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호크니 전시 狂풍으로 보는...가능성 혹은 씁쓸함
[기자의 눈]호크니 전시 狂풍으로 보는...가능성 혹은 씁쓸함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8.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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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 전시 폐막, 호크니 작품 한국에서 通했다

이 쯤 되면 열풍을 넘어 광풍이다. 오는 4일 막을 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展이야기다. 이대로 호크니를 보낼 수 없는 것인지 전시 막바지인 금요일 오후 전시장 방문을 잘못 선택한 탓인지, 매표소 앞 호크니 표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인파는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없이 이어졌다.

▲데이비드 호크니展 표를 구매하기 위해 끝없이 이어진 줄

전시장 내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2층에 마련된 전시를 보기 위해 1층부터 긴 줄을 섰고, 2층ㆍ3층도 마찬가지였다. 호크니의 대표작을 총망라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책』을 포함한 출판물, 호크니가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쓴 편지, 호크니와 관련한 영화 세 편 〈중국 황제와 함께한 대운하에서의 하루, 또는 표면은 환영이지만 깊이 또한 마찬가지이다〉(1988), 〈데이비드 호크니: 점점 더 커지는 그림〉(2010), 〈데이비드 호크니 : 되찾은 시간〉(2017)을 만날 수 있는 공간 '호크니 라운지', 심지어 기념품 샵, 기념품 결제 줄까지 길게 늘어진 진풍경이 펼쳐졌다.

▲데이비드 호크니展 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내에 길게 늘어선 인파

20~30대 관객층이 유독 많았지만 여름방학을 맞아 미술관을 찾은 가족 단위, 머리가 흰 중장년층 등 각양각색 관객층이 눈에 띄었다. 지난 21일 기준 관람객 30만2628명으로 집계 된 점이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또한 현존하는 동시대 예술가 중 가장 영향력 있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 파워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서울시립미술관《데이비드 호크니》전시전경 모습(사진=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년생, 영국)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폭넓게 사랑을 받아온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展은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지난 3월 22일 개막해, 이번 주 일요일(4일) 막을 내린다.

지난 60여 년간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세계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소장한 다수의 컬렉션과 그 밖의 해외 소장 회화, 드로잉, 판화 등 작품 133점을 선보였다.

▲《데이비드 호크니》전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큰첨벙' 도판(사진=서울시립미술관)

호크니의 80세 생일에 맞춰 2017년부터 1년간 영국 테이트미술관ㆍ프랑스 퐁피두센터ㆍ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순회한 회고전에서 백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으며, 현재 한국까지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는 그의 시기별 예술적 여정을 일곱 개의 소주제(‘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점’, ‘추상’, ‘호크니가 본  세상’)로 소개한다. 각 시기별로 호크니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했던 다양한 예술적 도전을 확인 할 수있다.

▲《데이비드 호크니》전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클라크 부부와 퍼시' 도판(사진=서울시립미술관)

호크니는 60여 년의 작업 여정은 ‘끊임없는 변화’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도전’으로 설명된다. 동성애ㆍ인물ㆍ풍경 등을 주제들을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표출했다. 그는 실험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화풍의 변화를 시도했다. 1960~70년대 로스앤젤레스 시기의 작품과 자연주의 시기의 2인 초상화ㆍ피카소의 입체주의와 중국 회권(두루마리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시점 구도의 작품ㆍ다양한 판화 기법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시리즈 작품, 대규모의 풍경화 및 최근 디지털 매체(아이패드)를 활용한 작품을 망라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전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도판(사진=서울시립미술관)

지난 29일 취임 4개월을 맞은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언론간담회에서 “데이비 호크니전의 관람객 1000여명의 표본조사를 통해서 새로운 관객의 요구와 큐레이터십이 결합된 걸작전을 홀수년인 2년마다 운영할 계획이다. 짝수년도에는 비엔날레를 통해 미술의 전문성 확대와 국제도시네트워크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라고 밝혔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은 늘 중요하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3층 전시장 전경(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관람하며 전혀 다른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어느 미술관ㆍ박물관 전시에도 보기 힘든 광풍, 대박 난 전시를 기반으로 혹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객을 모객하는 일은 늘 필요하다. 반면, 변화나 새로운 도전 없이 박제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각인되지 못하는 전시들은 씁쓸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낸다. 이제 색다른 콘텐트와 기획 전시ㆍ관객의 호응에 반응하는 전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도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