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이 세우고 무너뜨린 도시 이야기, 오페라로 만난다
인간의 욕망이 세우고 무너뜨린 도시 이야기, 오페라로 만난다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6.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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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죄악인 도시 ‘마하고니’ 통해 현 시대 자본주의 비판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 국내 초연, 오는 7월 11~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싱어와 댄서들과 함께 작업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한국 초연이 굉장히 기대가 많이 된다"

24일 오후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 N스튜디오 오페라스튜디오에서 열린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오픈스튜디오에서 지휘를 맡은 다비드 레일랑은 이같이 밝혔다.

▲ 24일 오후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 N스튜디오 오페라스튜디오에서 열린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오픈스튜디오에서 마에스트로 다비드 레일랑이 작품 소개 및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 24일 오후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 N스튜디오 오페라스튜디오에서 열린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오픈스튜디오에서 마에스트로 다비드 레일랑이 작품 소개 및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이날 시연에는 주연 오페라 배우뿐만 아니라 함께 무대에 오르는 16명의 국립현대무용단원 시즌 무용수들이 참석했다. 또한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 지휘를 맡아 호평을 받았던 젊은 마에스트로 다비드 레일랑, 총연출 안성수 예술감독, 음악평론가 이용숙의 소감 및 작품설명 이후 주요 장면들을 선보였다.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 국내 최초로 공연된다. 국립오페라단은 클래식과 엔터테인먼트 음악,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든 ‘하이브리드 오페라’ 형식의 이번 공연을 오는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4회 무대에 올린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하여 극 중 가상의 도시 마하고니가 번영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재즈, 래그타임, 카바레 음악 등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담고 있으며 20세기 현대 오페라 혹은 현대 음악극의 걸작으로 꼽힌다. 세계무대에서는 자주 공연되는 편이나 국내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총연출을 맡은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은 이날 오픈스튜디오에서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연출의 출발점은 음악이었음을 강조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 총연출을 맡은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은 이날 오픈스튜디오에서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연출의 출발점은 음악이었음을 강조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총연출을 맡은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은 “이 작품은 오페라 보다 노래의 연속적인 음악극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 노래다”라며 연출의 출발이 음악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와의 협업으로 탄생된 이 작품은 원래 성악가 몇 명과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은 노래극(Songspiel)에서 출발했다. 1927년 독일의 바덴바덴 페스티벌에서 작품 중 일부 몇 곡이 우선 연주된 후 1930년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에서 정식 오페라로 초연됐다.

국립오페라단은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2019년 기대작으로 꼽고 총연출과 안무를 맡는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안성수와 협업하여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다. 성악가와 무용단의 움직임을 부각하고 미니멀한 무대와 과장되고 화려한 의상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브레히트의 ‘소격효과(Verfremdungseffekt, 낯설게 하기)’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이날 안성수 감독은 “가장 중요한 음악 다음으로 ‘낯설게 하기’에 집중했다”면서 “낯설게 하기를 어떻게 하면 낯설지 않게 할 수 있을까가 제 목적이고, 그런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에 출연하는 오페라 배우들과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에 출연하는 오페라 배우들과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한편 작품의 언어는 독일어다. 이용숙 평론가에 따르면 “작품은 미국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주제가 뚜렷하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대중에게 조금 생소한 독일어로 공연해서 주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조금 빗나가게 하려 했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 구현 방법으로 시간을 되돌려 연출한 점도 흥미롭다. 이용숙 평론가는 “최근 연출 트렌드는 동시대 이야기로 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어느 극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바로크 시대로 돌아가 소격효과를 구현하는 연출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작품에는 복잡·화려한 예술 양식이 특징인 바로크시대의 과장된 의상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본 공연에서 메조 소프라노 백재은, 테너 미하일 쾨니히, 국윤종, 구태환, 민경환, 소프라노 바네사 고이코엑사, 장유리, 바리톤 나유창, 베이스 박기현, 이두영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무대를 꾸민다.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무용수들이 성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에너지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힘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