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신임 음악감독에 ‘오케스트라 리빌더’ 오스모 벤스케 취임
서울시향 신임 음악감독에 ‘오케스트라 리빌더’ 오스모 벤스케 취임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6.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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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간담회, 소통과 화합의 ‘하나의 팀’ 리더십 강조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임 음악감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명훈 전 음악감독 사임 이후 4년간 공석이었던 음악감독 직에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취임했다.

▲ 지난 4년간 공석이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에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취임했다. 벤스케 감독은 지난 24일 상견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 지난 4년간 공석이었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에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취임했다. 벤스케 감독은 지난 24일 상견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지난 24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립교향악단 대연습실에서 열린 상견례 기자간담회는 끊임없는 질문 속에 약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언제나 가능성이 열려있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서울시향과 함께하게 됐다. 지휘자로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 거부감을 보이는 오케스트라도 있지만 서울시향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벤스케 음악감독은 서울시향의 선임 제안을 수락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또한 그는 “오케스트라 단원 개인의 실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재능과 기술을 가지고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악장과 노동조합까지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나의 팀을 이뤄 연주할 것이다”라며 서울시향 새 수장으로서 ‘하나의 팀(One Team)’과 ‘크리에이티브 스피릿(Creative Spirit)’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주자들이 지시에 따라 연주하는 것이 아닌, 각 파트가 서로의 연주를 듣고 반응하면서 유기적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체임버 뮤직 앙상블’을 추구할 것을 역설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 5월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단법인 출범 후 제2대 음악감독으로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1월부터 3년간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벤스케 음악감독은 지난 24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임명장을 수여받은 후, 한식 점심을 먹은 후 상견례를 겸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신임 음악감독으로서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간담회에서 벤스케 감독은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마련, 음반 작업, 페스티벌을 통한 국내 및 해외에서 명성 추구 등 3개 전략을 강조했다.

서울시향과 오스모 벤스케의 음악적 인연은 2015년 11월 베토벤 교향곡 5번 연주로 시작됐다. 이후 2017년부터 매해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춰온 그는 지난 2월, 서울시향과의 네 번째 만남에서 최대 장기인 시벨리우스 전곡 프로그램을 선보이며(핀란디아,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6번&7번) 국내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단원들과의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 신임 음악감독(우)과 강은경 대표(좌)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벤스케 감독은 소통과 화합의 ‘하나의 팀’ 리더십을 비롯해 향후 전략 및 계획에 대해 밝혔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 신임 음악감독(우)과 강은경 대표(좌)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벤스케 감독은 소통과 화합의 ‘하나의 팀’ 리더십을 비롯해 향후 전략 및 계획에 대해 밝혔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벤스케 음악감독 선임 역시 교향악단 단원, 전문가, 관객의 종합적인 긍정적 의견과 더불어 “서울시향, 서울시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가 가장 큰 지휘자”, “서울시향의 도약과 재구축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지휘자”라는 음악감독추천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리넷 연주자로 음악 인생을 시작한 벤스케는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주자로도 활동했으며, 그런 경험들을 토대로 오케스트라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지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스케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향과의 만남에 관한 소회를 전하기도 했는데, 네 차례 연주를 통해 단원들로부터 ‘하나의 악기, 하나의 큰 실내악 연주’와도 같은 일체감과 유대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또한 2017년 12월 서울시향의 실내악 연주에 클라리넷 연주자로 참여해 모차르트 클라리넷 삼중주 등을 협연하면서 서울시향 단원들과 밀도 있는 앙상블을 선사한 바 있다.

한편 벤스케 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 빌더(Ochestra Builder)’로 유명하다. 2003년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2003-2022)으로 20년 이상 전력하며 지역오케스트라를 글로벌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견인하면서 얻은 닉네임이다. 

벤스케 감독은 부임 이후 20여 명의 수석 및 직책 단원을 포함한 37명의 단원을 채용해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을 완성해 왔으며, 런던 BBC프롬스 3회를 포함한 다섯 차례 유럽 주요 도시 순회공연을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아울러 ‘음악을 통한 외교’라는 수식어를 얻게 한 ‘2015 쿠바투어’(1961년 외교 단절 이후 최초의 미국 오케스트라 투어), ‘2018 남아프리카공화국 투어’(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등 역사적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쿠바투어 등의 경험을 토대로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만약 북한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 벤스케 감독은 “쿠바투어는 음악이 외교의 다리를 놓았던 경험이다. 연주 기회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라며 “음악은 가장 훌륭한 외교수단”이라고 밝혔다.

한편 레코딩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벤스케 감독은 미네소타 음악감독 재임 기간 동안 시벨리우스와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BIS 레이블’과 녹음했다. 특히 시벨리우스 1번, 4번 교향곡 음반은 독일 음반 평론가 협회상(2013)과 그래미상 교향악 부문 최고상(2014)을 수상했고,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라는 정체성을 어필했다.

2017년부터는 10개의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에 착수했으면, 이 중 5번 음반은 지난해 그래미상 후보로 지목된 바 있다. 벤스케는 17개에 달하는 음반을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하며 음악적 수준과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벤스케 감독은 콘서트홀에서의 공연뿐 아니라 미네소타 지역사회 곳곳을 찾는 공익공연,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대상별 목적과 방법을 체계화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미국의 대형서점 ‘반스 앤 노블스’에서 시민과 소통하며 사인회, 클라리넷 연주까지 진행하는 등 미네소타 지역사회와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벤스케 감독은 리더십 관련 질문에 관해서는 “특별한 비결은 없다. 매번 연주마다 열심히, 부지런히 연습하는 것이다. 과정이다. 그렇게 조금씩 더 낫게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시향 콘서트홀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벤스케 감독은 “리허설 장소와 공연장소가 일치하는 것은 오케스트라 연주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는 그런 방식을 추구하며 서울시향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벤스케 감독의 리더십과 역량이 빛난 ‘미네소타 모델’을 강조하며 향후 벤스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서울시향 모델’이 구축될 것이라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벤스케 감독의 리더십과 역량이 빛난 ‘미네소타 모델’을 강조하며 향후 벤스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서울시향 모델’이 구축될 것이라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벤스케 감독과 서울시향은 추구하는 방향성이 같아 함께하게 됐다”라며 “앞으로 서울시향은 예술성과 공공성을 추구해가면서 소통과 화합의 서울시향만의 오케스트라 모델을 구축해나갈 것”라고 전했다.

핀란드 출신으로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벤스케 감독은 시벨리우스는 물론 베토벤, 브루크너, 말러 등 폭 넒은 스펙트럼의 레퍼토리에 정평이 나있는 지휘자로 알려졌다. 벤스케 감독은 앞으로 서울시향과 함께 탄탄한 기초 속에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지속할 계획으며, 공익, 순회공연 등 지휘 활동과 함께 기획, 교육, 홍보, 마케팅, 재원조성, 단원 임면 등 교향악단 운영 전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향은 2015년 말 정명훈 전 음악감독이 박현정 전 대표와의 갈등 끝에 사퇴하고, 직원들이 경찰 조사까지 받는 등 지난 몇 년간 난항을 겪어왔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가운데 벤스케 감독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는 2020년 2월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