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번의 붓질에서 축적된 에너지, 마지막 한 획의 힘" 박다원 《Now Here》展
“수천번의 붓질에서 축적된 에너지, 마지막 한 획의 힘" 박다원 《Now Here》展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8.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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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박다원의 그림은 붓질이 드러내는 공명에 대한 진술"
“나는 선을 그을 때 우주의 시간과 공간과 역사, 그리고 신의 깃드심, 신의 사랑을 기도한다. 그리고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기를 바란다'
삼청동 프린트베이커리오는 4일까지, 추상정신을 캔버스 담아

“삶에서 늘 인지하는 건 ‘지금, 여기’ 밖에 없다.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고, 통제하거나 피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마음대로! 순리대로 가자!”

▲삼청 프린트베이커리 지하 1층 전시장 박다원 작가의 Now Here展 전경(사진=프린트베이커리)

서울 삼청 프린트베이커리 지하1층~3층 전시장에서 지난 6월부터 전시중인 박다원 작가의 《Now Here》展을 오는 4일까지 연장한다. 적색ㆍ청색ㆍ다홍색 등 다양한 색의 화폭에 일필휘지의 선으로 에너지를 응축시킨 'Becoming' 시리즈 신작 외 작가의 대표작인 'Now Here' 시리즈 등 2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박다원 작가의 Now Here 시리즈(2010년 作)(사진=프린트베이커리)

박다원(Park Daa Won)작가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며 동양 철학을 화폭에 담으며 생명력의 근원을 점ㆍ선ㆍ색채로 표현했다. 그는 기억 속에 내재된 동양의 추상정신을 캔버스에 표출하는, 본질과 조우하는 작업들을 20여 년간 이어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의 흐름이 전시장을 감싼다.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일 획처럼 보이지만, 찰나의 에너지가 충만하고 선(線)의 향연이 이어진다. 마음을 내려놓고 오랜 시간 담금질된 화가의 예술적 완숙함이 화폭에 드러난다. 그는 선을 통해 모든 예술적 언어를 함축하며 미술의 새 역사로 나아가고자 한다.

▲박다원의 NOW HERE IN BLUE 2019 전시 모습(사진=프린트베이커리)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박다원의 개인전 서문 제목을 ‘기(氣 : Ki)의 공명’이라고 붙이고 싶다”라며, 기의 공명 방법에 대해선 “우선 기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앙리 베르그송이 말한 ‘순간의 지속(elan vital) 즉, 생명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재진행형’임을 암시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여기(Now Here>(과거, 현재, 미래의 통합 양상)에 내가 존재하고 그럼으로써 실존적 존재인 나(작가)는 생생한 삶을 체험하면서 그 삶의 에센스를 캔버스에 투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캔버스에 투사된 삶의 에센스(氣)는 관객의 미적 감상을 통해 세상에 넓게 퍼지게 되니, 그 이로움을 가리켜 ‘기의 공명’으로 부를 수 있다”라고 박 작가의 작품세계를 해석했다. 

작업과정에 대해 박 작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지만, 늘 인지하는 건 지금 밖에 없다. 그림 그릴 때만큼은 계획을 세우기보단 순리대로 가는 방법을 찾아왔다”라며 “내게 순리란 편안한 상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상태다. 마음을 내려놓고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작업을 툭 던지는 작업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Becoming시리즈(2019년 作) 전시모습(사진=프린트베이커리)

이어 “모든 시간들이 축적돼, 터져 나오듯이 답으로 나온다. 모든 답은 여러 시간들이 쌓여 나오듯 내 시리즈들도 그렇다”라며 “실 선으로 바탕을 여러 차례 덧칠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 우리의 삶과 일상이 중첩되는 것이지만, 선 그을 때는 한 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색채 표현에 대해 “작품 속 화이트와 블랙의 햇빛 공간의 색, 블루는 우주공간을 의미한다”라며 “햇살 빛의 다양한 색깔을 작품에 표현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획 진행을 맡은 김효정 팀장은 "박 작가 작품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생명력의 근원인 빛과 우주 만물의 본질을 점, 선, 공간으로 작품에 드러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람객 반응에 대해선 "작품에 에너지가 느껴져,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들 한다”라며 전했다.

▲박다원 red 2019 도판(도판=프린트베이커리)

전시 기획을 맡은 김은영 본부장은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배경은 일필휘지(一筆揮之)를 통해 보여지는 선묘의 힘있는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에는 거침없는 운동의 힘과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처럼 급변하는 리듬감, 순간 숨을 멎게 하는 고도의 절제감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사색과 사유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단숨에 그려낸 순발력 있는 필치, 다양하고 강렬한 정신적, 심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박다원 작가의 작품을 서울옥션 삼청 프린트베이커리에서 경험하고 교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다원의 Now here -becoming 2015 도판(도판=프린트베이커리)

한국적 모더니즘 선두의 작가이자, 절재 된 선의 형용으로 미술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하는  박다원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시장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