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 제주 해비치에 분노하는 것은 예술가의 인권과 노동권이 짓밟혔기 때문. (2탄) 한문연 회장은 공모로 선발하라
[남정숙 칼럼] 제주 해비치에 분노하는 것은 예술가의 인권과 노동권이 짓밟혔기 때문. (2탄) 한문연 회장은 공모로 선발하라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9.06.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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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탄. 한문연 회장은 공모로 선발하라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 관한 3개의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고 그 중 3탄으로 김혜경 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 회장의 문제에 대해서 쓴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어제 긴급하게 한문연 회장 선출절차가 진행되어 어쩔 수 없이 2탄으로 한문연 회장 선출 문제로 주제를 바꾸고자 한다.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1. 들끓고 있는 한문연 회장 선거의 문제

그동안 한문연 회장이 누가 되느냐? 어떤 경로로 회장이 되느냐?에 대해서 국민들과 문화계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저 누군가의 줄을 타고 내려 온 낙하산이겠구나라고 어림잡아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데 제주 해비치 문제가 불거지고, 한문연에서 운영하는 예술지원기금이 어마어마하고, 예술지원기금이 왜곡되어 운영되는 것 자체가 문화예술 정책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문연 회장이 누가 되느냐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문화예술인들이 첨예하게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문연 회장 선정 절차는 매우 부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다수의 제보가 있었다. 문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 한문연 회장의 임기가 7월 말로 종료됨에 따라 6월 27일 한문연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거가 있었다. 한문연 회장후보는 20여명의 이사들이 추천해서 선정하는데 어제의 이사회에서는 각 이사들이 추천해서 올라온 5명의 후보들이 있었고 이 중에서 예선에서 2명을 떨어뜨리고, 본선에서 다시 한 명을 떨어뜨려서 최종 2명의 경선 후보가 선출되었다고 한다. 어제 참석한 이사는 19명이었다.

문제는 최종 선정된 한 후보가 한문연의 회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지역 문예회관 관장을 해 본 적도 없고 그러므로 한문연 회원도 아닌 사람인데, 연합회라면 회원 중에서 후보가 되어야지 어떻게 회원도 아닌 사람이 최종 후보가 될 수 있느냐? 이건 이번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것 아니냐? 라고 분개하고 있는 분들은 현재 문예회관 관장들이시다. 

또 한편에서는 최종 후보가 된 이승*라는 분이 특정지방 출신이라 그 반대 지방 회원들은 똘똘 뭉쳐서 반대하기 때문에 다른 후보인 이창*이라는 분을 뽑으려고 한다고 제보해 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창*라는 분은 우리나라 문화계를 30년 동안 자신의 사단으로 움직인 이종* 사단 사람인데 어떻게 이번 정권에서 그런 사람이 아직도 기관장을 하고 있으며 그런 사람이 회장이 되면 어떻하느냐며 분개하셨다. 다 들어드리기는 했으나 도움을 드릴 수는 없는 처지인지라 문제의 핵심을 살펴보았다. 

우선, 문화예술진흥법 제38조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관한 법령을 살펴보면,

1항에서 ‘문화예술회관은 문화예술회관 상호간의 협력증진과 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기 위하여 문체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를 설립할 수 있다’라고 한문연의 성격을 정의하고 있다.

4항에서는 ‘연합회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원과 필요한 직원을 둔다.’라고 회장의 선출에 대해 광의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한문연 정관에는 어떻게 명시하고 있는가?
한문연 정관 제6조(회원자격)에서는 연합회의 회원자격을 규정해 놓고 있다.

1.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교육청이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
2.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가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
3. 민법, 그 밖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 법인∙단체가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 

또 정관 제 16조(이사장, 회장, 부회장 선출)에 대해서는,
2항 ‘회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자로, 이사회의 복수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출하되,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회장의 자격과 선거에 대해서 정관에 따르라고 하면서, 한문연 정관에는 그저 이사회의 복수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출하라고 되어 있다. 

문화예술계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이렇게 엉성한 법령과 규정에 대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매년 200억 원이상의 정부지원금을 운용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회장 및 임원의 선출방식에 대해서 이렇게 애매모호하고 여지가 많은 기관은 드물 것이다.

일반적인 단체에서도 회장선출은 이사진 과반수 추천과 2/3 이상의 찬성 등 이보다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2. 한문연 회장 선거의 공정성 및 방안 제시

문화예술진흥법과 정관을 검토한 결과 한문연 회장은 한문연 회원들만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회장 후보 역시 한문연 회원들 사이에서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전국이 들끓고 있는 이유는 최종 후보 중 한 사람이 문화예술계에서 잘 알려진 분도 아닌데 단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라는 자격만으로 최종 후보가 된다는 건 한문연 회원들의 분노를 살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문연 회장은 ‘공모’로 선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1.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단체이다. 이익단체에 예술지원 기금을 운용하도록한 문체부가 잘못이다. 만일 한문연 이사님들 말씀처럼 연합회 회원 중에 후보가 나와야 하고, 그 중에서 회장이 되어야 한다면 그건 친목단체일 경우라야 타당한 말씀이다. 만일 예술지원 기금을 타 기관에 이양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이전의 전국 문예회관들의 친목단체만으로 기능한다면 당연히 단체에서 후보가 나오고 회장을 뽑는 것이 맞을 것이다. 

2. 그러나 현재 한문연은 단체이면서 단체 중에 유일하게 국가 예술지원 기금을 운용하는 곳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국가 예술지원 기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면 정권에서 정권입맛에 맞는 사람을 내려 보내는 것이 맞다. 다만 그 사람이 자격이 있다면 말이다.

3. 이사님들과 문체부에서 모르는 것이 있는데 ‘극장 운영자’와 ‘예술 경영자‘는 다르다는 것이다. ’극장 운영자‘는 극장이라는 전문적인 장소를 잘 알아야 하므로 극장에 대한 전문직이고, ’예술 경영자‘는 경영에 방점이 찍힌 문화예술 경영에 대한 전문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예술 경영자인 분이 세종문화회관 사장도 되고, 충무아트홀 사장도 되는 헛갈리는 인사가 다반사라서 문예회관 및 문화지원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것이다.

한문연은 ‘극장 운영자’들의 이익단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문연의 하는 일은 ‘예술 경영자’가 해야 할 예술 기금 운영이나 마케팅이다. 그러므로 이 단체에 문화예술 기금을 운용하게 한 문화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4. 어쨌든 한문연에서 예술지원 기금을 운용하는 동안에는 ‘극장 운영자’가 회장이 되느니 ‘예술 경영자’가 회장이 되는 것이 문화예술계를 위해서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최종 후보 두 분 모두 ‘예술 경영자’ 같지는 않다. 

5. 그러므로 한문연 내부에서 회장이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도 아닌 ‘예술 경영 전문가’를 공모로 해서 선정해야 한다. 물론 한문연 내에 ‘예술 경영자’도 공정하게 공모에 응모하면 될 것이다. 

6. 그리고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정부는 문화예술 기관장 인선에 개입하지 말기를 바란다. 엄청난 이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문화예술 분야에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을 내려 보내면, 블랙리스트를 일삼던 지난 정권과 뭐가 다른가? 

결론적으로 한문연 회장 선거가 들끓는 이유는 예산과 이익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참에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하기 위해서는 김혜경 회장이 있는 동안 한문연의 회장 선출에 관한 정관 내용을 공공기관 기준에 적합하게 개정한 후에 공모를 통해 적확한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