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아시아 도시 조명 워크샵에 다녀와서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아시아 도시 조명 워크샵에 다녀와서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07.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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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지난 6월 25일부터 3일간 아시아 도시 조명 워크샵 (Urban Lighting Workshop) 이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이 워크샵은 아시아 각 도시의 조명정책을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하여 매년 다른 아젠다를 정해 각 도시의 사례를 발표하고 자신들의 도시의 상황, 문제점에 대한 토의를 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우연한 기회로 매년 워크샵 거버넌스 활동을 하면서 워크샵에 참여했던 도시들의 도시화 진행을 들여다 볼 기회도 생기고, 도시간 조명정책의 공유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례를 듣기도한다. 불과 3년이라는 시간동안 몇몇 도시들은 인구와 기능 면에서 급격히 팽창하고 그에 맞는 조명정책 수립이 시급해져 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이나 정책을 워크샵을 통해 접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첫해의 아젠다는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에서 조명으로 범위를 좁혀 에너지, 빛공해로 하였는데 서울과 같이 과다한 빛으로 삶의 질을 위협받는 나라보다는 조명이 주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는 도시들이 많아 그들의 사례를 접하면서 도시간 문명의 차이를 실감했다. 전체 도시에 전등을 보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조명정책인 도시, 이제 도로를 정비하고 가로등을 설치하기 시작하는 도시, 엘이디를 보급하기 위한 예산확보 방안에 대한 고민에 빠진 도시등 각 도시의 조명정책은 목적, 방향 자체가 달라 공유를 통한 문제 해결 혹은 미래 조명정책에 대한 방향성제시라는 워크샵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되기도 했다. 

어두운 거리를 가로등이 비추어 해가 진 다음에도 돌아다닐 수 있는 혜택을 보기도 전에 밤에 모든 생물체는 잠을 자야하고 하늘의 별을 못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는 말들이 그들에게 어떻게 들릴 것이지 상상을 해보라. 

두번째 해에는 사람을 위한 조명이라는 아젠다를 다루었는데 불과 일년 사이에 참여도시의 관계자들의 도시조명에 대한 개념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례발표를 통해 필요한 빛과 해가 되는 빛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더불어 한정된 에너지에 대한 걱정도 그들의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었다. 도시 인구수가 급격히 늘면서 필요로하는 전력량이 늘고 조명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절감하지 않으면 더 중요한 사회 인프라시설에 사용할 전기가 부족할 것이라는 여러 매체의 경고가 이 사실을 공감하게 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도시의 기능을 위한 조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을 위한 빛을 이야기 하자고 한 것은 안전이라는 도시조명의 기능에 치우친 조명정책이 사람의 삶의 질 향상에 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다양한 질의 빛이 구현 가능해진 조명기술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미래의 엘이디 기술은 광원을 소비전력이나 광량으로 특성을 이야기할 수 없고 다양한 성질을 갖고 변신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들 마다 한번씩은 들추어보는 스마트라이팅도 아주 초기적인 단계의 변신이다. 차가 적게 오거나 사람의 통행이 뜸해지면 밝기가 줄었다가 반대의 경우가 되면 정상적인 밝기가 되도록 하는 것, 유사한 색의 빛을 오전에 켜주고 오후가 되면 저물어 가는 주광의 특성에 맞추어 밝기나 색을 조정하는 것 등이 그 예라고 하겠다.

올해 2019 아시아 도시 조명 워크샵은 아젠다는 빛축제였다. '조명의 경제력을 환산해보자'라는 숨은 메세지가 있는 듯해 보이는 이 주제는 도시조명 하는 사람들에게는 끌어 안을지 외부인으로 남을지 숙제로 남아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교통의 발달로 도시간 이동 시간이 줄어 '잠깐 들르는' 관광객들을 도시에 머물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빛축제는 매우 유용한 요소이다. 해 진 뒤가 절정인 빛축제의 하이라이트를 포기하고 떠날 사람은 없으나까. 더불어 이를 통해 도시가 안전해지고 예술적인 코드를 입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린다. 빛축제로 가장 널리 알려진 리옹과 시드니, 암스테르담, 싱가폴, 홍콩, 헬싱키, 이외에도 수많은 도시들이 빛축제를 하고 있다.  이들 도시의 빛축제의 드러난 목적은 문화, 예술을 통한 지역의 활성화지만 궁극적인 관심은 관광상품화를 통한 경제이익창출이다

처음 페스티벌, 축제가 종교의식에서 시작하여 여러 사람이 어울려 감정을 교류하는 잔치 였던 것을 생각하면 시대가 달라졌다고 이야기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크샵에 참석한 몇몇 도시의 관계자들은 눈을 깜박이며 축제의 경제효과에 대해 의아해 한다. 여전히 그들에게 축제는 함께하는 것,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한 조명으로 축제의 흥을 돋울 수 있다는데에 흥분한 그들이 눈을 반짝이며 그것을 위해 지불해야하는 경비가 만만치 않음을 듣고 고개를 젓는다. 그 돈을 써서 왜 남들을 오게 해야 하는가 우리 잔치에.. 

아무리 세계가 하나가 되고 인터넷을 통한 빠른 교류가 일어나도 여전히 세계의 도시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매년 6월말경 서울시 주최로 아시아 도시 조명 워크샵이 진행된다. 주로 지자체 도시 조명 정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나 소수 일반 참가자가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므로 아시아 도시의 도시조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참여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