결론>
지면관계상 짧게 결론을 맺고자 한다. 전통을 지키는 것은 세계 각 민족이 다 하는 일이고 또 필요하다. 그러나 전통을 지키는 목적은 이를 활용하여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제도는 보유자가 된 한 사람에게 전통을 지켰다고 국가가 평생 보상을 해주는 제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통은 한사람의 보유자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보유자가 되지 못한 많은 전통기능인ㆍ예능인들의 입장도 배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유자 인정제도, ‘인간문화재’라는 용어, 우리에 가둬놓고 먹이를 주는 식의 전통문화 보호정책은 바꿔져야 한다. 문화재위원회와 보유자 인정심사제도도 개혁되어야 한다. 과거의 임동권(34년), 예용해(30년), 성경린(28년), 이두현(28년)씨 등이 모두 문화재위원을 28-34년을 역임하면서 그 분야 대부로 행세했지만 설사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이 많다고 빼고, 한번만 하고 말도록 한다는 발상도 결국은 제가가 스승을 심사하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에 옳은 발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기득권자들을 보호하려고 들고 일어날 텐데, 누가 총대를 지고 그 일을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나는 ‘인간문화재가 죽어야 한다.’ 라고 확신한다. 이는 국가가 인간문화재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뜻으로만 이해해 주기 바란다.

 

*이장렬 박사 프로필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문학박사

고려대대학원 민속학과에서 “한국무형문화재정책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문화재청(무형문화재과장, 기념물과장, 창덕궁소장 역임),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총 35년간 공직생활 후 명예퇴직 했다. 저서로는 『한국무형문화재정책, -역사와 진로-』외 수필집 2권이 있으며 삼육대, 경주대, 명지대에서 초빙교수로 무형문화재학을 강의했다.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대학(원) 사학석사과정, 스페인 교육문화부 파견근무 등 3년 6개월간 해외 공직생활 경험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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