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YOU & IT, 사랑도 리셋이 되나요
[공연리뷰] 뮤지컬 YOU & IT, 사랑도 리셋이 되나요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6.23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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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DIMF 창작지원극, EG 뮤지컬 컴퍼니 ‘YOU & IT’ … 인간과 AI로봇의 사랑 다뤄

“똑같지 않아. 다시 만들어도 똑같지 않다고!”

똑같을 리가 없다. 인간은 가변적이다. 일정 부분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AI(인공지능)시대라고 한다. 2019년 4차 산업혁명, AI 등의 용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로부터 6년 후 2025년이라면 그 용어들은 삶에 더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다. 옛 가옥 집에 살고 주조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서민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그 연관 방식이 좀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 지난 22일 대구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무대에 오른 제13회 DIMF 창작지원극 ‘YOU & IT’의 두 주연배우 규진 역의 서형훈(왼쪽)과 미나 역의 서찬양(오른쪽)이 커튼콜에서 인사하고 있다.
▲ 지난 22일 대구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무대에 오른 제13회 DIMF 창작지원극 ‘YOU & IT’의 두 주연배우 규진 역의 서형훈(왼쪽)과 미나 역의 서찬양(오른쪽)이 커튼콜에서 인사하고 있다.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YOU & IT'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문화예술전용극장 CT에서 총 4회 무대에 올랐다. 인간과 AI로봇과의 사랑을 작품의 골자로 하며 미래의 대구를 배경으로 한다. 사연은 이러하다.

2025년 대구 북성로에 사는 규진은 도예가인 미나와 결혼했지만 미나가 죽고 난 후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사람과 똑같은 AI로봇을 만들어 준다는 메일을 받게 되고 망설임 끝에 미나와 똑같은 AI로봇을 주문해 기억을 주입한다. 

돌아온 미나는 자신이 로봇인 것조차 모를 만큼 예전과 다를 바 없고, 규진 또한 행복했던 일상을 되찾았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그런데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너답지 않아”

규진은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운 건 로봇 미나도 마찬가지다. USB에 저장된 대로 미나로 작동하고 있는 로봇은 알 리가 없다. 오작동을 하지도 않았다. 

“나다운 게 뭔데?” 미나는 절규한다. 

하지만 규진은 원래의 미나와 미묘하게 다른 점들을 느끼기 시작한다. 대구의 과거를 그대로 간직한 일본식 전통 가옥에 살면서 오래된 기억들이 담긴 물건을 소중해 하던 ‘인간 미나’와 달리, ‘로봇 미나’는 낡은 것들을 버리고 깨끗하고 새것 같게 집을 바꿔간다. 

더 이상 괴리감을 참지 못한 규진은 점점 예민해지고 미나와 사소한 일로 크게 싸운다. 집을 나가버린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미나는 규진의 책상에서 규진의 일기를 열어본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걸까 아니면 비밀의 유통기한이 다 된 걸까. 미나는 자신이 로봇이라는 점과 인간 미나가 죽고 나서의 일들을 모두 알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대용품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shut down’되기로 한다.

‘로봇 미나’는 규진에게 모든 사실을 알게 됐음을 토로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프로그램 장치를 본체에서 분리한다. 또 다른 미나는 다시 죽었다. 규진은 슬퍼하기는 하지만, 미나를 말리지 않았다. 소극적 동조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극은 묵직한 씁쓸함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YOU & IT'은 규진과 미나, 배우 2명이 전체를 끌어가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작품이다. 규진 역의 서형훈과 미나 역의 서찬양은 좋은 호흡을 보이며 무대를 이끌었다. 

소극장에 어울리는 무대 미학적 구성과 연출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과 내용을 최대한 살린 무대를 선보인 점도 인상 깊다. 2025년 상기시키는 드론 택배배달 등의 소소한 장치들도 무대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환기시킨다.

연출과 대본을 맡은 오서은은 “공간의 기억은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역사와 함께 오래도록 축적된다. 아주 오래된 공간들이 때로 사람처럼 고유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구 북성로에는 근대의 역사를 간직한 일본식 가옥들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살아가며 새로운 미래를 맞이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그 기술은 인간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다. 무엇이 인간다운가? 무엇이 사람을 정의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대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연출과 작곡을 맡은 이응규는 “음악은 시대의 유행보다는 감성을 따라가려 했고 인물들의 깊숙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노력했다. 통일감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선 작사, 후 작곡의 방식으로 작가와 작업하면서 작사에 쏟는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에 녹아있는 모던 클래식하면서 컨템포러리한 음악들을 통해 작품의 정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대(YOU)인가 그것(IT)인가. 

규진이 간과한 것은 그것이다. 인간의 감정. 감정의 메커니즘까지 복제할 수 있을까. 인간이 변하듯 감정도 예측불허하게 변해간다. 겉모습과 언행은 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감정은 복제할 수 없다. 

감정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일각에서는 로봇도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인간에서 복제된 감정 혹은 프로그래밍일 뿐 고유의 독창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인간의 감정이란 잘 다루지 않은 이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것이다.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등 인간의 감정이 오묘하게 섞일 때 어떤 일도 저지를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기촉제가 된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윤리가 필요하다. 좋음, 옳음, 쾌락 등 이상적 가치나 규범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당위인 ‘윤리’, 즉 내면의 상처 등 파괴력을 내재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최후의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돈’과 ‘기술’로 규진이 그리워하던 미나를 ‘샀을 때’ 규진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기심이다. 이기심이 사랑으로 둔갑할 때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상흔을 남긴다. 사랑은 리셋이 안 된다. 사랑은 흘려보내는 것이다. 

'YOU & IT' 제작진은 제작노트를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삶과 사랑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