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연예술진흥정책토론회, “남은 건 국회 및 정부 입법 실행 의지”
전통공연예술진흥정책토론회, “남은 건 국회 및 정부 입법 실행 의지”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8.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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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당위성 논의 충분해ⵈ특별법 제정 및 창작거점 필요성 공감
지난 21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국회 김영주 의원 공동주최로 토론회 개최

대한민국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전통예술 진흥은 국가의 의무다. 하지만 전통공연예술계의 현주소는 열악하다.

▲지난 6월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전통연희 페스티벌'의 연희 공연 중 하나인 '진주오광대' 공연 장면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지난 6월 서울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전통연희 페스티벌'의 연희 공연 중 하나인 '진주오광대' 공연 장면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년간 전통예술 관람률은 9.3%에 불과하며 전통예술인의 주 수입원 중 저작권 수입은 0%, 작품 판매료는 1.7%에 그쳐 자생적인 창작 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공연예술 수용자와 공급자 니즈(NEEDS)에 부응하지 못하는 실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6년 한국문화광광연구원의 전통공연예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이내 전통공연예술 관람 의향은 62.2%인데 비해 전통공연예술 인지도는 50.4%와 (당시) 지난 1년간 전통공연예술 직접 관람자 비율은 15.4%에 그쳐 수용자의 전통공연예술 기대는 높으나 인지·체험·만족도는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성숙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국회 문예위 여야 간사 의원을 비롯해 김용삼 문체부 제1차관(앞줄 왼쪽 세 번째) 등 약 300여 명이 참석해 제1소회의실을 가득 메웠다(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날 토론회에는 정성숙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국회 문예위 여야 간사 의원을 비롯해 김용삼 문체부 제1차관(앞줄 왼쪽 세 번째) 등 약 300여 명이 참석해 제1소회의실을 가득 메웠다(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하지만 무엇보다 전통공연예술 활성화의 근본적 한계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이미 2007년 2월 강혜숙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통공연예술진흥법안’이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으며, 2009년 11월 김을동 전 의원이 재차 대표발의했지만 “적용대상 및 규율내용이 다른 문화예술 진흥 법률과 유사·중복되고 있어 현행 법률로도 입법목적 달성이 가능한 측면이 있음”(전통공연예술진흥법안에 대한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등의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2017년 국악문화산업진흥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통공연예술과 관련한 현행법체계는 일반적인 문화영역을 포괄적 적용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진흥법」, 「공연법」, 「문화재보호법」 등만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공연예술정책은 공연활동 진흥에 관한 사항을 골자로 한 「공연법」,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의 지원에 중점을 둔 「문화예술진흥법」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문화산업기반의 조성과 육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통해 산업적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300여 명이 모여 제1소회의실 좌석을 모두 채웠으며 참관하는 청중들도 다수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300여 명이 모여 제1소회의실 좌석을 모두 채웠으며 참관하는 청중들도 다수였다

문제는 문화예술 및 공연 일반에 대한 포괄적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법 체계로는 ‘전통공연예술’의 효과적인 보전·계승, 전통공연예술의 대중화 및 생활화와 산업화 및 세계화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공연예술 보전 및 진흥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현행 문화예술진흥 법체계에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특별법 제정 사례가 있으며, 전문가 검토에 따르면 향후 전통공연예술분야에 특화한 별도의 전통공연예술진흥법을 제정하더라도 법체계상 문제는 발생치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예위 여야 간사 비롯 300여명 참석해 뜨거운 관심

이런 상황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김영주 국회의원은 ‘전통공연예술 진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토론회는 민간 예술단체의 경쟁력 강화 등 전통공연예술의 진흥을 위해 중장기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자생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축하공연에 나선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 명창(우)이 최경만 명인(좌)의 피리 연주에 맞춰 경기민요 ‘정선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을 불러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축하공연에 나선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 명창(우)이 최경만 명인(좌)의 피리 연주에 맞춰 경기민요 ‘정선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을 불러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토론회에는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 의원, 김진표 의원, 노웅래 의원, 백재현 의원, 유승희 의원, 신동근 의원, 이동섭 의원, 정태옥 의원 등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윤태욱 공연예술전통과장, 문화재청 김인규 무형문화재 과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 등 전통공연예술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영주 국회의원은 “민간 전통예술단체가 자생력을 갖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할 시점으로 전통예술인들의 처우 개선과 많은 국민들이 전통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정성숙 이사장은 정책 의존도가 높은 전통공연예술계의 현실과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에 따른 전통예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말한 후 “전통공연예술 생태계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거법 제정과 전통공연예술에 특화된 창작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창립 10주년을 축하하고 참석자들이 우리 전통공연 예술의 멋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 명창이 최경만 명인의 피리 연주에 맞춰 경기민요 ‘정선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을 부르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안수련 수석연주자가 해금연주와 함께 ‘홀로아리랑’을 불러 토론회에 참석한 내빈과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연주자’에서 ‘창작자’로 성장할 창작거점 시스템 필요 

토론회 기조연설에 나선 김영운 한양대 교수는 급변하는 시대 속 전통공연예술의 현황과 진흥재단의 역할을 짚었으며, 발제에 나선 원일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실연자에서 창작자로 성장하기 위한 창작 플랫폼의 필요성을, 김대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미래전략팀장은 제작 지원에 편중된 지원 정책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전통공연예술이 산업적 틀을 갖출 창작거점을 제시했으며, 유재웅 을지대 교수는 전통공연예술의 보존 및 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관해 주제발표했다.

▲발제 및 기조연설 참석자. (좌측부터) 유재웅 을지대 교수, 김대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팀장, 원일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영운 한양대 교수
▲발제 및 기조연설 참석자. (좌측부터) 유재웅 을지대 교수, 김대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팀장, 원일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영운 한양대 교수(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김영운 교수는 “2015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총 438개 전통공연예술단체 중 385개가 민간단체로 예술가들이 예술적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라며 “그러나 현실은 여타 장르평균 53%인데 비해 공공의존도 77%를 기록하며 공적자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에서 현대공연예술은 음악·무용·연극 등으로 세분되어 있으나, 전통공연예술은 ‘국악’으로만 정의돼 있어 현대공연예술에 비해 진흥 및 지원 비중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라며 “특별법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이미 2007년에 전통공연예술진흥법(안)이 회기 불계속,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고, 2009년에도 다시 발의 되었으나 마찬가지로 폐기된 상태이다. 그리고 2017년 국악문화산업진흥법(안)이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작곡가 원일은 ‘연주자’에서 ‘창작자’로 갈 수 있는 전통예술생태계 내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창작자’란 단어는 작곡가를 포함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단어로, 특히 한국음악에서 연주자가 자신이 전공한 악기를 일정한 프로수준에 도달하도록 마스터한 후 진입하게 되는 과정이 바로 ‘창작자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 생존해야 할 기술적 훈련과 창작 방법론을 대학 전공교육과정 속에서 거의 습득하지 못한 채 사회로 배출된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라며, 2017년 4월 「문화예술교육과정 현황 및 진로설계지원 연구」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순수예술전공 대학교 중 응용전공/학과 밀 연계전공 개설 수가 0인 국악 장르의 커리큘럼 실태를 지적했다.

제언도 이어졌다. 원일은 “해마다 많은 대학에서 사회로 배출되는 수많은 실력 있는 젊은 국악인들이 창의적 방식의 음악을 생산해 자생할 수 있는 창조적 생태계를 제공할 창작자들을 지원할 시스템과 공간을 갖춘 전통공연예술의 창작 플랫폼이 될 거점이 만들어진다면 이러한 절실함을 체계적으로 대처해나갈 환경을 마련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창작 플랫폼의 기대효과로 ‘교육-네트워크-공간-홍보지원’의 청사진을 그렸다.

김대진 팀장은 기존 창작거점 사례를 들어 효과를 분석하고, 창작거점 조성에 따른 변화를 발표했다. 김 팀장은 “2009년 CJ문화재단이 마포구 신정동에 설립한 대중(인디)음악 분야 창작 거점 ‘CJ 아지트 광흥창’은 2010~2018년까지 2,772건의 응모를 받아 137건을 선정했다. 광흥창은 대중음악(인디) 분야의 가치사슬을 반영하고 특성을 살려 뮤지션의 공연, 음원 관련 창작 비용을 줄이고 통합 홍보 등을 통해 뮤지션들이 불필요한 노력을 줄일 수 있도록 평생 지원 체계(뮤직비디오 제작 지원 및 국내/외 공연, 쇼케이스, 페스티벌, 방송 등 포함)를 구축했다”라며 “그 결과 최근 5년간 매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지원을 통해 아이엠낫, 술탄 오브더 디스코, 아도이, 이정아 등이 알려져 300석 규모의 뮤지션이 2,000석 규모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전통공연예술 창작거점이 조성된다면 예술인 및 단체가 자생력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근거 기반한 중장기 마스터 플랜 필요

유재웅 교수는 전통공연예술의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유 교수는 먼저 “전통공연예술은 그간 일회성, 단기적 실행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해왔다”라며 전통공연예술 진흥 중장기 마스터 플랜 수립 및 실행이 부재한 현실을 비판하고, “중장기 마스터 플랜에 입각한 정교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 전술, 실행 프로그램 수립 및 추진이 긴요하다”고 진단했다.

▲2부 토론 전체 참석자
▲2부 토론 전체 참석자

나아가 “전통공연예술의 체계적 보전과 진흥, 대중화와 생활화를 통해 국민의 문화향유권 신장, 산업화와 세계화를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확고한 법적 뒷받침이 요구된다”라며 전문가들이 마련한 ‘전통공연예술의 보존 및 진흥을 위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 몇 가지를 살펴보면 안 제6조 ‘전통공연예술의 보전·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전통공연예술의 체계적인 보전, 계승 및 진흥을 위하여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이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할 수 있게 했다. 안 제8조 ‘전통공연예술 자료·정보의 체계적 관리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공연예술에 관한 자료 및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여야 하며, 이를 전통공연예술에 관한 조사·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기존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던 전통공연예술 관련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정부 정책 마련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안정적인 정책지원 체계 구축에 토대라는 점에서 기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교수는 “무엇보다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논의의 반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회와 정부의 입법 실행 의지”라며 말을 맺었다. 
이후 토론에는 조현 한겨레 논설위원, 유의정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 이선영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장,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강은일 단국대학교 교수가 논의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특별법 제정 논의에 무게가 실린 만큼 국회에서 문화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담당한 유의정 팀장은 “특별법은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라며 현재 문체부 소관 특별법 역시 4개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문체부와 문화재청 등 기관사업 중 업무 중복이 있을 경우 법제화에 굉장히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 논리적으로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숙 이사장은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은 민족의 얼과 혼이 담겨있는 정신이다. 우리나라가 많은 외침(外侵)을 받았어도 이를 극복하고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우리민족의 얼과 혼이 담겨있는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해왔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예술인들이 많다. 국가의 정책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