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석 전 순천대 교수 '역사를 품은 낙안읍성 뒤편에서' 개인의 역사를 회고하다
류연석 전 순천대 교수 '역사를 품은 낙안읍성 뒤편에서' 개인의 역사를 회고하다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7.0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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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체의 개인 회고록, 『낙안읍성 뒤편에 서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에서 개인의 역사를 반추하며 쓴 책이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류연석 교수의 회고록을 담은 가사집.

가사체로 쓰인 개인의 회고록이어서 일반적 회고록과는 달라 더욱 눈길을 끈다.

집필 장소는 영감의 원천이 됐다. 저자인 류연석 순천대 명예교수(한국가사문학 학술진흥위원회 위원장)는 낙안읍성 바로 가까이에 거주하며 집필과 동시에 낙안읍성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위치한 낙안읍성(樂安邑城)은 조선시대 읍성으로 대한민국의 사적 제302호다. 지난 2014년에는 美CNN선정 ‘한국 최고 여행지 50선’에 뽑히기도 했으며, 지난 201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또한 현재 약 100여 가구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으며 성안의 마을은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당시 생활풍속과 문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줘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장소다. 하지만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의 분투를 해온 낙안읍성에 거주하며 인생의 분투와 노력 그리고 그 결실을 회고하며 류연석 교수가 2017년 『낙안읍성 뒤편에 서서』라는 가사집을 펴냈다.

저자는 1994년 『한국가사문학사』를 시작으로 2003년 『가사문학의 연구』, 2006년 『시조와 가사의 해석』 등을 집필하며 300여 편에 이르는 가사작품을 검토하여 가사의 발생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600여 년간 향유된 가사문학의 역사적 맥락을 체계화했다. 또한 대학 강단에서 고전시가를 가르쳐 오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조와 가사의 이해를 돕는 집필활동을 해온 바 있다.

2017년 12월 22일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류연석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후학을 길러온 지난날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942년 전라남도 고흥 출생인 저자는 교사를 꿈꾸면서 고달픈 타향살이, 나무꾼, 신문배달, 통신강의록 등으로 가난과 배고픔의 설움을 이기며 50년대 면학(勉學)의 소원을 이루고, 사범학교에 진학해 교사의 꿈을 이룬 것, 이후 박사의 꿈을 이루며 마침내 교수의 꿈을 이룬다. 

커리어뿐만 아니라 인생의 꿈도 이뤘다. 55세에는 귀촌‧귀농의 꿈을, 그리고 전통한옥의 꿈을 이뤘다.

책에는 풍남초등학교 입학, 벌교중학교 편입학, 순천사범학교 입학, 신혼생활, 박사학위 영득, 귀농과 귀촌, 제혁이 결혼식, 손녀들 교육문제, 전통한옥 건축 일지 등 개인의 인생사와 한국전쟁, 유엔군 참전, 베트남 참전, 5‧18 광주민주화 운동 등 역사적 사건들이 맞물려 나열된다.

“가사는 700년간 우리 조상들이 향유한 시적 운율감과 내용의 다양성에 힘입어 무진장으로 펼쳐진 문학장르”라고 표현한 것처럼 저자는 종횡무진 자유롭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특히 “낙안읍성 청사초롱” 가사는 저자가 2011년 봄에 매수한 문화재 가옥 청사초롱 보수 이야기가 리듬(운율)감 있게 펼쳐지며 낙안읍성 거주민의 흥미로운 속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저자가 “가사는 대중적인 장르로 전문가의 평설 또한 부질없는 일, 가사와 소통은 누구의 해석 없이 독자의 율독(律讀)만으로 지은이와 통한다”라고 밝힌 것처럼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가사의 묘미와 함께 자유롭게 저자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215쪽, 1만원, 고요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