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국립중앙박물관, 에트루리아 문명展 열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국립중앙박물관, 에트루리아 문명展 열어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7.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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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루리아는 지중해 문명의 축이자 뿌리가 될 수 있는 문명
인간적 모습 등 한반도 청동기 고조선 문화 유사, 역사적 가치 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에서 한국을 찾아온 문화재들이 낯설지 않다. 인체조각의 볼륨감, 덥수룩한 턱수염 등과 청동 음각과 양각, 월계수 잎 꾸밈 등은 이국적이지만 왠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진다. 이런 친숙한 감정은 에트루리아 문화재의 인간적인 모습 때문이다. 인류 모두가 지니는 희노애락과 사후 세계관 등에서 인간적 모습이 드리워져 있다. 이에,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재까지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시관에서 9일부터 오는 10월 27일 까지 특별전《로마 이전, 에트루리아》가 열린다. 고대 지중해 문명인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이자 2010년 ‘그리스의 신과 인간’을 시작으로 고대 지중해 문명인 이집트 문화(2009, 2016), 그리스 문화(2010), 로마 문화(2014)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다.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展은 전시는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ㆍ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 등이 엄선한 약 300점 원작을 선보인다.

▲에트루리아는 12개 부족이 구성한 국가다

에트루리아는 로마 이전에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고대 국가로, 기원전 10세기부터 천년 간 지속한 지중해의 고대 문명이다. 에트루리아 문화는 그동안 이집트ㆍ로마ㆍ그리스 문화 등에 가려져 문화기원과 언어, 종교 등이 베일에 쌓여 있었다.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展 개막 전날인 지난 8일, 기획특별전시관에서 언론공개회를 가졌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에트루리아 문명은)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문명이다. (이번 전시는)지중해 문명과 현대사에 영향이 있는 로마 문화를 아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라며 “(전시는)서양문명의 핵심을 잘 이해하자는 의미로 마련했다. 에트루리아는 지중해 문명의 축이자 뿌리가 될 수 있는 문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트루리아는)기원전 10세기부터 2세기의 고대국가로 로마 이전, 이탈리아 지역 전 단계 문명이다. 우리나라 고대 청동기 문화와 초기 철기와 비슷하다”라며 “청동기시대, 단군 조선 시기와 비슷하게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노희숙 학예연구사가 전시장을 돌며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노희숙 학예연구사는 “역사가들은 에트루리아의 역사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편”이라며 “에트루리아 문화는 마한과 닮았다. 마한도 54개의 부족이 모여 백제로 통합한다. 에트루리아도 12개의 부족이 모여 통합된 부분이 닮았다. 특히 문화적 요소들인 무덤방, 옹관, 테라코타, 장식기와 등을 보면 백제와 가야의 장식기와를 떠오르게 한다. 문화적인 요소들이 결코 낯설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총 5부로 나뉜다. 1부 <지중해의 가려진 보물, 에트루리아>는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지리적 환경 등 에트루리아를 소개한다. 또한 지중해 세계에서 문화가 어떻게 교류되는지 도자와 조각 등 문화재로 보여준다. 이어, 에트루리아는 소아시아의 리디아에서 이주해 왔다는 견해 등과 이탈리아 원주민이 세운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라는 지명의 유례 등도 영상자료 등으로 설명한다.

▲기원전 4세기 말 만들어진 '반트'가 전시장 초입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장 초입에 있는 '반트(Vanth)’는 에트루리아의 저승 신이다. 사후 세계에 강한 믿음이 있던 에트루리아인에게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다. 반트는 날개가 달린 여성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코린트식 컵, 아테네식 흑화 암포라, 아테네식 적화 스탐노스 등을 전시한다. 

2부 <천상의 신과 봉헌물>은 에트루리아인 삶 속의 신을 살핀다. 에트루리아인은 종교와 신에 관심이 많았다. 종교에 심취해 이웃인 그리스 종교관을 수용했다. 에트루리아인의 종교관과 사상 등은 고대 로마 종교관까지 이어진다. 에트루리아의 티니아(그리스의 제우스, 로마의 유피테르)는 우니(그리스의 헤라, 로마의 유노), 멘르바(그리스의 아테나, 로마의 미네르바)와 중요시 됐다. 세 신을 모신 신전과 관련한 문화재를 통해 에트루리아의 종교관을 살필 수 있다.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머리).

에트루리아인 사람들은 신전에서 기도를 하고, 봉헌물을 바쳤다. 그들은 '삶은 신의 통제 하에 있고, 점성술과 예언으로 신의 뜻을 해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에, 봉헌물은 신과 자신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중시했다.

전시에는 봉헌 조각상을 선보인다. 봉헌자 자신을 묘사한 청동 조각상, 인간의 신체일부 표현한 조각상, 작은 동물 모양 조각상 등으로 에트루리아인의 사후 세계관과 예술성 등을 살필 수 있다.

▲기원전 3세기 만들어진 신전모양 유골함의 모습

그리스나 로마와 구별되는 에트루라아의 독자성도 살필 수 있다. 전시 된 '신전 모양 유골함'을 통해 에트루라아 신전이 유추할 수 있다. 그리스인에게 신전이 신을 위한 것이라면 에트루리아인의 신전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신전 모양 유골함'의 (인간이 사용하는 입구를 의미하는)정면성 중시, 사이 간격이 넓은 네 기둥, 투스칸식 기둥 형식 등에서 이를 살필 수 있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검, 창, 방패 등

3부 <에트루리아인의 삶>은 시와 음악, 무용, 연회를 즐긴 에트루리아인의 삶을 다룬다. 에트루리아 사람들은 무역, 항해, 전쟁에 적극적이면서도 문화를 즐기는 삶을 살았다. 청동 투구, 정강이 보호대, 방패, 창, 전차 등으로도 에트루리아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에트루리아 사람들이 사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인 흑색 도기, 컵 등이 전시돼 있으며, 무덤 속 벽화는 영상들으로 보여준다. 해당 유물들은 에트루리아 사람들의 당시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 자료다.

▲기원전 7세기 전반 만들어진 전차.

에트루라아가 그리스나 로마와 구별되는 차이는 언어의 사용이다. 에트루라아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하했다.  유럽 어족 확산 이전 금석문의 형태로 '에트루리아 알파벳'으로 기증 명문 또는 장례헌정, 종교적인 글 등이 전해온다.

전시장 중앙 '모자상'은 무덤 주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팔에는 금석문으로 여자 이름인 ‘라르티아 벨키네이’가 적혀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모자상'은 이탈리아 볼테라 지역 밖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모자상은 이탈리아 볼테라 지역 밖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4부 <저승의 신과 사후 세계>에서는 에트루리아의 저승의 신과 내세관에 대해 소개하고, 에트루리아의 무덤과 장례 의례를 설명한다. 에트루리아인은 사후 세계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저승 신들의 존재는 죽음의 필연성을 상징한다. 그들의 유골함에 자주 등장하는 반트와 카룬(Charun)은 에트루리아 종교관에서 저승의 신들이다.

전시에는 반트(Vanth)와 카룬(Charun)이 새겨진 유골함, 유골단지, 부장품 등을 배치해 에트루리아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유골함에 표현한 바다의 신령은 지중해 문화인 에트루리아의 사후 세계관을 보여준다.

▲피네스키 무덤을 재현했다

전시장 내 피네스키 무덤을 재현한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피네스키 무덤은 손상되지 않은 무덤으로 내부 구성과 장례 연회를 살피는 데 중요한 문화재다. 피네스키 무덤의 출토유물을 고르게 안배해 직접 무덤 내부를 살피는 효과를 느낄수 있다.

▲기원전 9세기 말 만들어진 오두막 모양 유골단지.

5부 <로마 문화에 남은 에트루리아>에서는 에트루리아에서 출발한 고대 로마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테베레 강가의 작은 마을 로마는 에트루리아의 도시 외관을 본 떠 포장된 도로, 광장, 수로시설, 대규모 사원을 갖춘 도시로 발전해, 세계 제국이 되었다. 에트루리아 속 로마 문화를 살필 수 있는  문화재를 선보인다.

로마에 남겨진 에트루리아의 영향 중 종교적인 영역과 권력의 상징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로마의 권력과 종교를 상징하는 많은 표상이 에트루리아로부터 유래했다. 전시 된 유골함, 청동 조각상등을 통해 에트루리아가 남긴 문화의 흔적이 ‘로마’ 속에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신전을 장식하던 '페디먼트'를 전시했다.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서양 건축에서 정면 상부에 있는 삼각형의 벽), 루니 신전의 페디먼트 등 중요한 에트루리아 문화재가 해외에서 전시하는 드문 사례다. 특히 페디먼트의 '채색'은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요소다. 에트루리아의 조각들은 테라코타를 하고 그 위에 채색을 한다.

또한, 에트루리아의 테라코타 조각에서 로마의 대리석 조각으로 변모과정 및 조형적 차이 등을 전시에서 살필 수 있다.

▲페디먼트 말을 탄 사람, 남성, 유프테르를 전시한다. 기원전 2세기 전반의 테라코타 조각상으로 2개중 페디먼트 B를 선보인다. A는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현재까지 조각 도상들에 대한 이해가 과제로 남아 있다.

전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D.H.로렌스, 1885~1930) 의 여정을 따르는 것이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저자로 잘 알려진 D.H 로렌스는 1927년 에트루리아를 답사하고 <에트루리아 유적 여행기>를 남겼다. 전시장 에는 그가 쓴 여행기의 구절이 곳곳에 있어, 로렌스와 함께 에트루리아를 여행을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과 연계하여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연계강연은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다. ▲오는 9일 에트루리아 문명 – 볼테라를 중심으로 엘레나 소르제(토스카나 볼테라지역 고고유산 감독관)▲17일 D. H. 로렌스와 같이 가는 에트루리아 기행 박시영(이화여대 교수)▲24일 에트루리아와 고대 지중해의 미술 문화김혜진(한국외국어대 교수)▲31일 에트루리아의 내세관과 삶의 풍경 최병진(한국외국어대 교수▲8월7일 에트루리아의 금속문화 조대연(전북대 교수)▲8월14일 삶과 죽음의 장소, 에트루리아 문명의 유산 김일현(경희대 교수)

이외에도 박물관 역사문화 교실, 뮤지엄 나이트,가족 프로그램 등을 마련 해 전시의 이해를 돕고 에트루리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편, 이날 언론공개회에는 이탈리아 문화재 대여 관계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자세한 정보는 전시 누리집 http://www.museum.go.kr 혹은 전화 02-1688-0361을 통해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