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헤드윅’이 되어야할 신승태님께
[윤중강의 뮤지컬레터]‘헤드윅’이 되어야할 신승태님께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9.07.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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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다재다능.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재주 많은 승태씨, 능력 많은 승태씨. 그대에게 딱 어울리는 뮤지컬배역은 ‘헤드윅’입니다. 2019년 8월부터 11월까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헤드윅’을 공연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나는 당신을 떠올립니다. 대한민국 헤드윅 공연사의 레전드라고 할 오만석을 비롯해서, 강타 정문성 전동석 윤소호가 타이틀롤이라죠. 그들 모두가 궁금해져서 기회가 되면 볼까 생각하면서, 한편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네요.

“‘헤드윅’을 정말 잘 살 사람을 내가 알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신승태,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헤드윅을 잘 해낼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거기에 트렌스젠더 메이크업을 해보니, 처음엔 웃음이 나옵니다. 그러나 곧 웃음을 일순 지우게 하는, 뭔가 강력하고 원초적인 분노가 덧입혀집니다. 그래요, ‘앵그리’, 당신에게는 기존 사회의 법과 질서를 갖잖게 여기면서,  시원하게 욕 한방을 날릴 준비가 되어있는 모습입니다.

아참, 인사가 늦었습니다. 2019년 06월, 명창의 반열에 오른 걸 축하합니다. 제 13회 과천 전국경기소리 경창대회에서 ‘명창부’ 대상 (문체부장관상)을 받았지요. 당신의 원래 전공이 경기소리(경기민요)가 아니었던 걸 보면, 당신이 참 대단하단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아마 지금도 당신은 원래 전공은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당신은 대학에서 타악을 전공했죠. 원래 타악을 전공할 생각도 없었던 당신은, 대학에 타악전공을 떡 하니 붙게 됩니다. 신승태의 고향은 춘천. 여기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일찍부터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또 잘 하는 당신은, 고등학교 시절 무용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하죠. 그런데 지방에서 여러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서, 사물놀이를 기반으로 한 국악 타악을 전공을 하게 된 것이라죠.

당신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건 또 하나 더 있어요. 당신은 ‘단국대’ 출신이지만, 나 또한 가끔 당신이 ‘한양대’ 출신이 아닌가 싶어요. 재학시절부터 두 학교를 오가면서 배우고 친구를 사귀었기에 그런 거죠? 두 학교 출신의 사람들과 관계가 좋고, 두 학교 특유의 개성과 강점을 두루 지니고 있는 사람이 신승태란 사람이죠.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희문과 놈놈’으로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이희문님이 중심이 된 ‘한국남자’ 공연을 통해서 당신을 많이 알 겁니다. 요즘 가장 ‘핫’한 이희문님이 일찍이 당신을 선택한 안목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도 ‘역시 이희문’입니다. 경기소리를 제대로 배웠고, 제대로 공연도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장르를 열고 있는 이희문!

이희문의 ‘한국 남자’공연에서, 당신이 객석으로 내려와서, 관객들에게 재담을 하면서, 웃음을 줄 때, 모두들 참 좋아하지요. 노래면 노래, 재담이면 재담, 신승태는 재주꾼입니다.

내가 당신을 보고 정말 놀랐던 것이 언제인 줄 아세요? 이희문님이 중심이 된 ‘민요삼천리’ 공연에서, 신승태 당신이 고(故) 안비취 명창을 재연할 때 였습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생전에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안비취 선생을 저렇게 특징을 잘 잡아내서 재연을 할 수 있을까! 놀라도 또 놀랐습니다.

흔히 성대모사를 할 때, 특징을 잡아내서 그걸 ‘희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밋거리로 만들지요. 당신의 안비취명창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안비취명창의 생각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서, 어떻게 전 시대의 명창을 이토록 잘 그려낼 수 있을까! 웃움과 진지함을 동시에 전해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신승태는 가능하구나! 탄복했습니다.

당신이 누구보다도 더 ‘헤드윅’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면 때문입니다. 단순한 재연ᅟ정교한 모사와는 다른 ‘심리적’이고 ‘본능적’인 포착력이 당신은 매우 강합니다. 당신은 참 여러 활동을 하고 있죠. ‘입과손 스튜디오’를 빼놓을 수 없죠. 판소리만들기 ‘자’에서 출발한 ‘입과손 스튜디오’는 차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이자람님과 함께 활동했을 때의 ‘판소리만들기 자’에서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입과손의 구성원들이 친구처럼 지내면서 멋진 공연콘텐츠를 만드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습니다.

입과 손 스튜디오의 ”19호실로 가다“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면서 자신의 약할을 잘 하고 있더군요. 자신은 한 발 무대에서 물러나서, 무대 위의 소리꾼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잘 해주는 모습에서, 당신의 인간적 혹은 예술적 됨됨이도 드러났습니다.

당신이 참 흥미로운 건, 여러 팀 활동을 하면서, 그 팀마다 다른 역할을 참 잘 해낸다는 겁니다. 예전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있었죠.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노래는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뜻이 담겨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야말로 “당신 안에 당신이 너무 많습니다.”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네요. “당신 안의 그 많은 모습들은 어떻게 키워졌고, 앞으로 또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제가 한번 농담처럼 밝힌 진담은, 당신의 얼굴에서 배우 이종혁, 하정우, 남주혁이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신승태 본인도 계면쩍어 하고, 윗 분들의 팬들이 제가 항의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앞의 세 사람의 특징 혹은 매력을 신승태를 통해 보게 됩니다.
아니, 당신은 이렇게 ‘젊은 남성’이라는 영역을 떠나서, 남녀노소, 동서고금이라는 잣대를 무색하게 할 만큼, 매우 다른 모습을 품고 있지요. 내가 당신의 헤드윅을 보고 싶은 마음도 이래섭니다.

이미 여러 면에서 갖추고 있지만, 아직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헤드윅을 잘 해낼지 의문인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희문님이 당신의 내재된 역량을 보았듯이, 대한민국 뮤지컬계에서도 그런 사람이 나타나주길 희망합니다. 농담처럼 하는 얘기지만, 아마 이번 2019년 헤드윅의 명배우와 견주어도 당신의 미모와 체격조건은 절대 밀리지 않죠. 아마 당신의 무대를 본 사람은 모두 공감하고, 또한 그 분들도 ‘신승태의 헤드윅’을 기대하게 될 겁니다. 

전통적인 경기소리에서, 분노로 절규하는 락에 이르리까지, 신승태 안에 내재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유감없이 발휘할 날을 기대합니다. 준비되어 있지만, 더 준비하십시오. 그래서 조승우와 오만석과 필적할 만한 신승태의 헤드윅을 만들어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