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문화 잇기] 주민자치와 협의의 시대 … 주민들만 있으면 협치인가?!
[박희진의 문화 잇기] 주민자치와 협의의 시대 … 주민들만 있으면 협치인가?!
  • 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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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큐레이터/칼럼니스트

그간 필자는 컬럼을 통해 문화예술로 도시가 바뀌어 가고 있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주민 활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어왔다. 도시개발사업이 아닌 도시재생사업이 주민 제안에 따라 물리적, 사회적, 인적 자원으로 활용되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했고, 이 과정에 주민들이 제안해서 실행된 사례들을 발굴하는 데에 주력했다. 

최근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인해 구도심이 커지면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땅값이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젠틀리피케이션’을 시작으로 도시재생 자체가 대책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되기도 하면서 현지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의 대안이 필요하다고들 지적한 바 있다.

필자 또한 재개발이나 뉴타운 등의 철거가 옳지 못하고 도시재생이 매우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재개발의 방식이기에 찬양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낙후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는 ‘도시재생’에 대해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닌 쇠퇴한 도시에 주민들이 사라져가는 도시의 가치를 찾으려는 움직임들, 그 공동체의 가치 재생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필자는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의 가치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면서 온전히 우리 전통문화가 동시대에 우리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스스로가 그 가치를 인정해야만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의 가치를 찾고 재생하는 것은 지역 주민의 몫이 크다고 본다.

최근 정책의 화두는 협치(거버넌스, governance)이다.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고, ‘무언가 결정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선행하겠다.’는 말로도 사용된다. ‘시민주도형 도시문화 거버넌스’, ‘융합형 거버넌스’, ‘로컬거버넌스’ 등 그 형태도 다양한데, 이를 ‘공공경영’이라고도 부른다. 행정 자체를 조직의 네트워크 상호작용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사라진 마을이 다시 부활하고 마을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머리를 맞댄 것은 ‘협치’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필자가 그간 컬럼에서 다루고자 했던 ‘재생’이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주민 공동체에서 시작된다. 공동체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귀 기울여 이들의 행보를 관심 있게 바라보던 필자는 한 가지 오류를 발견했다.

행정과 주민 공동체 사이에서의 협치 수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주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주민참여’에 치중하다보니 ‘협치’를 놓치고 가는 것은 아닐까. 공동체의 가치를 찾는 일이 주민이 주도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운영하지만 진정한 공동체의 협치를 위해서는 주민의 형편을 살피고 지원하는 행정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주민이 하면 된다’는 무모한 정책의 빈틈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주민들의 요구와 관심을 알지 못하는 행정에서 지역의 가치를 재생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지역의 특성을 모르고 주민에게 관심이 없는 행정의 요구는 낯선 예술을 체험해보며 하나, 둘 알아가는 이웃 주민끼리는 친해졌을지 모르지만 사업 취지에 따라 지역의 가치를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찾기에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련던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더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공동체’의 범위는 확대되고 더 많은 주민들의 수요가 결합된 일상생활 공간에서의 ‘가치재생’이 가능하다. 

삶의 터전과 땅의 사람을 지키기 위한 정책 속에 공동체의 가치를 찾고 주민들 스스로 삶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공동체라는 사람들 속에 장소의 재생이 이뤄져야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마을과 도시가 된다. 진정한 마을의 재생을 위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그들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발견하고 이를 위해 주민 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