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DIMF 개막작 ‘웨딩싱어’, 노래가 깨닫게 해준 진짜 인연
[공연리뷰] DIMF 개막작 ‘웨딩싱어’, 노래가 깨닫게 해준 진짜 인연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6.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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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싱어' 영국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지난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 총 9회 공연

“당신과 함께 늙어가고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의 마음을 향해 서있다. 달달한 연애 감정을 넘어 ‘천생연분’, 평생의 인연을 맺기 위한 마음의 교감이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놓여있다. 

진심을 담은 노래 선율이 대구 오페라하우스 무대를 가득 메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둘을 엮어준 오작교는 ‘노래’다.

▲ 제13회 DIMF 개막작 ‘웨딩싱어’ 공연이 지난 2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열렸다. '웨딩싱어' 전체 출연진 커튼콜 (사진=DIMF)
▲ 제13회 DIMF 개막작 ‘웨딩싱어’ 공연이 지난 2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열렸다. '웨딩싱어' 전체 출연진 커튼콜 (사진=DIMF)

올해로 13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지난 21일 저녁 개막작 영국의 ‘웨딩싱어’의 흥겨운 무대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지난 5월 14일 DIMF 기자간담회에서 배성혁 집행위원장이 “개막작은 페스티벌인 만큼 꼭 밝은 작품을 올리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축제의 흥과 재미를 끌어올리는 무대가 펼쳐졌다.

1985년 미국 뉴저지, 록스타를 꿈꾸는 로비 하트는 인기 웨딩싱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커리어뿐만 아니라 연애사업도 순탄하다. ‘여신’같은 약혼녀와 사랑의 단꿈에 빠져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연인과 ‘하나’가 되는 로비의 결혼식 날이 밝았다. 

결혼식장에서 로비를 맞은 것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오 나의 여신님’이 아니라 신데렐라가 남기고 간 구두처럼 덩그러니 놓인 약혼녀의 파혼 쪽지였다. 본인이 사랑한 것은 7년 전의 로비이고, 미래에 비전이 없어 보이는 동네 웨딩싱어와 결혼할 수 없다는 마음을 찢는 노트였다. 

로비의 마음은 찢어졌다. 약혼녀에게 파혼 당한 로비는 큰 충격으로 모든 결혼식을 재앙으로 만들어 버리는 불청객으로 돌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로비가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러주길 바라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웨이트리스 ‘줄리아’다.

줄리아에게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출세한 약혼자 글렌이 있다. 미적지근한 연인 관계를 4년 동안 이어오다 드디어 결혼하기로 했다. 들뜬 줄리아와 달리 글렌은 전혀 관심이 없다. 줄리아에게 결혼은 꿈에 그리던 진정한 짝과 평생의 행복한 삶을 상징하지만 글렌은 그저 여느 비즈니스처럼 후딱 해치워야 할 과제에 불과하다. 그래서일까. 글렌 옆의 여자는 줄리아뿐만이 아니다. 

사랑에 퐁당 빠졌을 때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웨딩싱어로 명성을 날리던 로비. 그런 모습을 지켜본 줄리아. 그래서 로비를 꼭 웨딩싱어로 섭외하려 한다. 낙심한 로비는 극구 거절하지만, 줄리아가 어르고 달래고 위로하고 설득하는 노래를 한가득 부르며 애원하자 로비는 점차 실연의 아픔에서 회복하기 시작한다. 

▲ 제13회 DIMF 개막작 ‘웨딩싱어’ 공연이 지난 2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열렸다. 여 주인공 웨이트리스 ‘줄리아’ (사진=DIMF)
▲ 여 주인공 웨이트리스 ‘줄리아’ (사진=DIMF)

대답은 'YES'. 로비는 줄리아의 결혼식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줄리아의 부탁으로 바쁜 글렌을 대신해 결혼준비를 돕게 됐다. 그런데 둘 사이의 기류가 조금씩 미묘해진다.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고 재밌다. 음악적 교감으로 이미 마음을 튼 데다 알아갈수록 가까워지고 싶어진다. 

둘 사이 미묘한 기류는 줄리아의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발각(?) 되고 만다. 숨길 수 없는 게 재채기만은 아닌가 보다. 로비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줄리아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애써 감정을 숨겨보지만, 2차 고비(?)가 들이닥쳤다. 줄리아가 결혼식에서 글렌과 할 키스리허설(?)을 극구 줄리아의 친구 홀리가 로비와 한번 해보라고 닦달한다. 홀리의 성화에 못 이겨 가볍게 리허설에 들어간 두 남녀.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서로의 감정이 묻어나버렸다. 하지만 홀리는 로비가 로맨틱한 남자라고 생각해 로비와 데이트하기로 결심한다. 데이트에 나선 홀리. 로비는 그때의 키스를 재현할 수 없었다. 홀리에게 아무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제야 홀리는 줄리아를 향한 로비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사건으로 로비 역시 줄리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게 된다. ‘줄리아가 내 진정한 여신이고 짝’이라는 것을 알게 된 로비는 그녀에게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래서 행한 것이 본인이 가장 빛나 보이는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에 돈을 벌러 갔다. 그것이 진정한 남자라는 생각에 말이다.

줄리아가 원한 것은 돈이 아닌 사람이었다. 변해버린(?) 로비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런 줄리아에게 실망했다는 로비. 둘은 서로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오해를 남긴 채 헤어졌다. 그러던 와중 로비의 전 약혼녀가 돌아온다. 그날 밤 술에 진탕 취해 귀가한 로비는 누가 돌아왔는지도 모르고 뻗어버렸다. 다음날 아침 줄리아가 화해의 손길을 뻗기 위해 로비의 집을 방문하지만 로비의 전 약혼녀가 나온다. 로비에 대한 마음이 커진 줄리아는 그 모습에 당황하며 도망치듯 발길을 돌린다.

▲ 로비(맨 왼쪽)가 줄리아를 찾아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이 줄리아와 로비가 만나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사진=DIMF)
▲ 로비(맨 왼쪽)가 줄리아를 찾아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이 줄리아와 로비가 만나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사진=DIMF)

줄리아는 글렌과 결혼하기로 다시금 마음먹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로비는 줄리아를 놓칠 수 없어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그리고 사랑전(戰)의 원정길(?) 든든한 지원군들을 만나 줄리아와 마침내 만나게 된다. 글렌과 줄리아의 결혼식 직전 어디선가 사랑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그 가사가 독특하다. 이건 분명 로비의 노래다. 노래로 서로에게 다가갔고 노래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그 오작교의 한 가운데서 마침내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마주 보고 섰다. 결국 두 사람이 진짜 인연이었다. 

찬란했던 80년대의 디스코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 배우들의 열연으로 제13회 DIMF 개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웨딩싱어’는 1998년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가 출연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영화 ‘웨딩 싱어’가 뮤지컬로 재탄생한 ‘무비컬’(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영국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이 펼쳐져 쟁쟁한 출연진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록스타를 꿈꾸는 결혼식 축가 전문 가수 로비(Robbie) 역에는 뮤지컬 ‘고스트’, ‘락 오브 에이지’ 영국 투어에서 활약한 샘 페리데이(Sam Ferriday)가,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줄리아(Julia) 역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에포닌, 뮤지컬 ‘더티 댄싱’의 엘리자벳 등 대작을 소화한 캐시 컴프턴(Cassie Compton)이 맡아 원작 영화에서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가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뮤지컬 무대로 생생하게 옮겨놨다.
 
또 한 명, 지난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X-Factor에 출연해 영국 전역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며 스타덤에 오른 조반니 스패노(Giovanni Spano)가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줄리아의 약혼자 글렌(Glen)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과 보이스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구 오페라하우스 1,5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배우들의 열연에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무대의 배우들과 호흡하는 훈훈한 시간이기도 했다.

▲ '웨딩싱어' 오프닝 (사진=DIMF)
▲ '웨딩싱어' 오프닝 (사진=DIMF)

다만 몇 가지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첫째,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다. 역동적인 안무와 무대장치들을 꾸미기에 무대 면적이 상대적으로 비좁아 보였다. 둘째, 기술적인 문제다. 첫 공연이라 합이 아직 맞지 않아서인지 배우들의 대사가 상대방으로 넘어갈 때 마이크 소리가 바로 나오지 않아 중간중간 공연의 흐름을 끊기도 했다. 배우들의 공연 집중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선정적인 장면이다. 공연의 관람등급은 취학아동 이상(만 7세 이상)이다. 공연의 내용에 선정적인 대사가 많았던 점도 있지만, 로비와 전 약혼녀의 노출이 심한 차림의 침대신은 청소년 이하의 관객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작으로 ‘웨딩싱어’를 선정한 것은 DIMF에게는 좋은 선택이었다. 웨딩, 밴드, 음악, 사랑 등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호(好)’의 분위기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출발이 좋다. 

제13회 DIMF는 오는 7월 8일까지 대구 주요 공연장 및 시내 전역에서 다채로운 공연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