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6. 삶이 예술이다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6. 삶이 예술이다
  • 유승현 설치도예가
  • 승인 2019.07.19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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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마음의 꽃밭만들기
▲ 유승현 /설치도예가

서울 근교 필자의 작업실 근처에 산 하나가 있습니다. 검단선사가 머물렀다하여 이름하여 검단산입니다. 많은 이들이 오가는 길목에 작업실이 자리한 이유로 수년간 다양한 일들을 겪는 중입니다. 한참 작업에 몰두중인데 갑자기 등산객이 뛰어 들어와 화장실을 찾기도 합니다. 떼지어 구경을 하겠다고 시끌벅적 방해를 할 때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심지어 목이 마르니 생수를 달라 커피를 달라기도 합니다. 늘 웃으며 응대를 하지만 제가 참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쓰레기를 아무 곳에 투척하는 행위입니다. 박스를 내리고 올리고 해야하는 문앞에 비양심적으로 주차를 하고 온 종일 안 나타나도 다 참을 수 있습니다만 쓰레기를 아무 곳에 버리는 사람들의 뇌구조는 도대체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심한 모욕을 줘서라도 다시는 못하게 하고 싶으나 이미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은 늘 사라져 버리니 약이 올라 견딜 수 없습니다. 지나가며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쓰레기투척 금지조항을 큼직하게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보기에도 자존심이 상하게, 기분 나쁘게도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를 삼겠다는 빨간 글씨 표어도 걸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쓰레기는 넘실대고 어느 날부터는 근처 창고에서 나오는 박스와 용기까지 분리되지 않은 채 바람에 날려 온갖 추태를 선보이는 길목이었습니다. 게다가 길냥이까지 기웃거리니 숨어있던 음식물 찌거기가 파헤쳐져서 지저분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 길을 걸어 작업실문을 열을 때면 이미 제 기분이 상해있습니다.

아무래도 외관상 보기가 안 좋으니 큰 결심을 하고 화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쓰레기장과 화단을 별도로 구분하여 선명하게 나누어 보았습니다. 상일동 꽃시장을 3번이나 다녀온 덕에 노란 메리골드가 가득해졌습니다. 화성에서 급히 구한 맨드라미 모종을 심었고 도라지꽃과 사시사철 푸른 나무도 몇 그루쯤 심었습니다. 이왕이면 여러 해살이 꽃들을 골랐고 흙구덩이를 깊게 파느라 며칠 삽질을 했습니다. 또한 척박한 곳이니만큼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눈을 질끈 감고 꽃송이도 똑똑 따주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마치 애국자인 것처럼 무궁화나무도 한그루 심었습니다. 사실 제일 잘 한 일은 네잎크로버와 민들레를 잡초로 취급하지 않고 잘 보호하여 옮겨 심은 일 같습니다. 꽃들이 유독 작고 귀여운 것이 참 앙증맞아 보입니다. 물 주기와 애정 주기를 한 달쯤 하고 나니 놀랍게도 쓰레기가 대폭 줄었습니다. 한 달 동안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매일 20개 이상씩은 주은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부터는 사람들이 은근히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보였고 누가 안하면 또 다른 누군가 해놓고 꽃밭을 최대한 보존해가고 있습니다. 쓰레기장이었던 곳이 꽃밭이 되었고 장미꽃이 활짝 필 때쯤 어수선했던 쓰레기장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쁜 건 다들 아는 모양입니다. 사실 친절한 내용이 적힌 글과 함께 이쁜 꽃그림을 그려서 정성껏 나무에 붙였더랬습니다. “안녕하세요. 쓰레기를 버리면 아주 나쁜 사람이예요. 꽃이 슬퍼서 울어요.” 이 작품이 한 달을 나부대며 나뭇가지에서 펄럭거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오가며 미소를 띄우는 것 같습니다. 담배꽁초를 은근 슬쩍 버리던 그들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미안해서가 아니라 아름답게 활짝 핀 꽃과 글을 보며 재미있고 행복한 마음으로 웃었을 겁니다. 쓰레기가 넘실대는 길가 옆, 작은 꽃밭이었지만 재치있는 글과 그림이 전시된 바람에 꽃과 나비가 춤을 추게 되었고 지나는 사람들도 노래를 부르며 지나는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 공간은 괴롭기도 슬프기도 즐겁기도 합니다. 많은 감정과 정서가 얽혀서 살아갑니다. 이 모두가 우리의 몫이며 우리가 가꾸는 대로 연출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면 성도 내고 즐거우면 웃기도 해야 진정한 인생살이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 가는 삶이 내 마음의 꽃밭이고 예술입니다. 어떤 사람은 100호 캔버스처럼 대형작업을 시작했건만 평생 스케치만 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캔버스 1호처럼 작고 아담하지만 내 마음의 꽃밭을 소중하게 여기고 정성껏 가드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단의 작은 꽃들을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더 큰 세상의 나무와 밀림도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른땅에 물주기가 얼마나 귀한일인지 아는 사람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절대 멀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라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는 상상할 수도 없을 테지요. 오늘도 우리가 가꾸는 마음의 꽃밭에 물을 듬뿍 주어야 겠습니다. 내 마음의 꽃밭 만들기.^^

*그동안 유승현 작가의 개인 사정으로 중단했던 연재를 이번호부터 다시 이어갑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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