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6. 삶이 예술이다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6. 삶이 예술이다
  • 유승현 설치도예가
  • 승인 2019.08.1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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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연에게 자연스러움 배우기
▲ 유승현 /설치도예가

1년의 반, 365일중에서 가장 무더운 8월의 여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간만에 다녀온 서쪽 바다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조수간만의 차이를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자연앞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제대로 ‘자연스러운 자연’을 보고 왔기에 인간이 만든 작품들을 마주하며 그동안 ‘자연스럽다’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커다란 반성마저 왔습니다. 사실 밀물과 썰물의 간극은 모든 것이 쓸려가는 두려움마저 갖게 합니다. 휴가철 때 보도되는 연이은 사고들은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겠지요. 자연앞에 인간은 덧없이 작은 존재이며 그럼에도 자연을 잘 다스리고 살아가야 합니다. 천만번을 연습하고 훈련해도 자연스럽다는 말을 듣기 어려운 우리는 무한 겸손해야 합니다.

서해 안면도 근처 이름하여 “바람아래‘ 해변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이곳은 10여 년 전 가보고 잊고 살다가 올 여름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인상 깊은 이름을 달고 있는 이 해변은 말 그대로 바람아래 있는 곳입니다. 바람이 길게 머무는 곳. 제 아무리 땡볕 밑이라도 청정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서리 맞은 듯 온몸이 서늘해지곤 합니다. 오르락 거리는 만수 간수로 많지도 않은 피서객들이 위험해질까봐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경고방송이 겉으로 평안해 보이는 이곳과는 사뭇 대조적이었습니다. 뒤늦게 안 사실은 얼마 전 해루 질을 하러 젊은이들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파도가 닥치는 바람에 미처 나오지 못하여 인사사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유달리 바지락이 많고 고동과 소라가 많이 잡혀서 해양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한바구니 채취가 가능한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꼭꼭 숨은 이곳도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아름아름 모였는데 나쁜 소문은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안오나봅니다. 어쨌거나 뒷골이 서늘해지는 소문을 듣기 전까지는 손으로 셀 만큼 적은 피서객들 사이에서 황제 피서를 즐겼습니다.

갯벌에 온갖 생명체들이 바스락 거립니다. 이름 모를 작은 게, 갯지렁이, 맛조개, 바지락 등 얼마 만에 마주하는 생물시간인지 신이 난 필자는 가만히 그들을 관찰해봅니다. 집이 있을 테고 엄마가 있을 테고 살기위하여 무엇인가 먹고 배출하고 바둥거리며 생명을 이어가는 행위를 반복하는 그들이 매우 거룩하게 보입니다. 두려움을 알기에 적 앞에서는 모랫속으로 피하기도 하지만 밀물과 썰물의 리듬을 타고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 머무는 곳과 내일 머무는 곳이 같지 않고 가족의 품을 떠나 이리저리 파도에 밀리고 쓸려서 누군가의 식사가 될지도 모르는 외로운 갯벌이 보입니다. 불평한마디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들입니다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 밑에 자리하고는 있네요.

바다에 지는 노을을 보며 ‘바다는 해의 주머니’라고 표현한 제 아이의 동시가 생각납니다. 슬그머니 바다로 스며들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아이는 놀라운 시를 쏟아냅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두려움을 알고 성인이 되고나니 욕심을 알고 그 욕심이 빚어내는 망상과 행위들이 우리를 잡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오늘 지는 해와 내일 뜨는 해는 그대로인데 우리는 너무 급히 변화합니다. 어찌 보면 자연에게 순응하며 썰물과 밀물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타고 있는 갯벌의 생명체보다 불안하게 살아갑니다. 모래바닥에 수없이 남긴 생명체들의 신비한 발자취가 뉴욕 MOMA 미술관에 걸려있는 잭슨폴락의 대작보다 오묘하고 창조적입니다. 무질서한 작업같이 보이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자연의 작품이었습니다. 자연의 행위처럼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질서 있는 상태. 그것이 자연입니다. 자연에게 자연스러움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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