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오페라 《텃밭킬러》 주인공 이름이 술(진로)인 이유는?
[공연리뷰] 오페라 《텃밭킬러》 주인공 이름이 술(진로)인 이유는?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7.03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오페라단 창작 워크숍 ‘세종 카메라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금니를  내 놓으세요 어서요!”

오페라를 보고 불편한 ‘현실’과 마주했다. 가족들이 오페라의 주인공이지만 따뜻한 ‘가족애’와 가족 구성원 간 끈끈한 ‘정’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현실’의 ‘현실’에 의한, ‘현실’을 위한 거울을 본 기분이다.

《텃밭킬러》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워크숍 ‘세종 카메라타’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2017년 리딩 공연을 거쳐 보완, 수정돼 완전한 구성으로 공연하는 초연 오페라다.

《텃밭킬러》의 내용과 배경은 현재(2019년)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6.25전쟁과 히틀러, 이토히로부미 등을 외치며 과거 전쟁들에 집착하는 아들(진로)과 할머니의 금니를 팔아, 한참 유행이 지난 ‘노스페이스’ 패딩을 사달라 말하는 손자(수음)의 모습, 또한 손자(수음)이 포경수술을 않은 점을 지속적 강조하는(현재는 과거만큼 포경수술 여부를 중시하지 않는 편)부분 등은 2019년 현실과는 다른 괴리감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는 '현실'의 일부가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은 휴전국가며, '수음'의 모습과 유사하게 청소년들은 ‘이게 안 사주면 유행에 뒤떨어져, 반에서 왕따 돼’라는 말들로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유행하는 물건들을 사, 또래문화에 편입한다. 또한, 결혼을 원하는 '청년'의 모습처럼 예나 지금이나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인 시대다.

▲연극무대를 살린 오페라 《텃밭킬러》 무대(사진=서울시 오페라단)

그러나 최근, 젊은 사람들은 사이에선 ‘결혼’까지도 ‘현실(경제적)’적 이유로 포기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텃밭킬러》의 배경보다 보다 몇 해가 지난, 2019년도 '현실'은 '작은 집'은 커녕 ‘결혼'을 생각하는 것 자체도 사치라고 치부하는 젊은층이 적지않다. 현재 우리는 《텃밭킬러》보다 혹독하면서도, 복합적 문제가 늘어난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공연을 보며, 무엇이 가족들을 '자신의 욕심만을 생각하는 모습으로' 만들었을까 생각했다. 

《텃밭킬러》는 '현실' 서민들과 가족들의 모습, 상황 등을 작품에 표현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

작품의 배경인 2012~2013년과 2019년 지금의 ‘현실’ 비교하며 공연을 감상했다. 이런 시대변화를 비교하는 것도 작품을 관전하는 포인트다.

《텃밭킬러》의 무대는 옥상 위에 ‘구둣방’이다. 구둣방 재현, 좁은 골목길, 가로등 등무대 구성은 현실적인 요소를 반영한 듯 보이지만, 땅에 발을 딛고 살지못해 '구둣방'을 옥상 위에 두고 살아간다는 설정자체가 비현실적 요소다. 집이 없어 이층침대 하나만 끌고와 잠을 청하는 모습 등... 현실성을 반영한 오페라라고 하지만, 비현실적인 장면들과 요소들이 뒤섞여 무대 위에서 공존한다.

▲어머니(골륨)의 금니를 빼앗기 위해 가족들이 달려드는 모습, 옥상 위 구두방의 무대

이경재 예술감독은 “2013년부터 ‘세종 카메라타’ 창작 워크숍 을 통해 한국 오페라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과 공감부분을 찾아, 작곡가와 대본가들이 모여 매달 세미나를 열었다”라며 “리딩 공연 당시 4개의 작품이 발표됐는데, 《텃밭킬러》가 한국의 현실을 가장 잘 투영했기에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텃밭킬러》의 배경은 구둣방에 모여 사는 수음이네 이야기다. 이 가족의 유일한 재산은 할머니(골륨)의 입속에 있는 금니 세 개다. 할머니의 아들(진로)과 손자 두 명(청년, 수음)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할머니의 금니를 욕심낸다. 가족들은 오직 금니의 안위만을 중시한다.

할머니에게 기생하며, 가족들끼리 서로를 뜯어먹기 바쁜 모습들을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자본주의 이면의 모습들을 지속적으로 질문하게 한다. 

오페라에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데 대해 장영아 연출은 "연극 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오페라다. 연극적인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대사와 움직임 자체를 오페라처럼 크게 하지 않고 서로 간의 캐릭터나 대화, 행동에서 더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다"라며 "연극적인 면들을 살려 작곡해 주셨기에, 대사를 많이 살려 연극적인 느낌이 살리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기자간담회 모습(왼쪽부터)진로 역 장철, 골륨 역 신민정, 작가 윤미현, 작곡 안효영, 지휘 정주현, 연출 장영아, 예술감독 이경재(사진=서울시 오페라단)

인물 설정 및 주인공 이름에 대해 윤미현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한 사람의 이름으로 특정하지 않는다.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자 인생이 괴로워서 늘 패배자의 마음을 표출하는 '진로', 결혼하고 싶어도 살 집이 없는 동시대의 청년들을 그린 게 '청년'이다. '수음'은 그 시절 아이들이 고민하는 포경수술 등을 상징화 하고자 (이름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안효영 작곡가는 작곡 의도를 “이번 창작을 위해 많은 고민들을 했다. 창작 오페라이다 보니 전달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컸다”라며 “리듬, 어감, 정서 등을 잘 표현하고 인물의 심정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사로 전달하는 부분이 많지만, 오페라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이번 작품은)보다 과감한 작업들을 통해 오페라의 외연을 넓히는데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정주현 지휘자는 “창작 오페라다보니 기존에 참고할 수 있는 음반이나 작품이 없어 최대한 상상력을 갖고 접근했다”라며 “관객이 무대 위에서 표현되는 내용이 잘 느끼도록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오페레단의 창작오페라 《텃밭킬러》는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수·목·금 19시 30분, 토 17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입장권은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이고, 예매문의는 세종문화회관 02)399-1000, www.sejongpac.or.kr 로 하면 된다.

한편, 서울시오페라단은 문화 나눔의 일환으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년수당’ 참가자들에게 《텃밭킬러》 관람의 기회를 제공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