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문학관이 특별한 이유… ‘바람으로 지은 집, 바람으로 지은 책’
김홍신문학관이 특별한 이유… ‘바람으로 지은 집, 바람으로 지은 책’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06.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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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울의 잉크는 내 영혼의 한 점, 죽을 때까지 작품 쓰겠다”
한 기업인이 작가에 존경 담아 기증한 문학관, '시인신물념(施人愼勿念)' 실천
김홍신 작가, 밀리언셀러 ‘인간시장’ 비롯 136권 책 펴낸 한편, 수많은 활동 이력 놀라움 자아내
김홍신의 문학정신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김홍신 작가의 고향 후배인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의 62억원을 쾌척해 설립한 김홍신문학관 전경.

“문학관의 상징인 검정색 동그라미는 제가 만년필로만 글을 쓰는 검정 잉크이고 붉은 동그라미는 제 영혼의 피를 찍어 쓰겠다는 뜻입니다. 저는 죽을 때 만년필을 쥐고 죽겠다는 마음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김홍신문학관 개관식에서 이날의 주인 공인 김홍신 작가의 비장한 각오의 말이다. ‘인간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국내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인 김홍신의 문학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에 기여하고자 지난8일 개관한 김홍신문학관이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김홍신문학관 내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서가 앞에 선 김홍신 작가.

김홍신문학관은 논산시 내동에 1,210㎡(366평)규모의 문학관과 394.53㎡(120평)규모의 집필관, 2개동으로 들어섰다. 집필관에는 작가의 집필실을 비롯해 레지던시 창작 공간과 세미나실, 수장고를 갖췄다. 문학관은 작가 일대기의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특별전시실을 비롯해 아카이브 전시실, 문학전망대, 관람객을 위한 열린 다목적실과 카페로 구성돼 있다.

이번 김홍신 문학관 개관의 의미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김홍신 문학관은 첫째, 한 개인이 한 작가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기부해 지어졌다. 둘째, 자신이 기부하고도 이름을 내세우지도 않고 아무런 직책도 맡지않았다는 것, 셋째, 김홍신 작가가 집필한 책의 숫자와 그동안의 활동 이력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외에도 한옥을 현대화한 건축철학으로 선비의 벗을 상징하는 윤선도의 ‘오우가’의 벗들을 안팎정원에 들였다.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첨단 미디어를 구현해 마치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연상시키는 전시공간 등을 들 수 있다.

문학관은 김홍신의 문학정신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고향 후배인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의 전액 후원으로 동향 선후배 간의 두터운 우정과 애향심이 담겼다. 이는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사례다. 남 회장은 기업의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기업명을 앞세워 홍보를 할만도 한데 전혀 자신의 이름이나 회사의 이름을 드높이려하지 않았다. 문학관은 (재)홍상문화재단의 소유다. 남상원 회장이 30억원을 쾌척해 설립한 후 김홍신 작가를 이사장으로 추대하고 이사 등재도 하지 않았다. 기부의 전범을 보여준 셈이다.

▲문학관 개관을 축하하며, 테잎커팅식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남상원 아이디앤플래닝그룹㈜ 회장, 김홍신 작가, 황명선 논산시장, 김병준 전 교육부장관.

이는 이날 개관식에서 축사를 한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의 축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 이사장은 “오늘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며 “후한시대 문인이자 정치가인 최원(崔瑗)의 좌우명 시인신물념(施人愼勿念) 수시신물망(受施愼勿忘)-남에게 베푼 은혜는 마음에두지 말고, 남에게 입은 은혜는 잊어버리지 말라)”라는 글귀를 인용해 “이는 남에게 베풀고 생색내지 말라는 것으로 이미 남상원 회장은 60여 억원을 기부하고도(자신의)이름을 철저히 가렸다. 오히려 “이 일로 인해 너무 행복하다고 하니 시인신물념(施人愼勿念)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치하했다.

김홍신 작가는 이날 “세계에서 생존작가의 문학관이 이렇게 장중하고 규모 있게 꾸며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억만금을 가진 재벌도 문학을 완결하지 않은 소설가의 문학관을 위해 62억 원을 아무조건 없이 기부하고 자기 이름조차 빼달라고 하는 경우는 세상에 없는 일이다”며 “그러나 나는 고집을 부려 제 이름 첫 자 「홍」, 남상원 회장 이름 첫 자 「상」을 합쳐 「홍상문화재단」이라 이름 짓고 김홍신 문학관의 역사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홍신문학관 내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연상시키는 서가가 눈길을 끈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김홍신 작가가 그동안 집필한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또 “세상에 보탬이 된 게 적고 배려와 베풂도 모자란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야 받을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복을 누리는 작가가 되었다”라며 대장간에서 불에 달군 쇠를 두들길 때 받침 쇳덩이를 이르는 ‘모루’가 자신의 호인 것처럼 오늘의 큰 ‘인연 공덕’ 세상에 보탬이 되도록 정진해 보답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홍신문학관 2층 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되고 있는 '김홍신의 대발해' 작품 관련 자료들.

김홍신 작가가 그간 활동해 온 이력을 보고 참석자들은 모두 깜짝 놀란다.

후원자인 남상원 회장 조차도 경이로움을 표했다. 남회장은 문학관 개관식에서 인삿말을 통해 “김홍신 작가가 136권의 책을 집필했고 국회의원 8년 연속 의정활동 1위 방송진행자로 노태우 김영삼 시절엔 소신 발언했다가 그날로 방송출연을 정지 당했다”면서 “시민운동가, 석좌교수, 통일의병 대표로 활동했고 바른 글로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으며 지금은 민주시민정치 아카데미 원장을 맡는 등 한 사람의 일생이 이렇게 대단할 수 있나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라고 감탄했다.

김홍신 작가는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 단편적으로 ‘인간시장’의 소설가로서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그가 구설에 올라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정도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가 우리 민주화를 위한 힘겨운 투쟁을, 철저히 그의 소신에 따라 한 내용을 보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홍신문학관 2층에 설치된 원형무대, '인간시장' 전시장 전경

김홍신문학관의 건축철학은 한옥을 현대화한 ‘바람으로 지은 집’이다. 이는 작가의 작품세계의 주요 모티프인 ‘바람’의 의미와 염원을 품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집필실 앞의 소나무와 대나무, 수석과 연못의 물과 하늘에 떠있는 달이 어우러지면 다섯벗들과 함께 몰입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건물벽의 나뭇결 질감과 목탄으로 마감한 레지던시 공간 등은 한 눈에 봐도 하나하나에 세심한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홍신문학관 개관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김홍신 작가가 앞으로 이 공간에서 백제의 대 서사를 써나가는 한편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광도 한 몸에 받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개막식의 주요 내빈으로는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을 비롯 김병준 前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송영무 前국방부장관,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 황명선 논산시장, 김진호 논산시의회의장, 권재진 前 법무부장관, 박영수 중앙선관위사무총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초참석키로 했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파리 출장으로 인해 김종규 이사장을 통해 축사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