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산’ 닮게 혹은 닮지 않게...'실경산수화'展
‘우리 강산’ 닮게 혹은 닮지 않게...'실경산수화'展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7.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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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여행길에 느낀 설렘,대자연 앞 감동...화폭에
일본에서 기증한 16세기 실경산수화 두 점 공개
김응환 산수화 60점 최초 공개, 색다른 산수

옛 화가들은 우리 땅과 강산을 어떻게 그렸을까? 화폭에 물든 아름다운 팔도강산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오는 23일부터 9월 22일까지 우리나라 실경산수화의 흐름과 화가의 창작 과정을 살필 수 있는 특별展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을 개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展을 개최한다

전시는 고려 말부터 조선말기까지 국내외에 소장된 실경산수화 360여 점을 소개한다. 화가의 눈과 마음으로 그린 다채로운 미감의 산수화들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삼천리금수강산, 화려한 우리 강산을 사랑하는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전시다”라며 “여러 작가들의 다른 시각과 미감에서 그린 산수풍경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우리민족의 염원 통일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 (그림으로만 볼 수 있는 금강산 풍경과)북한의 뛰어난 자연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 한다”라고 전했다.   

전시 관전 포인트에 대해선 “화가들이 어떤 독창적인 기법으로 우리 산수를 그려 냈는지 살펴보는 것”과 “브로셔에 작은 지도를 첨부했는데, 전시를 보고 마음에 든 장소는 직접 방문해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겸재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도斷髮嶺望金剛山>가 초입에 전시돼 있다

화가가 경험한 경치가 화폭으로 옮겨지는 여정을 담은 이번 전시는 4부로 구성했다. 제1부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는 고려시대와 조선 전·중기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제작배경, 시대별 작품들로 살필 수 있다. 고려시대 유물이자 금강산을 배경으로 한 담무갈보살 예배도, 실경산수화 제작이 활발했던 조선시대 겸재가 가장 이른시기 그린 《신묘년풍악도첩》 내 ‘단발령망금강산’을 선보인다.

특히 지난 18일 재일교포 故 윤익성 회장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16세기 작품 <경포대도(鏡浦臺圖)>와 <총석정도(叢石亭圖)>가 최초로 전시돼, 실경산수화의 오랜 전통을 확인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외에도 관료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나 별서도ㆍ회화식지도 등으로 다양한 회화 전통과 유교문화ㆍ풍수개념 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 작가의 여정을 따라 가는 전시 공간으로 , 경쾌한 폭포수 소리가 산수 유람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소지품, 김홍도의 《해동명산도첩》 초본을 선보인다

제2부 “화가, 그 곳에서 스케치하다”는 화가들이 여행길에서 마주한 산수강산이 ‘초본草本’ 작품으로 펼쳐진다. 조선시대 화가들이 여행가는 일은 지금보다 어려워, 왕이나 주문자에 후원자의 후원이 필요했다. 따라서 화가들은 힘들게 얻은 여행 기회에서 본 산수 풍경들을 스케치로 남겼다.

1788년 정조의 명을 따라 관동지역과 금강산을 사생한 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의 《해동명산도첩》과 정수영鄭遂榮(1743~1831)이 한강과 임진강을 유람하며 그린 《한임강유람도권》, 친구와 금강산을 유람하고 그린 화첩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의 밑그림인 초본은 현장에서 바로 그려 현장감이 느껴진다.

배 위에서 ‘신륵사’를 사생하는 정수영을 재현한 영상을 통해 화가의 시선을 만끽할 수 있다. (배위에서 바라본 신륵사-다시 그린《한임강유람도권》영상)

제3부 “실경을 재단하다”는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본과 기억을 바탕으로 경물을 재구성하는 과정과 그림 속 화가의 위치로 구도를 살피는 방법을 알아본다. 또한 화첩ㆍ두루마리ㆍ선면 등 다채로운 매체에 표현한 팔도강산ㆍ자연풍경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홍도의 단양 그림과 단양 풍경을 찍은 사진과 비교해 전시한 모습

특히 금강산과 영동지역의 명소를 그린 김응환의 서화첩 《해악전도첩》 60면 전체를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한다. 또한 이풍익 李豊瀷(1804∼1887)이 금강산을 유람하며 지은 시문 쓰여 있는 서화첩(성균관대학교 소장)도 선보여, 작품을 통해 옛 화가들이 금강산을 유람하는 여정 살피고 금강산을 바라보는 화가들의 각기 다른 미감을 확인 할 수 있다. 

제4부 “실경을 뛰어넘다”는 독창적으로 경치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실경을 넘어 마음의 눈으로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산의 실제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거나 과감한 채색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강세황이 그린 송도(개성)를 기행하고 제작한 화첩 《송도기행첩》 중 <영통동구靈通洞口> 으로, 채색과 투시법 등 서양화법을 적용한 실험적인 작품이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붓을 대신해 손가락, 손톱으로 그린 작품, 원근과 공간의 깊이 해결을 위해 서양의 투시원근법을 시도한 등으로 개성있는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살필 수 있다.

한편 전시장 내에는 산수풍경을 찍은 사진도 전시돼 작품과 실제 풍경을 비교 할 수 있다. 전시장 밖에는 영상실을 별도로 구성해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며 전시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영상실에선 전시이해를 돕는 영상을 자유로운 자세로 보며, 전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는 특별전과 연계해 <그림과 지도 사이(7.2.~11.3.)>, <관아官衙와 누정樓亭이 있는 그림(7.9.~11.10)> 전시를 연다.  <그림과 지도 사이>는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그림과 같은 지도를 전시한다. 숨은 그림을 찾듯 실제 하는 도시와 건물ㆍ지명과 방위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아官衙와 누정樓亭이 있는 그림>은 관원들의 근무지인 관아와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한 장소인 누정이 표현 된 그림으로 ‘선비 문화’를 살필 수 있다.

▲2층 연계 전시 <관아官衙와 누정樓亭이 있는 그림>의 전시작품으로 관아를 그림으로 상세히 묘사했다

이외에도 전시 연계 강연회 4회와 박물관역사문화교실을 마련해 전시에 대한 이해와 실경산수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여름 방학,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ㆍ일렁이는 파도ㆍ햇빛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이 있는 산수와 풍경 그림들을 보며 무더위와 열대야로 지친 심신을 치유해 보는 건 어떨까?  

자세한 정보는 전시 누리집 http://www.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