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한문연 회장선거 부결, 초기부터 난항 … 오는 21일 전 신임회장 나올까
최초 한문연 회장선거 부결, 초기부터 난항 … 오는 21일 전 신임회장 나올까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7.05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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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회장 임기 오는 21일 만료
이승정, 이창기 후보 159명 투표 79:75표로 과반 안 돼 부결,
기한 내 차기 회장선출 안 될 시 현 회장 임기 자동 연장

최초로 열린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회장 선거가 부결됐다. 219개 회원기관 중 160개 이상 기관이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넘어 투표에 부쳤지만, 0.5표 차이로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결국 매듭을 짓지 못하고 해산했다.

다음 총회는 언제 열릴지 아직 미지수다.

▲ 4일 열린 한문연 임시총회에서 회원들이 신임회장 선출을 위해 투표하고 있다
▲ 4일 열린 한문연 임시총회에서 회원들이 신임회장 선출을 위해 투표하고 있다

현 회장의 임기가 오는 21일 만료됨에 따라 새 수장을 선출하기 위해 전국의 한문연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일 오후 예술의전당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임시총회인 이날 주요 안건은 최초로 투표를 통한 한문연 회장 선출이었다.

이날 회장 후보에 오른 두 후보는 마포문화재단 이창기 대표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이승정 한려대 교수였다. 후보자 거론 순서는 접수순이며, 투표용지는 가나다순으로 기입됐다.

투표에 앞서 두 후보자의 연설을 겸한 프레젠테이션이 각각 10분씩 진행됐다. PT 순서는 후보자 간 상의하에 이승정 후보가 먼저 나섰다.

▲ 이승정 후보의 프레젠테이션
▲ 이승정 후보의 프레젠테이션

이승정 후보는 “공연예산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라며 국가예산 확충, 한문연 재정 200% 확대, 219개회관 지원예산 구축을 강조했다. 아울러 5대 정책으로 대한민국무대예술센터 클러스터 구축, 219특화 극장개발로 네트워크 구축, 조직구성원 인력개발 프로그램 구축, 해외연수와 무대신기술 교육시스템 구축, 대한민국 대표 공연 브랜드 구축을 제안하고 실현할 것을 약속했다.

▲ 이창기 후보의 프레젠테이션
▲ 이창기 후보의 프레젠테이션

이창기 후보는 그간 성과와 함께 31년간 현장경력으로 공공행정 실무 및 예술경영 리더십을 겸비한 CEO임을 역설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 공무원, 세종문화회관(공연·경영·홍보팀장, 본부장), 강동아트센터 관장을 거쳐 2015년부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재단은 3년 연속 경영평가 최우수 S등급 획득, 제7회 예술경영컨퍼런스 공공부문 예술경영대상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한문연의 4대 목표 13개 전략과제로 소통·혁신, 예산규모 확대, 문예회관 종사자 권익 확대·전문인재 양성, 문화분권 실현을 통한 지역 문예회관 경쟁력 확대를 꼽고 전국 문예회관 발전의 새 지평을 열 것을 약속했다.

회장 선출방식은 총회에 참석한 회원기관(대표자 또는 위임장을 지참한 대리자)에 1투표권을 부여해 무기명 비밀투표로 실시됐다.

▲ 4일 열린 한문연 임시총회에는 160여 회원단체가 모여 총회장을 가득 메웠다
▲ 4일 열린 한문연 임시총회에는 160여 회원단체가 모여 총회장을 가득 메웠다

투표수의 다수가 아닌 ‘과반수’가 필요함에 따라 이날 회장선출의 재투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약 30분간 진행된 투표 이후 3분의 1 이상의 회원이 자리를 떠나 투표 전 만석이던 컨퍼런스 홀은 공석이 눈에 띄었다. 다수의 지방회원들은 교통편 등의 문제로 투표 후 곧바로 총회장을 떠났다.

이후 개표가 진행됐다. 두 후보자의 참관인 각 2명과 개표위원 2인 등 총 6명이 총회 참석자들이 모두 볼 수 있게 개표했다. 결과는 이승정 후보 79표, 이창기 후보 75표, 무효 5표로 두 후보 모두 과반수인 79.5표를 넘지 못했다. 난항의 시작이었다.

총회 초반에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지는 추후에 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수의 회원들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재투표를 진행할지 아니면 다시 총회를 소집할지 등의 문제로 총회는 점점 들썩였다. 나아가 총회 초반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된 회장선출 공정성과 절차 문제는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 두 후보자의 참관인 각 2명씩과 개표위원 2명 등 총 6명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두 후보자의 참관인 각 2명씩과 개표위원 2명 등 총 6명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총회 초반 회원들은 이의제기를 통해 김혜경 회장이 왜 연임후보에서 제외됐는지, 지역 문예회관 관장 경험이 없는 후보가 어떻게 한문연 수장 후보에 오를 수 있었는지, 후보 검토 기간이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등 짧았는데 예술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에 대해 제대로 검증이 이루어졌는지 등 이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이 밖에도 일각에서는 회장선출을 비롯해 한문연 정관 자체에 허술한 부분이 많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이날도 회원들로부터 비록 이번 회장선거가 정관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전국단위 조직의 수장을 뽑는 데 절차와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으며, 현 회장 재임 기간 동안에든 신임회장 선출 이후든 정관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실제로 이번 회장선출은 이사회의 후보자 추천(6.2~5)부터 투표(7.4)까지 약 한 달 만에 속도전으로 이뤄졌으며, 심지어 회원기관들에게는 총회공문을 9일 전(6.25)에 보내는 등 후보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하기 어려웠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자문 변호사의 정관 검토 결과 남아있는 회원만으로 재투표가 가능했지만, 일부 회원들은 이미 투표 전부터 선출진행에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차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과 지방회원들은 다시 시간을 내 서울 출장을 오는 것이 쉽지 않고 다시 총회를 소집할 경우 회장선출이 지체되기 때문에 이날 결론을 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갈렸다.

김혜경 회장도 이사회의 후보 추천방식과 공정성에 의구심을 표명한 가운데 총회는 결론을 짓지 못하고 우선 휴회에 들어갔다.

휴회 이후 기자 출입이 금지돼 이후 자세한 사항은 취재할 수 없었다. 다만 총회를 끝내고 나온 회원들로부터 부결됐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날 선거에서 한문연 회장이 선출되면 문체부장관 승인 후 취임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부결된 가운데 사안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 회장의 임기가 3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차기 한문연 회장이 곧 선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한 내 신임회장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현 회장의 임기는 자동 연장된다.

다음은 회장선출과 관련한 한문연 정관이다.

정관 제16조 ➁항
회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자로, 이사회의 복수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출하되,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

임원관리규정 제6조
상근 임원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자로, 이사회의 복수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출하되,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

(임원관리규정 제6조의 “상근 임원”은 회장을 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관 제23조 ④
참석회원 투표수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하며, 득표수가 동수일 경우 의장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