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 서울발레페스티벌∙남성안무가 공모전의 세 작품
[이근수의 무용평론] 서울발레페스티벌∙남성안무가 공모전의 세 작품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8.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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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이근수 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발레축제 2019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남성안무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다. 조직위원회(박인자)가 선정한 6개 작품이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나는 김성민(프로젝트클라우드 나인)의 ‘더 플랫폼 7’과 김용걸의 ‘Le Baiser(키스)’, 그리고 축제 마지막 날 유희웅의 ‘Life of Ballerino'를 보았다.

‘더 플랫폼 7’(6.24~25)은 플랫폼이란 상호의 선술집 안에서 벌어지는 7개의 독립된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한다. 선술집 주인(김성민)이 무대에 올라 상점 문을 열면 한 여인이 들어온다. “은화 $1을 가진 그녀는 오늘도 이곳에 잠시 머문다.”는 내레이션이 뜬다. 춤을 마치고 카운터에 앉아 술 한 잔을 걸칠 때 남성무용수 둘이 들어온다. ‘도망자 두 명’이란 소제목이 뜬다. 다시 2명의 여인이 등장하고 길 잃은 여인 하나가 다시 가세하면 플랫폼 무대의 여인은 넷으로 불어난다. 허리 아래가 넓게 퍼지는 야회복차림에 허벅지를 드러낸 여인들의 춤이 요염하다. 선술집 주인을 포함한 3명의 남성 춤이 경쾌한 행진곡 풍 음악에 맞춰 여인들에 가세하면 술집을 무대로 남녀들의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이 관계의 끝은 알 수 없기에 김성민의 일곱 번 째 에피소드는 물음표(?)로 끝난다. 2018년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단 사업에 선정되어 초연한 바 있는 ‘더 플랫폼 7’엔 베이스기타, 일렉트릭 기타, 드럼, 피아노, 바이올린의 5인조 밴드가 다락에 마련된 무대에서 생음악연주를 실연함으로써 술집의 리얼리티를 한결 살려준 작품이었다.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을 독특한 방법으로 해석하여 깊은 인상을 받았던 김용걸의 ‘키스(Le Baiser, 6.24~25))’를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17년 석관동 K-Arts 예술극장 초연 시의 40명 출연규모는 자유소극장 무대에 맞춰 20명으로 축소되었으나 강렬한 스트라빈스키 음악에 맞춰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춤의 생동감은 여전했다. 제목이 ‘키스’인 만치 김용걸의 봄의 제전은 이성 간의 만남을 주제로 한다. 대지에 진동하는 봄기운을 받아 물오른 들판에서 마을의 처녀총각들이 짝을 지어 본능적인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가 성스럽고 장엄한 사람의 축제다. 만남은 자신이 선택한 상대와의 키스로 시작되어 집단적인 성교의식으로 발전한다. 숨겨야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성적 본능을 김용걸은 당당하게 표출한다. 억압되지 않는 사랑은 그 자체가 신의 찬양이다. 춤은 모두 군무다. 검정색 짧은 바지로 통일된 단순한 의상, 다리를 크게 벌려 겅중겅중 뛰면서 어깨와 팔을 힘차게 돌리고 몸통을 크게 흔드는 젊은이들의 춤은 신선하고 경쾌하다. 빛이 터지듯 순간적인 환희로 마무리되는 극적 피날레로 김용걸의 키스는 완성된다.

유희웅이 안무와 출연을 겸한 ‘Life of Ballerino'(6.29~30)는 발레리나(ballerina)의 화려한 춤 뒤에 가려진 남성 무용수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영철, 김현웅, 윤전일, 유희웅 등 국립발레단 네 명의 전 현직 발레리노가 무대에 올랐다. 김현웅과 최유정의 파트너링으로 돈키호테 중 그랑 파드되의 아다지오 장면을 맛보기로 보여준 후 유희웅이 해설자로 등장한다. “이 1분을 위해서 무용수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아십니까?” 그의 언행은 코믹하게 시작되지만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들은 진지하다. “안무란 무엇일까?” “그것은 외로움이고 두려움이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엔 꿈이 있고 야망이 있었다.”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기를 ...부모님을 향한 완벽을 위한 기도가 그 다음 단계였다.” “지금은 춤추는 시간이 즐겁다. 춤추는 자신에게서 행복을 찾는다.“ 국내 최고의 기량으로 손꼽히는 네 명의 발레리노가 그들의 고민을 이렇게 묻고 또 스스로 대답을 찾아간다. 무용수들이 자유로울 때 관객들은 편안함을 느낀다. 춤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들이 재즈와 왈츠 등 가벼운 음악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관객과 소통한 35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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