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셩 : 판타스틱 시티》展, 동시대 예술가의 시선으로 본 수원화성은?
《셩 : 판타스틱 시티》展, 동시대 예술가의 시선으로 본 수원화성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7.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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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과 ‘정조'ㆍ 삶과 죽음ㆍ과거와 현재 등 중첩 의미 살펴
참여 작가 간담회 참석, 직접 신작 설명해

동시대 예술가들은 수원 역사와 현재ㆍ‘정조’를 어떠한 눈으로 바라볼까? 수원화성의 현대적 해석ㆍ정조의 혁신성을 10人 작가의 각양각색 미감으로 풀어낸 전시가 마련됐다. 2019수원화성 프로젝트인 《셩 : 판타스틱 시티》展이 23일부터 오는 11월 3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ㆍ4ㆍ5 전시실과 전시홀에서 열린다.

《셩 :판타스틱 시티》展의 ‘셩’은 적의 습격에 대비해 구축한 방어시설을 총칭하는 ‘성(城)’의 의미와 22대 왕 정조(재위 1776~1800)의 이름 ‘셩/성((祘)’을 담은 중의적 표현이다. 수원을 상징하는 두 개의 성 ‘수원화성’과 ‘정조(셩)’를 전시명에 반영한 것이다.

전시는 김경태ㆍ김도희ㆍ김성배ㆍ나현ㆍ민정기ㆍ박근용ㆍ서용선ㆍ안상수ㆍ이이남ㆍ최선 작가의 회화, 설치, 사진 미디어 등 총 22점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날인 오늘 오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은 “(전시는)수원화성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구현해 낸 연구 결과로, 추상적으로 알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과정으로 중요하다”라며 “앞으로 (수원 화성의)현대적 과정을 전시로 풀어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은영 학예연구관이 민정기 작가의 작품<서장대에서 본 광교산>을 설명하는 모습

신은영 학예연구관은 “수원을 관통하는 미감을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전시 구성에 대해선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공간인 왕릉(王陵)의 구성과 상징적 의미를 차용했다”며 “정조의 릉은 화성에 있지만 수원은 정조가 오래 살고 싶은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자리에는 김성배ㆍ박근용ㆍ최선ㆍ나현 작가 참석해 전시 소감을 밝히고, 전시 작품을 직접 설명해 의미를 더했다.

전시는 총 3부로 ‘수원’에서 정조가 꿈꾸었던 이상향의 처음과 마지막, 영원을 상징의 공간의미로 살필 수 있다. 1부는 왕릉의 도입부인 진입공간으로 살아있는 자의 공간이다. 정조의 삶과 수원화성에 담긴 이념에 주목한다.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이 설치돼 전시 이해를 돕는다. 영상은 민정기 작가

남북정상회담 당시 1층 로비에 걸린 작품 <북한산>을 그린 민정기 작가(1949-)의 작품들을 맨 처음 만날 수 있다. 작품은 '고지도'를 차용하는 구성으로 ‘봉수당 진찬도’ㆍ‘반계수록’을 담은 수원의 과거모습과 팔달산이 있는 현재 도심의 모습을 한 화폭에 담은 200호 크기의 작품  <봉수당을 복원하다>(2019), <서장대에서 본 광교산>(2019), <유형원의 반계서당>(2019) 총 3점을 선보인다.

서용선(1951-)은  단종ㆍ한국전쟁ㆍ동학농민운동ㆍ현대 도시의 풍경들을 오방색과 강렬한 색채, 과감한 붓 터치로 표현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는 정조의 삶과 화성 축성 과정에 주목해 정조가 지나온 시간과 극복 과정을 담은 <화성 팔달문>(2019), <정조와 화성축성>(2019) 총 2점을 전시한다. 전시장 중앙에 2열로 세운 주춧돌도 전시작품으로 역사의 흐름을 의식 할 수 있게 한다.

▲서용선 작가의 작품전시 모습(사진=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박근용(1958-)은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사회적 문제를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다룬다. 진실이 은폐되고,  현실의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사건들과 과정들을 작품으로 환기시킨다.

박 작가는 작품에 대해 “맨 처음 작품 컨셉은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은 일을 생각하며 만든 것”이라며 “근대사를 겪으면서 묻힌 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전시를 준비하며 4대문 안에 있는 폐 간판을 활용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영상을 활용하려 했으나, 구체적인 진실을 찍어 말하기 보단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글로 표현해 관객들이 연관 지을 수 있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박근용 작가의 작품전시 모습 (사진=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나현(1970-)은 역사적 사건이나 기록을 수집하여 그 맥락을 변형하거나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객관적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 작가 아크릴 케이스에 식물채집한 작품을 전시한다. 개망초ㆍ클로버 등 귀화식물을 활용한 기존의 작업과 16세기 서양 기술을 소개한 도서인 『기기도설(奇器圖說)』을 결합해 전시작품의 의미를 드러냈다.

나 작가는 작품에 대해 “귀화식물을 채집해서 표본으로 만든 작품이다. (작품은) 난지도에서 서식하는 식물들로 만들었는데, 어떠한 경로로 유입한지 알 수 없지만 자연적으로 한국화 돼 서식하는 식물들이다”라고 말했다.

▲ 나현 작가가 전시된 <식물 채집> ,<귀화식물도설>, 영상 작품<선인문>, <환경전> 를 차례로 설명하는 모습

전시중인 『기기도설』에 대해 나 작가는 “화성 지을 때, 서양의 발전된 문물을 소현 세자가 가져왔지만 안타깝게 죽었다. 정조가 중국에서 들여온 '기기도설'을 활용해 정약용이 거중기를 만들었다. 소현 세자와 사도세자 두 왕세자가 죽었는데, 책을 통해서 두 죽음이 연결된다. 또한 ‘책’을 통해 왕으로써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노력했던 실험적인 정신을 살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민족 자체가 불가능하다. 수많은 귀화식물처럼 외부로부터 들어온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산다. 조선시대에도 현재까지도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역사 속에서 계속 고민해온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2부는 제향공간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의 공간이다. 개혁군주로서 정조와, 죽음 이후 미완의 군주로 남은 정조의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정조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등용하고, 변화와 흐름을 판독하는 철학과 사상을 수용하며 문화적 혁신을 이루고자 했으나, 그의 혁신에는 반대가 따랐다. 대립과 모순의 배태에서 피운 꽃이자 고투의 무덤, 참과 거짓의 반복 속 중첩된 모습에 주목한다.

▲최선 작가 <나비>의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모습

최선(1973-)은 통념적 미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하는 작가다. 또한 그는 미약한 존재를 돌아보고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둔 작업을 해왔다. <나비>는 인종ㆍ성별ㆍ언어ㆍ이념의 경계를 넘어 숨결로 인간의 실존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숨을 쉬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행위로, 숨결로 흩어진 파란잉크는 나비 모양과 닮았다. 한 사람이 캔버스 위에 푸른 잉크를 떨어뜨리고 숨결을 불어 넣으면 뒤이어 다른 사람이 숨결을 불어 넣는 방식으로, 140명 이상이 참여했다.

최 작가는 “‘나비 프로젝트’라는 작업인데, (세월호)2014년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라며 작품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시 참여로 화성에 성을 짓던 여러 사람들을 생각했다. 화성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든 것으로 화성을 짓던 한사람, 한사람을 기억하고자 했다”라며 “화성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도 다치지 않았는데, 수원 화성의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지금까지 감동을 주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도희 작가의 <만인융릉(萬人隆陵)>으로, 낙동강 모래, 붉은 황토, 작가가 농사짓는 밭 흙인 검정색 흙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김도희(1979-)는 경험과 인식의 이면에 집중한 작가로 각인된 기억의 단편의 행위로 드러낸다. 이번전시는 김 작가가 일주일 동안 현장 설치 작업을 완성한 <만인융릉(萬人隆陵)>을 선보인다. 각각의 출처가 다른 붉고 누런 흙을 전시장 가져와 무덤의 형상을 만들어, 임금과 만인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했다. 은폐와 엄폐ㆍ 현실과 비현실ㆍ 삶과 죽음이 누적된 흙가루를 곱게 쌓아올리는 여정을 통해 관객을 축적된 시간과 남겨진 시간과 마주하게 한다.

마지막 3부는 왕릉의 능침공간인 신성한 성역의 공간이다. 만 백성을 비추고자 했던 정조의 이상향과 지향점을 통해 지금의 시간과 미래모습을 살핀다. ‘수원’의 시공간을 관통하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시선을 새로운 인식과 미감으로 보여준다.

▲이이남 작가의 <다시 태어나는 빛> 영상 일부 총 15분 30초(사진=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이이남(1969-)은 과거와 현재가 중첩하는 심상을 영상 매체로 표현하는 작가다. 이미지를 연결해 시간의 경과를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담는다. 이 작가는 익숙하고 친숙한 이미지 차용해 기존 고정된 의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대상을 보다 입체적 바라본다.

이번 전시작품 <다시 태어나는 빛>은 화성행궁ㆍ정조의 모친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는 뜻을 담은 봉수당(奉壽堂)ㆍ경주ㆍ혜경궁 홍씨 의 집 등이 역사적 공간이 차례로 나오고. 현재로 응축된 수원화성의 시간으로 뒤 섞인다. 작품은 과거의 기록을 현재로 병치해 미래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김성배 작가가 <셩_온새미로>을 설명하는 모습

김성배(1954-)는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김ㆍ구공탄ㆍ소금ㆍ 머리카락 등 미술의 재료로 여겨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 사용해 기성 예술의 고정된 미감에 새로운 미감을 더한다.

이번 전시는 가운데 먹으로 그린 큰 원형작품 <셩_온새미로>를 선보이는데,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사물 그대로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작품에 대해 김 작가는 “‘온새미로’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의 모습의 순 우리나라 말이다”라며 “원형 작품은 가르거나 자르지 않는 온전한 융합 정신과 상태를 선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분 간 한 퍼포먼스로 완성한 작품으로, 행위의 흔적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상수 작가의 <문자도_이성, 수원> ,<문자도_화성, 수원> 에 대해 설명하는 신은영 학예연구관 모습

안상수(1952-) 는 ‘안상수체’로 익숙한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한글의 획일적 정사각형을 탈피해 다양한 한글 서체 개발했다. 안 작가는 자유로운 형식과 유연한 태도로 기존의 디자인 개념을 뛰어넘는 표현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정조의 어휘인 ‘이성’과 ‘수원’, 화성과 수원의 첫 자에서 추출한 ‘ㅇ’ㆍ ‘ㅅ’ㆍ ‘ㅎ’ 의 이미지 배열로 의미를 재조합했다.

김경태(1983-)는 대상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하거나 왜곡된 원근감으로 ‘본다’는 것의 관습적 차원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다. 포커스 스태킹(Focus stacking) 기법으로 선명함과  물성을 강조해 시각을 확장한다.

▲김경태 작가의 <서북공심돈> 시리즈 전시 모습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적의 동향을 살피는 동시에 공격이 가능한 수원화성의 군사 시설물 ‘서북공심돈’ 연작 사진 작품 5점을 선보인다. 돌과 벽돌 사이의 경계와 간격ㆍ맞닿은 재질과 색감이 겹쳐지는 방식으로 시선의 깊이를 더하고 관찰 행위를 재구축한다. 작품 속 하얀색 돌은 복원한 돌이고 어두운 색은 정조 때 쌓은 돌로 중첩된 시공간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작품 이외에도 작품을 설명하는 작가 인터뷰 영상을 전시공간에 배치해, 작품 이해를 돕는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사이트(http://sima.suwon.go.kr/kor/index.do)나 문의를(031-228-3800) 통해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