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향란’이라 쓰고, ‘조선 최초 단발 여성’이라 부른다
‘강향란’이라 쓰고, ‘조선 최초 단발 여성’이라 부른다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7.13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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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긔생’, 조선을 뒤흔든 단발머리 예인 ‘강향란’모티브로 한 전통창작극
오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정동극장

전통창작극의 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동극장의 2019년 창작ing가 두 번째 작품 음악극 <낭랑긔생>(작 조은, 작곡‧음악감독 류찬, 연출 강유미)으로 돌아왔다. 

▲ ‘낭랑긔생’에서 조선 최초 단발 여성 강향란 역을 맡은 김주연 (사진=정동극장)
▲ ‘낭랑긔생’에서 조선 최초 단발 여성 강향란 역을 맡은 김주연 (사진=정동극장)

2017년 첫 선을 보인 ‘창작ing’는 우리 전통 예술의 소재 발굴과 작품 개발을 위한 창작 무대이다. 가능성 있고 도전적인 창작진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극장의 제작지원 사업으로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되 틀에 구애받지 않는 다채로운 공연 개발에 힘쓰고 있다. 

<낭랑긔생>은 누군가 찾아주기를 기다리던 기생 향란이 단발랑 강향란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겠다 다짐하는 순간을 모티브로 싹을 틔운 이야기이다. 

흔하디흔한 이름 ‘간난’이로 불리며 주변의 상황에 휩쓸려 살던 소녀가 권번에 들어가 이름을 얻고, 글을 배워 세상을 깨쳐나가며 스스로를 억압하는 세계에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선생님, 친구와 동료를 얻으며 세상에 맞서 자기의 삶을 살아갈 의지를 가진 한 사람으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조선 최초 단발 여성 ‘강향란', 머리카락 자른 사연은?

1922년 6월 22일, 동아일보 3면에 실린 기사 하나에 온 경성이 떠들썩해졌다. 다름 아닌 조선 최초의 단발 기생에 대한 기사였다. 한 여성이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자르고, 남성양복을 입고 캡 모자를 쓰고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기사의 주인공은 기생 강향란(姜香蘭). 14세에 한남권번에 입적하여 기생이 되었고, 실력이 출중해 당시 인기 높은 기생 중 하나였다. 

▲ ‘낭랑긔생’의 권번기생 (사진=정동극장)
▲ ‘낭랑긔생’의 권번기생 (사진=정동극장)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신문물과, 새로운 것을 쫓아 휩쓸려가는 세태 속에서 조선의 가치를 전하고 지켜낼 길을 고민하던 예술가들은 기생이었다. 관기제도 폐지 이후 조선 관기들을 중심으로 모인 권번 기생들은 전통 가무악은 물론 예와 의를 지키며 조선의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했다.
 
또한 기생은 급속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최전선에서 가장 빠르게 수용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은 개화기 유행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이들은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평등, 인권 등의 개념을 함께 받아들이게 된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눈뜨게 된 이들은 여성의 인권 신장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도 헌신하였다.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재능을 갖춘 당대의 엘리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역사의 기록에서는 예인으로서도 독립운동가로서도 그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극 <낭랑긔생>은 가상의 권번인 ‘한동권번’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여성을 등장시켜 각자의 욕망을 그려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와 상황에 떠밀려 살아내는 사람들’,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인물상을 통해 2019년의 우리를 되짚어보며, 역사 속에 있었음직한 이들을 정동길에 불러낸다.

개성있는 배우들의 유연한 조화, 혼돈의 시대 속 인물 생생히 그려내

▲ ‘낭랑긔생’에서 권번장 차순화 역의 홍륜희(우)와 고명순 역의 이지해(좌) (사진=정동극장)
▲ ‘낭랑긔생’에서 권번장 차순화 역의 홍륜희(우)와 고명순 역의 이지해(좌) (사진=정동극장)

연극 <뜨거운 여름>, <시련>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김주연이 주인공 강향란 역을 맡아 조선의 흔한 소녀에서 당당한 예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수많은 창작뮤지컬 탄생의 순간을 만들어 온 섬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홍륜희는 권번장 차순화 역을 맡아 어린 권번예인들을 길러내는 선생이자, 향란의 멘토로 활약한다. 

조정숙 역의 이예지와 이은희 역의 박찬양은 향란과 친구가 되는 권번기생으로 등장해 우정과 동료애를 함께 그려낸다. 고명순 역의 이지해는 독립운동가에서 인권운동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통해 혼란한 시대상을 보여준다.

노희찬과 윤성원은 각각 두 개의 인물을 동시에 연기한다. 노희찬은 권번의 음악선생님 현석윤과 동양척식회사의 마쓰모토를, 윤성원은 순화의 연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시인 서정현과 친일파 장사꾼 임시봉 역할을 함께 맡는다. 양극단을 오가는 인물들을 두 배우가 각각 어떻게 구사해낼 지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조은 작가는 “이미 많은 서사에서 다룬 개화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웅이 아닌 소소한 인물들의 역사에도 주목하고 싶었다. 특히 기록에조차 단편적으로만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여성들이 함께함으로써 더 강해지는 연대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의 시대와 맞물리는 지점을 관객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고 작품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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