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그리고 향연 사례로 본 융합공연의 문제
[남정숙 칼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그리고 향연 사례로 본 융합공연의 문제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9.07.16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국립오페라단의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이라는 '오페라'의 총연출을 국립현대무용단 안성수 예술감독이라는 '무용가'에게 맡겼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이라는 '전통무용극'의 총연출을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 대표라는 '패션디자이너'에게 맡겼다.

2005년에 문화마케팅이라는 예술과 비즈니스의 융합을 선도적으로 주장한 사람으로서 실험적이고 융합적인 작품의 방법론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험적이고 융합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좋으나 주와 부가 바뀌는 것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오페라를 표방'하려면 오페라의 감독이 총연출을 하고 스타일리쉬한 연출을 지원해야하는 무용가가 부연출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시 마찬가지로 '전통무용극을 표방'하려면 전통무용가가 총연출을 하고 스타일리쉬를 보완하기 위해서 패션 디자이너가 부연출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대무용을 표방하면 총연출은 현대무용가가, 부연출은 오페라 감독이 하면되고, 패션쇼를 표방하면 패션디자이너가 총연출, 전통무용가가 부연출을 하면 된다. 그걸 구분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실험 예술극, 융합예술에 대한 해당 예술인들의 우려가 높다. 장르를 막 섞어 놓는다고 융합예술이 아니다. 예술의 각 장르는 장르에 따라 각기 다른 은유를 사용한다. 오페라는 오페라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송하는 방법이 있고, 전통무용은 전통무용만의 은유전송 전략이 있기 마련이다.

▲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오페라단의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사진=국립오페라단)
▲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오페라단의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사진=국립오페라단)

그런데 오페라를 표방하면서 현대무용의 은유전송 전략을 사용하거나, 전통무용을 표방하면서 패션쇼의 은유전송 전략을 사용하면 어찌되겠는가? 주객이 뒤바뀌고 관객들은 인지부조화를 겪게된다. 각 장르의 고유한 은유전송 전략의 기제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부가적인 변화를 위한 기제에 대해서는 변화무쌍하게 첨가하면 된다.

실험과 도전을 통해 예술이 발전하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좌절감과 퇴행을 불러 올 경우도 있다. 특히 '국립'이라는 예술단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곳이다. 한 작품 한 작품 제작할 때마다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국립'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자존심과 자존감을 걸고 대한민국 예술수준의 향상과 국민향유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술의 도전과 실패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전과 융합에 대한 실패를 개선하지 않고서 마치 성공인양 포장하거나, 국민의 눈을 속이고 국민의 세금을 지속적으로 설익은 작품에 쏟아 붓는 무책임함에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해당극장장과 단체의 책임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지금 의기탱천한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님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