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진실한 기록물이 되었으면…” 신경희 개인전 개최
“내 삶의 진실한 기록물이 되었으면…” 신경희 개인전 개최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8.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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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고 2주기, 미발표 유작 40여점 공개

학고재에서 故 신경희(1964-2017, 서울) 개인전 《Memory – 땅따먹기》가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10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작고 2주기를 기리는 전시로, 작고 이후 최초로 마련한 자리다. 미발표 유작을  공개한다. ‘요절 작가’의 전시로 한국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작가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작가가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1990년대 작업과 마지막으로 국내 개인전 2003년 이후의 미발표 유작을 4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특히 〈정원 도시〉시리즈를 본격적으로 공개해 작가의 사유 흔적, 정신적 육체적 고뇌를 추적할 수 있다.

우정우 학고재 실장과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가 공동 기획했다. 김복기 대표는 신경희 작가의 대학 선배이자 오랜 지우다. 작가가 작고한 이후, 유족과 작품 및 아카이브를 꾸준히 정리해 도록 제작을 담당했다.

▲신경희 작가의 퀼트(Quilt) 23(도판=학고재)

신경희는 30대 때인 1990년대의 한국 미술계에서 여성작가로 활동 두드러 졌다. 재료 기법에 대한 집요한 탐구, 회화 판화 입체 설치를 아우르는 탈 장르적 형식, 내밀한 자신의 기억을 보편의 내용으로 확장하는 서사성 등 완성도 높은 자기 세계를 밀고 나간 작가다.

신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작업을 하면서 소망하는 것이 하나 있다. 20년 후,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기 쓰기 작업을 뒤돌아볼 때, 나의 20여 년 전의 일기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세상과의 적당한 타협물이 아닌 내 삶의 진실한 기록물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신경희, 화해할 수 없는 난제들-기억(도판=학고재)

서울대학교 심상용 교수는 신 작가의 작업방식을 “일기(日記) 쓰는 것과 흡사하다. 하루(the day)라는 시간에 담긴 삶의 기록인 ‘일기’의 의미를 신경희는 남다르게 포착했다”라며  “그는 일기장은 진정한 고백과 검열의 대립 안에서 ‘영악한’ 균형 잡기를 학습해야 했던 숙제의 일환으로 이해했다”라고 ‘작가의 말’로 설명했다. 이어 “그의 회화 행위는 당시 주된 경향인 임의적인 것들의 병치, 결합을 통해 문법체계의 해체를 꾀한다. 이미지 차용과는 맥락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평했다.

전시주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 기억, 시간의 건축학에선 신경희 특유의 ‘기억의 건축학’이 동시대의 조형언어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1990년대 시리즈〈화해할 수 없는 난제들(Irreconcilable Difficulties)〉만날 수 있다. 자신의 ‘기억의 저장고’에서 불러낸 다양한 이야기를 오늘의 삶에 넌지시 맞대는 그림이다. 유학시절의 이국 생활 체험을 자기 정체성과 연결했다.
작가는 그림일기, 땅따먹기와 같은 작은 이야기부터 ‘지금, 여기’의 나와 타자의 문제로까지 내용을 확장을 보여준다. 구상과 추상, 이미지 기호가 반복 나열되는 다중 구조로, 평면 입체 판화 설치 등으로 다양하게 펼쳤다.

▲신경희, 화해할 수 없는 난제들-방울방울(도판=학고재)

수제 종이를 손바느질로 이어 짠 섬세한 감성과 동시대적 조형의 힘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작〈퀼트(Quilt)〉와 사진과 판화를 활용한 ‘복제(Copy)’의 담론, 상반된 조형요소를 한 화면에 병치시키는 다중 구조 혹은 탈 구축의 담론을 작가의 감성과 연관하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잠자는 도시’에서 ‘정원 도시’는 신 작가가 〈잠자는 도시(Sleeping City)〉와 〈정원 도시(Garden City)〉 시리즈는 2000년대 발표한 작품이다. 기존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병치 나열의 구성이다. 매일 서울 근교의 작업실을 오가며 마주하는 자연과 도시 풍경을 추상화 한 것으로,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이다. 점과 선의 미세한 입자로 ‘정원의 땅’을 경작하고 자연을 압축한다. 자연과 인간, 정원과 도시 모두를 조화롭게 작품에 끌어안은 것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학고재(02-720-1524~6)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