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 김영진의 ‘BOUNDARY’와 홍경화의 ‘몸-저장된 시간 ver.3'
[이근수의 무용평론] 김영진의 ‘BOUNDARY’와 홍경화의 ‘몸-저장된 시간 ver.3'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6.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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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38회 MODAFE에서 ‘Systems on Public Eye’(SPE)를 다시 만났다. 첫 만남은 5년 전 창립공연에서 보았던 ‘Motion Five’(2014.1, M극장)였다. 당시의 작품은 미나유가 안무하고 아크람칸 무용단 출신인 김영진, 가림다현대무용단의 김성용 등 남자무용수 두 명과 기은주, 김지형, 최수진 등 여성무용수들이 화려한 춤을 선보인 30분 작품이었다. 김영진의 이번 작품  ‘BOUNDARY’(5.23, 아르코대극장)는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춤 캐릭터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는 사람들 간의 경계 혹은 관계(relationship)를 다룬다. 관계가 정리된 후의 안정감이랄까 혹은 그리움이랄까, 세련된 음악과 흐릿한 조명, 부드러운 솔로와 군무가 잘 어우러진 무대는 한 편의 시(詩) 낭송을 듣는 듯한 서정이 살아 있었다.

동트기 전 새벽 하늘같은 희미한 회색조 벽면을 배경으로 역광을 받아 검은 색으로 부각된 무용수들이 실루엣처럼 서있다. 감미로운 음악에 맞춰 6명 무용수들의 몸이 하나가 된 듯 부드럽게 율동하기 시작한다. 무대 상수 가운데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남자, 말 없는 대화 혹은 독백이랄까, 그 앞 무대 가운데서 한 남자가 고독한 춤을 춘다. 음악과 함께하는 우아한 남성 춤이다. 유일한 여성 무용수(김보람)의 솔로가 뒤따른다. 배경은 회색에서 청색으로 다시 연한 비둘기색으로 변한다. 함께 하다 헤어지고, 헤어진 후의 그리움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러나 언제고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기다림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색조의 변화로 암시된다. 추억을 떠올리는 아련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어두운 조명 아래 실루엣처럼 벽면에 부각된 몸들이 펼쳐내는 솔로와 듀엣, 군무가 아름다웠다. ‘Systems on Public Eye’는 관객이 보는 시스템 혹은 관객에게 비쳐지는 무대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그들이 꿈꾸는 예술행위의 바탕에 관객이 존재하고 예술적 영감을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이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그들이 꿈꾸었던 초기의 다짐이 흔들리지 않고 계속되길 바란다.

같은 날 보여준 다음 작품은 홍경화의 ‘몸-저장된 시간 ver.3’이다. 2017년 서울무용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몸-저장된 시간’과 이듬해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작인 ‘몸-저장된 시간 2’를 잇는 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ver.1이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리기도 하고 접을 수도 펼 수도 있는 플라스틱 벽 재료를 소도구로 사용하여 자유로운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면 후속작인 ver.2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기억에 초점을 맞춘다. 신축성을 가진 흰 벽(soft wall)은  뇌 속의 기억공간으로 기능한다. 시간의 흐름에 기억들은 각기 다른 방에 저장되고 각 방은 기억이 드나드는 별도의 문도 가지고 있다. 저장된 기억들은 각 방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로 간에 소통하면서 지워지기도 하고 융합하기도 한다. ver.3는 이 두 작품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성원리를 인용한다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시간은 공간을 왜곡시킬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시간이 빠르게도 흐르고 느리게도 흐르는 것처럼 뇌 속에 저장된 기억도 변화하면서 시간과 기억은 공존하는 것이다. 홍경화는 기억의 속성을 신축성 있게 접고 펴지고 늘어났다 줄어드는 의자들로 표현한다. 흰 벽의 주름이 시간의 자유로움을 표현한다면 가변적인 의자는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반응하는 몸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흰색을 위주로 한 무대미술과 의상이 신선했고 무용수들의 세련된 춤과 점으로 표현된 움직임이 완성된 형상을 이루어가는 영상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여성무용수들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몸의 잔상은 뒤샹이 그림으로 표현한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1911)의 이미지를 무대 위로 불러올린 듯한 신선함을 주었다. 공연시간 내내 이러한 분위기기 지속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공연시간 중 후반의 마무리부분은 평범했다. 3~40분 혹은 더 길어질 수 있는 대작의 공연 시간 내내 무대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일관되게 주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내공을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38회 MODAFE에서 ‘Systems on Public Eye’(SPE)를 다시 만났다. 첫 만남은 5년 전 창립공연에서 보았던 ‘Motion Five’(2014.1, M극장)였다. 당시의 작품은 미나유가 안무하고 아크람칸 무용단 출신인 김영진, 가림다현대무용단의 김성용 등 남자무용수 두 명과 기은주, 김지형, 최수진 등 여성무용수들이 화려한 춤을 선보인 30분 작품이었다. 김영진의 이번 작품  ‘BOUNDARY’(5.23, 아르코대극장)는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춤 캐릭터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는 사람들 간의 경계 혹은 관계(relationship)를 다룬다. 관계가 정리된 후의 안정감이랄까 혹은 그리움이랄까, 세련된 음악과 흐릿한 조명, 부드러운 솔로와 군무가 잘 어우러진 무대는 한 편의 시(詩) 낭송을 듣는 듯한 서정이 살아 있었다.

동트기 전 새벽 하늘같은 희미한 회색조 벽면을 배경으로 역광을 받아 검은 색으로 부각된 무용수들이 실루엣처럼 서있다. 감미로운 음악에 맞춰 6명 무용수들의 몸이 하나가 된 듯 부드럽게 율동하기 시작한다. 무대 상수 가운데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남자, 말 없는 대화 혹은 독백이랄까, 그 앞 무대 가운데서 한 남자가 고독한 춤을 춘다. 음악과 함께하는 우아한 남성 춤이다. 유일한 여성 무용수(김보람)의 솔로가 뒤따른다. 배경은 회색에서 청색으로 다시 연한 비둘기색으로 변한다. 함께 하다 헤어지고, 헤어진 후의 그리움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러나 언제고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기다림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색조의 변화로 암시된다. 추억을 떠올리는 아련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어두운 조명 아래 실루엣처럼 벽면에 부각된 몸들이 펼쳐내는 솔로와 듀엣, 군무가 아름다웠다. ‘Systems on Public Eye’는 관객이 보는 시스템 혹은 관객에게 비쳐지는 무대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그들이 꿈꾸는 예술행위의 바탕에 관객이 존재하고 예술적 영감을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이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그들이 꿈꾸었던 초기의 다짐이 흔들리지 않고 계속되길 바란다.

같은 날 보여준 다음 작품은 홍경화의 ‘몸-저장된 시간 ver.3’이다. 2017년 서울무용제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몸-저장된 시간’과 이듬해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작인 ‘몸-저장된 시간 2’를 잇는 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ver.1이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리기도 하고 접을 수도 펼 수도 있는 플라스틱 벽 재료를 소도구로 사용하여 자유로운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면 후속작인 ver.2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기억에 초점을 맞춘다. 신축성을 가진 흰 벽(soft wall)은  뇌 속의 기억공간으로 기능한다. 시간의 흐름에 기억들은 각기 다른 방에 저장되고 각 방은 기억이 드나드는 별도의 문도 가지고 있다. 저장된 기억들은 각 방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로 간에 소통하면서 지워지기도 하고 융합하기도 한다. ver.3는 이 두 작품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성원리를 인용한다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시간은 공간을 왜곡시킬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시간이 빠르게도 흐르고 느리게도 흐르는 것처럼 뇌 속에 저장된 기억도 변화하면서 시간과 기억은 공존하는 것이다. 홍경화는 기억의 속성을 신축성 있게 접고 펴지고 늘어났다 줄어드는 의자들로 표현한다. 흰 벽의 주름이 시간의 자유로움을 표현한다면 가변적인 의자는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반응하는 몸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흰색을 위주로 한 무대미술과 의상이 신선했고 무용수들의 세련된 춤과 점으로 표현된 움직임이 완성된 형상을 이루어가는 영상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여성무용수들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지는 몸의 잔상은 뒤샹이 그림으로 표현한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1911)의 이미지를 무대 위로 불러올린 듯한 신선함을 주었다. 공연시간 내내 이러한 분위기기 지속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공연시간 중 후반의 마무리부분은 평범했다. 3~40분 혹은 더 길어질 수 있는 대작의 공연 시간 내내 무대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일관되게 주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내공을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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