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밀실행정 문화재청, 문제 해결의 진정성은 있는가?
[단독]밀실행정 문화재청, 문제 해결의 진정성은 있는가?
  • 이은영 기자,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8.0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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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무용분야 보유자 인정절차 과연 옳은 것인가?
무용분야 3종목에 문화재 11명?전무한 일
콩쿨도 대부분 3종목만 참가, 춤의 균형 무너질까 우려
보유자에 과잉 집중된 권한, 제한해야
승무·살풀이춤·태평무는 희귀종목 아닌 인기종목, 전승환경 고려 종목지정 등 검토 필요
“종목지정’ 불가라는 문화재청 설명은 신뢰할 수 없는 말”이미 시행하고 있어
문화재청 간담회서 비판 목소리 나와
“문화재청 변화해야”한 목소리

문화재청이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절차와 관련해 지난 26일 고궁박물관에서 ‘중립적인 입장의 무용대학 교수’들과의 자리라고 내세우며 비공개로 진행한 간담회는 회의 시작 전부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밀실행정이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7.25일자[단독]문화재청과 무형문화재위원 시험대 될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선정 기준과 절차’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87)

김현모 문화재청 차장을 비롯 김인규 무형문화재 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문화재위원으로 위원장인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 심승구 한국체육대 교수 양종승 샤머니즘박물관장, 유영대 고려대 교수, 정종수 전 고궁박물관장, 한경자 강원대 교수, 허순선 광주대 교수가 참석했다. 무용계에서는 총 8명이 참석했다. 문화재전문위원으로 박선욱 광주여대 교수, 심숙경 중앙대 겸임교수, 안병주 경희대 교수, 이미숙 의정부시립무용단장이, 외부 참석자로는 강인숙(경상대), 김명숙(이화여대), 정은혜(충남대) 교수와 정성숙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가나다 순)으로 알려졌다.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연장절차 백지화, 맞춤형 재설계 하라! 불공정 문화재 행정사례 즉각 시정 이행하라! 김숙자류 도살풀이 이수자인 최윤희씨 등 30 여명 문화재청이 지난 26일 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들과 무용학과 교수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장서 이같이 요구하며 ‘근조 謹弔’시위를 펼쳤다.

회의 내용도 모르고 참석해 부실 회의, 비밀요구, 투명성 공정성에 의문 제기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최종적으로 보유자를 결정하는 문화재위원들은 문화재청이 사전 공지한 대로 질문이나, 토론 등의 발언권이 없이 경청만 하는 것에 그쳤다. 문화재청은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회의자료도 회수하고, 오간 내용들에 대해서도 비밀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날 회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참석한 참석자들도 상당했으며, 문제의 본질은 비껴가고 결국 문화재청의 입장만 지지하는 셈으로 끝났다고 한다. 회의를 주최한 문화재청의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무용계 참석자들은 “일부 참석자들은 회의 안건이 무엇인지 정확한 내용도 모르고, 담소나 나누는 자리로 알고 온 사람들도 많았다”며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떤 깊은 얘기가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문화재위원은 “이날 문화재청이 강행하려하는 안을 지지하는 측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대 측이 함께 모이는 자리인 것으로 알고 갔는데, 그렇지 않은 자리였다” 면서 아쉬움을 표하고 “문화재청이 반론도 허심탄회하게 듣는 자리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문화재청이 현재 무용분야의 보유자 대량 지정 계획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무용 3종목에 10여 명씩이나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문화재청이 무용분야 보유자 지정 절차를 지금까지 끌고 온 것에도 문제가 많았다. 무용분야 문화재 존폐 문제가 거론되기까지 오게된 데에 대해 무용계의 반성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화재(보유자)’라는 가치 이상으로 보유자들이 누리는 권한과 여러 수반되는 이익들이 크다. 그래서 더욱 이런 문제가 생긴다” 라며 “과거부터 문화재청이 힘의 기울기와 균형을 방관했기에 총체적으로 이런 문제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즉 보유자, 무형문화재라는 칭호의 명예 이상으로 과다하게 주어지는 권한으로 인해 보유자가 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무용계의 생명력은 이미 세 종목으로 끝나버렸다” 면서 “콩쿨 등에서 태평무, 살풀이춤, 승무만 나온다. 무용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무용분야의 무형문화재 지정은 ‘개인이 아닌 종목으로 가야한다’는 무용계 다수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다른 한 참석자는 “문화재청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듯 하다가 바뀌는 것 없이 다시 돌아오고, 또 다시 변화하려는 모습으로 갈팡질팡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방향성도 없고, 이런 회의를 왜하는지 정체성이 불분명한 모임이었다”고 문화재청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무형문화재 과장이 학예사 출신으로 바뀌어서 좀 더 합리적이고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무후무한 무용분야 보유자 대량 지정은 특정인 지정하기 위한 "꼼수"

문화재청은 지난 2016년 2월 태평무 보유자로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인정예고 했다. 이후 무용계에서는 “신무용’ 주자를 보유자로 선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문화재청은 그해 8월, 태평무 보유자 인정을 보류하는 것으로 사실상 보유자 인정을 철회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앞서 3개월 전에 이미 태평무를 비롯 살풀이춤과 승무도 보유자 인정을 위한 심사를 마쳤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태평무를 제외한 다른 종목은 발표하지 않아서 석연치 않은 의문을 남겼다.

현재 문화재청이 보유자로 지정하려고 하는 11명의 후보자들 중에는 4년 전 문화재청의 불공정 심사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 다수가 포함돼 있다. 당시 불공정 심사결과가 시정되지 않은 채, 이의제기한 당사자들을 보유자로 지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두고 문화재청이 특정인을 지정해 주기 위한 입막음을 위해 반발이 예상되는 이들을 함께 지정해, 반발을 무마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가 열린 고궁박물관 사무동 앞에서는 “도살풀이춤 전수조교 선정을 원천무효 하라”며 김숙자류 도살풀이춤 이수자 최윤희 씨등 30여 명이 검은 옷을 입고 ‘근조謹弔’시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연장절차 백지화, 맞춤형 재설계 하라! 불공정 문화재 행정사례 즉각 시정 이행하라! 김숙자류 도살풀이 이수자인 최윤희씨 등 30 여명 문화재청이 지난 26일 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들과 무용학과 교수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장서 이같이 요구하며 ‘근조 謹弔’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도살풀이춤 전수조교 지정을 원천 무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문화재청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전 정권에서 잘못 처리한 보유자 지정 문제들을 그대로 강행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이것을 바로잡는 것이야 말로 무형문화재 적폐청산의 표본이 될 것이다”라며 “정치권에 휘둘린 전임자들을 그대로 답습하려 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 우리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목숨 걸고 투쟁하겠다"고 말해 앞으로의 험로가 예상된다.  현재 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7시까지 문화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화재청, "회의 내용 반영하겠지만 내용 밝힐 수 없어", 밀실행정 비판

문화재청이 이날 회의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자 한 의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문화재청에 재차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회의 전이나 후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문화재청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라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들은 보유자 인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 참고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문화재청의 무용분야 보유자 인정절차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가진 측과 소통창구가 있는지 이번 간담회와 같은 문화재위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 있는가를 묻는 각각의 질문에 “보유자 인정보유자 인정 절차에 대한 반대 의견 및 구체적인 이의제기 내용은 성명서 및 면담 등을 통해 전달받은 바 있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애매하게 답변을 피해갔다.

이에 대해 비대위(‘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는 "7월 12일 문화재청장 면담요청을 했으나 차장이 만나겠다고 했다. 일정확정을 지연시키다가 7월 26일 차장이 무형문화재위원들 배석하에 중진무용인 간담회를 개최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이후 국장이 비대위 대표자를 만나겠다면서 이틀 앞두고 면담날짜를 정하라고 통보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너무 급작스런 일정 제안이고, 또 면담 인적구성도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제안으로 보기어렵다” 며 “최소한 2019.7.26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중진무용인 간담회’ 형식에 준하는 무형문화재위원 배석, 차장 이상 참석에 준하는 인적구성으로 보편적 상식과 합리성에 준하는 방식으로, 진정성을 담아서 면담을 개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문화재청 역사상 11명의 보유자를 한꺼번에 지정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타 분야와의 형평성과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불공정 논란이 4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거센 비판과 논란 속에 보유자 지정이 강행된다면 이를 누가 수긍하겠는가? 문화재청 역사상 최악의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채, 보유자로 인정된다면 그들을 과연 국가 권위의 상징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며 문화재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비대위측 한 관계자는 “특정인을 고려한 편파적 인적 구성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면서 “그간의 불공정 논란을 감안할 때, 중진무용인 간담회에 참석한 무용가들은 백지화 내지 철회 요구가 당연히 있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4년간 불공정 논란을 무시하고 보유자 지정을 강행하려는 문화재청의 의지에 명분을 실어주는 역할에 그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라고 여전히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승무·살풀이춤·태평무는 희귀종목 아닌 인기종목, 전승환경 고려 종목지정 등 검토 필요

이같은 문화재청의 행보에 대해 무용계에 이어 문화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문화재계 한 인사는 “보유자 지정을 해야만 한다는 논리가 법 때문이라면, 법을 바꾸면 된다”고 지적했다. “‘종목지정’ 불가라는 문화재청 설명은 신뢰할 수 없는 말”이라며” ‘씨름’ 등 이미 종목지정을 실시한 사례가 있고 승무·살풀이춤·태평무는 희귀종목이 아닌, 대중적 보편성을 지닌 인기종목의 대명사가 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승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제도를 설계해 종목지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필요하다면 법은 바꾸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화재계 일각에서는 “문화재청이 현 정부의 소통 기조에 걸맞게 일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며 ”문화재위원들과 문화재청 고위 인사 참석하는 자리를 만들어 자신들에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들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비공개 원칙을 내세워 밀실행정의 구태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보유자 인정심사를 비롯 문화재위원회 회의 그리고 ‘중진무용인 간담회’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신뢰받을 수 있다.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 종신제 보유자 지정을 밀실행정으로 하겠다는 시대착오적 구태 행정을 버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소장은 "오래전부터 무형문화재 선정에 파벌과 인맥 중심으로 됐다는 잡음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며 "이번 기회에 처음부터 재조사해서, 활용과 확대보다는 기존의 제도가 제대로 됐었는지 점검과 고쳐야 할 시기"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화재청이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을 두고 갈팡질팡,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자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문화재청이 중립적 의견을 듣겠다고 마련한 간담회 참석자들이 아쉬움을 표한 대목에 그 답이 있어 보인다. 보유자 결정권을 쥔 관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정치권과 결탁된 어떤 외압도 배제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