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민속춤이 살아있는 오늘날의 춤이 되기 위해서는
[김승국의 국악담론] 민속춤이 살아있는 오늘날의 춤이 되기 위해서는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19.07.19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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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미국이나 유럽에 유학을 간 유학생들로부터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하다보면 현지인들이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자기 나라의 전통 음악 연주나 노래, 혹은 춤을 보여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 유학생들은 자기네 전통음악 연주나 노래, 혹은 춤을 흉내라도 낼 줄 아는데 유독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해 난감해 한다는 것이다.

5천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의 일원이라고 자부심을 가지려면 우리 전통음악의 기본 장단쯤은 알고 있어 전통음악의 연주나 노래가 흘러나오면 무릎장단쯤은 칠 줄 알아야 되고, 우리 민요나 판소리 한 대목 정도는 부를 줄 알아야 되고, 민속춤의 기본 춤사위 정도는 출 줄 알아야 되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모든 원인은 유아교육에서 대학교육까지 우리 전통예술 교육이 부재하였거나 매우 비정상적이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사람들은 간단한 피아노 연주는 할 줄 알면서도 가야금 한 소절도 연주할 줄 모르고, 이태리의  대표적 민요 ‘오 솔레 미오’나 ‘돌아오라 소렌토로’ 같은 칸초네는 목청 높혀 부를 줄 알면서도 판소리 단가 하나도 부를 줄 모르며, 차차차, 탱고, 지터벅이나 블루스 같은 사교춤은 멋들어지게 출줄 알면서도 민속춤의 기본 춤사위도 모르고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민속춤이란 민중들의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인 삶의 표현이 미적 몸짓을 통하여 표출되는 춤을 말한다. 우리는 과거 학교교육에서 우리 민속춤은 한이 내재된 춤으로 숙명적인 한을 내적 정화를 통하여 승화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배웠다. 그러나 전문예인들에 의하여 작품화된 살풀이, 승무 등 일부에 국한된 것이지 대부분의 민속춤은 신명과 멋의 춤이며, 고달픈 삶의 극복이요, 희원의 춤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민중들이 즐겨 추었던 탈춤은 활달하고 신명이 어우러지는 저항의 춤이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희원(希願)의 춤이다. 대부분의 우리 민속춤은 세련되고 우아한 춤이 아니라 투박함 가운데 우직함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민속춤의 춤사위가 모두 역동적이고 활달한 것은 아니다. 밀양북춤의 경우 호쾌하게 북을 치며 돌다가도 한 손으로 북채를 들고 한 발을 들고 멈춰선 듯 관객을 응시하는 동작에서 꿈틀대는 생동감과 잔잔한 감정의 흐느낌을 느끼게 하여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을 보면 우리 민속춤만이 지니는 독창적 전형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민속춤은 발동작보다 손동작이 강조된다. 손동작의 뿌리는 팔이 아니라 배꼽 밑 단전이다. 하단전에 모아진 기가 들숨과 날숨의 자연스러운 호흡에 의해 맺고, 풀고, 어르는 형식으로 춤사위를 구사한다. 춤사위는 왜곡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하며,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는 중용을 지키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의 한국인들 중에 한국 민속춤의 기본적인 춤사위를 체득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춤을 전공으로 하는 전문예인들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의 출발점에서부터 우리 선대들은 생활 속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춤이라는 미적 표현 양식으로 표출하며 살아왔다. 다시 말해 춤의 단순한 향유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춤의 주체자로서 즐겨온 민족이다.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민중들은 민속춤이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어 어려서부터 기본적인 춤사위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나 민족문화의 암흑기인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춤이 일상 속에서 사라지고 민속춤이 전문예인들의 전유물로 변화하면서 민중들은 일방적인 구경꾼으로 전락되었다. 이제는 전문예인들에 의하여 작품화한 승무, 살풀이, 태평무, 한량무 등이 마치 민속춤을 대표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일부 여자 중학교에서는 대학 무용과 출신의 체육교사들이 임용되어 수업시간이나 무용반을 통해 한국 민속춤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대학의 무용과 졸업생들이 체육교사로 임용되는 장벽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속춤이 우리 국민들의 일상 속에 함께 살아 있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유아교육 시기부터 고등학교 정규교육 과정에서 우리 민속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대별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닌 재창조된 다양한 민속춤이 만들어져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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