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 누구를 위한 해비치인가? 제주 해비치에 분노하는 것은 예술가의 인권과 노동권을 짓밟았기 때문. (3탄)
[남정숙 칼럼] 누구를 위한 해비치인가? 제주 해비치에 분노하는 것은 예술가의 인권과 노동권을 짓밟았기 때문. (3탄)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9.08.19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8월 13일 한문연(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이승정 한려대 교수가 선출되었다.

우선 첫 선출직 한문연 회장이 탄생된 것을 축하드리고, 공약대로 “문예회관 전문성 강화, 지역민의 문화향유 기회확대, 종사자들의 권익보장” 등에 힘써 주시기를 바란다.

해비치에 관한 3탄을 쓰기로 약속했으며 동시에 새 한문연 회장에게 선물을 드리고자 2019년 해비치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6월 13일 끝난 이후에도 지금까지 제주해비치페스티벌(이하 해비치)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SNS상에서 해비치에서 보거나 겪었던 경험들을 쏟아 내고 있다. 제보를 종합해보면 결론은 ‘해비치에 참가한 공연팀들은 영업에서도 성과를 얻지도 못했고, 마음의 상처만 남았다’라는 내용들로 귀결될 수 있을 것 같다. 

Ⅰ. 공연팀이 해비치에 참가해서 영업적 성과를 얻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한문연과 공연팀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비치를 개최하는 이유에 대해 한문연 해비치 홈페이지에서는 ‘문예회관 관련 정보를 공유하여 문예회관 운영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연유통 활성화, 공연 문화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조금 느슨한 목표를 제시한 반면에 공연팀은 ‘생계를 위해서 하나의 공연이라도 더 판매해야 하는’ 절박한 목표로 참가한다. 절박함의 시간 차와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왜 한문연과 공연팀이 다른 목표로 움직일까?
태생적으로 한문연은 전국문화예술회관들을 위해 설립되었고, 서비스해야 할 대상이 문예회관들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연팀들은 한문연의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는 한문연에게 공연팀을 지원하라고 국가를 대행해서 국가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버스의 서비스와 택시의 서비스는 다르다. 버스를 타고 있는 승객들이 택시와 같은 개별 서비스와 속도감을 요구하는 것은 맥락이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팀 스스로 절박함에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기들이 항공료, 숙박비, 숙식비, 부스비 등을 지불하고 달려왔다고 하더라도 한문연 측에서 누가 그러라고 했느냐? 우리는 당신들의 공연을 회원들에게 소개해줬고, 크게 보면 대한민국 공연활성화에 이바지한 것 아니냐?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래서 공연팀은 화가 나있고, 한문연은 억울해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회원들의 서비스를 위해 설립된 한문연에 역량도 갖추기도 전에 공연팀 지원사업까지 맡긴 국가가 잘못한 것이다.

둘째, 한문연은 회원 서비스 기관이지, 공연팀의 마케팅 기관이 아니다.

공연팀들이 해비치에 참가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공연을 마케팅하고 판매하고 싶기 때문이다. 해비치는 본질적으로 지원사업이 아니라 공연 판매∙마케팅을 위한 사업이다. 그러나 한문연 해비치 프로젝트에는 마케팅팀이 없다. 운영팀이다.

즉 공연팀은 한문연에 대해 강력한 판매와 마케팅을 기대하고 갔으나 한문연에게 해비치는 한문연은 축제운영일 뿐이며 사업의 일부인 것이다.만일 한문연이 공연팀을 서비스하는 기관이라면 공연팀의 욕구에 맞춰서 국내외 판매∙마케팅에 포커스를 맞추어 해비치를 기획했겠지만 한문연 직원들은 한쪽으로는 회원사들을 서비스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공연팀을 서비스해야 했기 때문에 운영에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직원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라도 하고 싶다. 역시 국가 문화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한문연과 공연팀은 욕구가 다르다. 한문연은 해비치라는 사업을 무난히 운영하고 싶었을 뿐이고, 공연팀은 자신들이 하기 어려운 판매와 마케팅을 해비치에서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다른 것은 몰라도 한문연의 욕구와 공연팀의 욕구는 완전히 다른 욕구이므로 영원히 결합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에서 선택해야 한다. 한문연에서 해비치를 하려면 조직 내 국내외 판매∙마케팅팀을 보강해야 한다. 아니면 해비치사업을 다른 기관으로 이첩하는 것이 좋다. 

셋째, 한문연 대표의 자격은 무엇인가?

새 한문연 회장이 선정되셨으나 장기적으로 한문연 대표는 판매∙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현재 새로 선정된 한문연 회장님 역시 예술경영보다는 건축 혹은 미술학과 교수셨던 분으로 알고 있다. 한문연 사업에 대한 이해가 있으실지 모르겠다.

문예회관을 운영하는 경영자와 예술작품을 판매∙마케팅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문예회관 경영이 인바운드 마케팅(Inbound Marketing) 이라면 작품의 국내, 해외 마케팅은 아웃바운드 마케팅(Outbound Marketing)에 가깝다. 오히려 정반대 능력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해비치 기간에 김혜경 대표의 태도가 문제가 되었었다. 김혜경 대표는 본인이 예술가로서 인바운드 마케팅은 가능할지 몰라도 아웃바운드 마케팅은 어려웠을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반대의 사업을 한 바구니에 담도록 한 국가가 판단을 잘 못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는 한문연을 예술지원기관으로 존속시키고 싶다면,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있는 외부인사를 수혈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문연 조직 내부에 마케팅전담 예술경영 전문가가 본부장쯤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한문연은 설립목적대로 전국문예회관들의 전문성과 정보교류를 목표로 하는 인바운드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Ⅱ. 공연팀이 해비치에 참가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문연에는 공식적으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주요인사 초청 계획」이라고 주요인사에 따른 각각의 의전 서비스 안이 있다. 크게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한문연의 3단계 서비스 기준 
한문연은 1그룹 – 2그룹 – 3그룹으로 구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 1 그룹 – 항공, 숙박, 식사 제공
● 공동주최기관 대표, 후원기관 주요인사, 추진위원
● 국회 문화체육관광 위원회 의원, 제주지역 국회의원
● 해외인사
● 연합회 전임 회장, 부회장, 사무처장
● 기타 교류협력 네트워킹 주제 발제자, 개막식 사회자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원

○ 2 그룹 – 숙박, 식사 제공
● 주무부처 관계자
● 후원기관 직원 등 관계자
● 해외 관련기관 특별초청자 및 수행자
● 주한 외국 대사관, 주한문화원장 및 문화관련 관계자
● 제주지역 실무위원, 제주지역 주요인사 등
● 언론사 기자단
● 국내 문화예술 축제 예술감독
● 기타 교류협력네트워킹 사례발표 발제자

○ 3 그룹 – 단순초청
● 공동주최, 후원기관 중 제주 거주인사
● 국내 문화예술 관련기관 대표자
● 제주지역 주요인사, 서귀포시 주민대표 및 관공서, 학교장 등 초청 대상자

첫째, 차별적 계급구분, 예술가는 어느 계급인가?   

한문연의 공식적인 3단계 서비스 기준도 있지만 해비치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비치에서 설국열차와 같은 차별적 피라미드 지원구조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한문연의 공식자료에는 3단계로 구분하고 있지만, 나는 4단계 피라미드 서비스였다고 생각한다.

▲차별적 피라미드 지원구조(그림=남정숙)
▲차별적 피라미드 지원구조(그림=남정숙)

〈 피라미드 A층〉

●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층에는 해비치에서 선정한 주요인사들과 한문연 초기회장이었던 이** 사단의 이**씨 등과 같은 전임회장단, 해외초청인사, 문체부 공무원 등이 차지하고 있다.

● 이들을 위해서는 한문연에서 항공료와 제주해비치의 최상급 호텔, 식사가 제공된다. 어느 행사 건 VIP는 찾아온다. 일부 해외 마케터들과 중요 밴더들은 항공료 및 숙식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출장비를 별도로 받는 공무원들에게 이중적으로 항공료와 숙식을 제공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여기가 사법부도 아니고 이**씨 같은 전임회장단을 전관예우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해비치는 예술유통과 예술기관들의 정보교환을 하는 곳이지 윗분들을 섬겨야 할 곳은 아니다. 당신들이 섬겨야 할 사람은 회원사와 예술가들이다.

▲ 해비치 관계자와 참가자들이 이**씨를 배웅하기 위해 다수 모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남정숙)
▲ 해비치 관계자와 참가자들이 이**씨를 배웅하기 위해 다수 모여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남정숙)

〈피라미드 B층〉

● 맨 꼭대기 층 바로 아래는 한문연 회원사인 문예회관이 차지하고 있다. 이 단계는 항공료를 제공하지는 않고 문예회관 관장들과 직원 4명에게 제주해비치 리조트를 제공하고, 식사, 교통비를 지급한다고 한다. 각 문예회관 당 100만 원 이상의 비용 정도 제공된다. 그런데 문제는 A. 피라미드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B. 피라미드 공무원들도 각 문예회관에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출장비를 별도로 또 받는다는 것이다. 나는 A.층과 B.층에 계신 분들은 출장비를 받으시던가, 한문연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만 받으시던가 둘 중에 하나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둘 다 국민들이 낸 국비와 지방비이기 때문에 이중지원이 될 수 있다. 또한 김영란 법에 걸리지 않는지 잘 살피셔야 할 것이다.

〈피라미드 C층〉

● 그다음 단계가 전국에서 모인 문화관련 기자와 관계자들이다. 이들도 B. 층 사람들과 같이 항공료를 제외하고 해비치 리조트와 식사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차이가 나는 것은 B.층이 한 기관 당 지원하는 사람 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D층〉

● 예술가들의 위치는 어디일까? 한문연의 공식 지원 기준에는 예술가들은 들어 있지 않다. 지원 서비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비치 피라미드의 맨 하부층은 예술가인 공연팀이 차지하고 있다. 극히 일부 참여자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연팀에게는 숙박도 식사도 제공되지 않는다. 식권도 주지 않는다. 항공료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내야 한다. 아트마켓에 참가하려면 A구역은 275,000원을 내야하고, B구역은 2,750,000원을 내야한다. A구역은 예술단체 및 기획사, 관련기관 및 협회 등이고, B구역은 문화예술 관련기업만 해당된다. 돈을 내면 호텔 1실과 부스 1개가 제공된다. 식사비는 별도다. 물류비와 교통비, 의상비, 설치비, 각종장비 비용은 모두 공연팀이 자비로 해야 한다. 식사는 1인당 1식에 18,000원을 따로 받는다(참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홈페이지). 피라미드의 3단계 사람들에게 모두 제공되는 식권이 예술가인 공연팀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설국열차같은 기상천외한 피라미드 구조가 필요하다 손 치더라도 국비로 운영되는 친목단체였던 한문연에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어 여쭤본다.
1) 전근대적인 피라미드 의전구조에서 의전기준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는가?
2) 피라미드 A.층, B.층, C.층의 합은 얼마인가?
3) 피라미드 하층부에 있는 D.층의 지원금은 얼마인가?
4) 의전비와 행사비 중 어느 것이 더 많이 들까?

영화 기생충처럼, 상류층 사람들은 몰라도 지하층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하층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왜 불평등하고 전근대적인 의전에 희생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존심과 인권이 무너지고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둘째, 예술가들의 노동권을 무시하는 한문연의 문제

해비치의 개막공연, 쇼케이스, 프린지 등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대부분의 공연에서 관객은 없었다. 국내 및 해외 바이어나 밴더도 없었고, 부스에도 판매자는 있고 구매자는 찾기 어려웠다. 

▲개막 공연 중간에 자리를 떠서 횡해진 객석  (사진=남정숙)
▲ 개막 공연 중간에 자리를 떠서 휑해진 객석  (사진=남정숙)
▲ 쇼케이스에 동원된 제주도 내 고등학생들, 한문연에서 버스를 대절해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남정숙)
▲ 쇼케이스에 동원된 제주도 내 고등학생들, 한문연에서 버스를 대절해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남정숙)
▲ 관계자만 있는 부스전시(좌)와 텅빈 부스전시(우) (사진=남정숙)
▲ 관계자만 있는 부스전시(좌)와 텅빈 부스전시(우) (사진=남정숙)

해비치 기간 내내 구매자 없는 영업을 예술가들이 직접 해야 했다. 
해비치 모든 프로그램에 구매자가 적고, 가장 중요한 쇼케이스마저 제주도 고등학생들을 강제 동원하였다면 한문연이 미리 섭외를 해야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쇼케이스에 구매자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한문연도 예측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애초에 한문연이 적극적으로 구매자를 유치할 생각이 없었다면 한문연은 참가팀들의 공연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출연료를 제공했어야 한다.

공연팀들은 텅빈 공연장이나 부스를 보고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공연활동에 대해서 출연료는커녕 무료로 언제든지 원하면 사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한문연 임원과 관계자들의 오만한 태도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 (그림=남정숙)
▲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 (그림=남정숙)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에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상응하는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예술가는 근로자이고 생활을 위해서 작품을 공연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한문연은 사용자들에게 예술가들이 근로자임을 알리고 적정한 임금을 받도록 지원해야 하고, 근로계약서를 쓰게 하고, 사용자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교육하고 시스템을 제공해야 하는 기관이다. 지원이 돈만 지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한문연은 해비치가 12년이나 진행되는 동안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시스템을 회원사들에게 교육하거나 시스템을 구축하기는커녕 자신들이 사용자가 된 해비치에서 조차 접대를 위해 공연팀을 무료로 사용하고 공연비를 지급하지 않는 만행을 저질러왔다.

한문연의 김혜경 회장은 해외 관계자들을 접대할 때 공연팀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무료로 이용했고, 바이어나 밴더 등 구매자들을 초대하지도 않은 개막식, 쇼케이스, 프린지, 부스전시 등 모든 공연과 전시에서 무료로 공연팀을 이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연팀이 구매할 생각도 없는 문예회관 회원사나 구매자 하나 없는 공연장과 전시장을 지키자고 자기 돈 들여서 제주로 왔단 말인가? 당사자가 아닌데도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다. 

Ⅲ. 결론 및 대안제시

1. 한문연의 비전과 목표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
● 한문연은 태생이 전국 문예회관들의 친목단체이다. 한문연이 새로 태어나지 않는 한 이 설립목적을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사업과 사업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 현재는 한문연의 방향성이 모호하다. 한문연의 기능과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해비치를 비롯해서 모든 사업들에 대해 직접 사업을 하는 것보다 문예회관을 통해서 간접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 해비치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 한문연은 해비치를 단지 행사가 아니라 어떤 예술장르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중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예술경영센터의 아트마켓 등과는 차별화해야 한다.
● 한문연이 한문연 같지 않은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매년 해비치를 통해 이루어야 할 성과와 가시적 목표 등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계약만 발표하고 실계약 건수를 말하기 어렵다면 왜 하느냐고 묻고 싶다.

3. 전 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전은 집어 치워야 한다.
● 전근대적인 피라미드 의전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관례였다고는 하지만 해비치의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전은 받는 사람이나 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찜찜하고 기분 나쁜 일이다.
● 예술가와 비예술가를 구분하지 말고, 오히려 서로 소통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4. 행사장을 제주도에서 이전해야 하고, 이미 기업명이 된 축제명도 바꿔야 한다.
● 접근성이 편리한 대도시에서 하는 것이 다수의 공연팀이 저렴한 금액에 참여할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5. 해비치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VIP는 ‘바이어 & 밴더’이다.
● 공연팀의 작품을 판매∙마케팅 해야 하는 해비치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공무원들이 아니라 작품을 계약하러 온 국내∙해외 ‘바이어와 밴더’들이다. 물론 올해 해비치에도 국내 바이어들이 모습을 비추기는 했었다. 그러나 한문연은 12년 동안 가계약 건수만 발표할 뿐 실계약 건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 문예회관 관장들과 직원들은 국내 바이어와 밴더가 아니다. 그들은 이미 지역 공연팀들과 연계되어 있고, 해비치에 와서 공연팀을 결정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6. 국내∙해외 ‘바이어 & 밴더’들의 DB를 구축해야 하고, 한문연 조직 내에 전담 마케팅팀이 있어야 한다.
● 현재 한문연에서는 해비치 행사의 운영팀만 있지, 한국 공연을 국내외에 유통할 전담 마케팅팀이 없다. 유사한 아트마켓을 운영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는 공연예술유통팀이 있고 10명의 상주직원이 있다.
● 해외 바이어와 밴더를 알고, 한국 공연팀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그들과 네트워킹 해야 한다.
● 우선 국내, 해외 ‘바이어와 밴더’들의 DB를 구축하고 특별관리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국내 공연팀들의 작품들을 영상과 인쇄물로 제작시켜서 ‘바이어와 밴더’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 일정기간 해외 바이어와 밴더들을 위해서 공연팀이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공연할 수 있는 특별한 쇼케이스를 마련해야 한다.

7. 한문연이 공연팀들의 국내∙해외 바이어와 밴더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 해비치에 한해서는 문예회관 회원들의 서비스가 아닌 공연팀들의 작품을 판매∙마케팅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국비를 수억 원 투입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공연예술 유통의 장(場)만 마련한다는 태도로는 국내 공연팀을 국내, 해외에 팔거나 유통시킬 수는 없다.
● 우선 한문연은 공연예술을 일방적으로 판매한다는 목표보다는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내 공연팀을 해외 주요축제, 공연장, 공모사업에 응모하게 정보와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하며, 해외 주요팀도 국내에 진출할 수 있고,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8. 국내∙해외진출을 원하는 공연팀에게 지원서비스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 공연팀들에게 국내∙해외에 전송할 영문 혹은 현지어 카달로그 및 홍보영상 제작을 지원하고, 저작권 등록업무도 지원해야 한다.
● 이미 경험이 있는 코트라(KOTRA), 콘텐츠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과 협력해야 한다.
● 국내 공연팀에게 각 공연팀 환경에 적합한 지원서비스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윗 글 Ⅰ과 Ⅱ를 보면 해비치는 단지 한문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화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 번 잘못 판단한 국가 문화정책은 23년이 되어도 바로 잡히지 않는 법이다.혼란뿐인 해비치를 비판받을 때 마다 땜빵처리해서는 달라지지 않는다.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한문연과 해비치는 거의 반대편에 있는 운용방식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한문연 이승정 회장께서는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어 문예회관 회원사들과 예술가들이 서로 돕고 정의롭고 공정한 지원시스템과 문화향유가 이루어지는 높은 문화의 힘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