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광화문인가?”
“누구를 위한 광화문인가?”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8.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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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40억원 투입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 시민단체 반발
시민단체 “시민적 공감대 없어” vs 서울시 “전문가, 시민참여단과 충분한 토의 거쳐”
“시민과 소통? 실질 없고 ‘형식’만 지킨 서울시 행정” 질타 받아

총 1천40억 원(서울시 예산 669억 원, 문화재청 예산 371억 원)이 투입되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 대한 서울시와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차이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2일 열린 광화문광장재구조화 연속토론회 2차토론회
▲지난 22일 열린 광화문광장재구조화 연속토론회 2차토론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연속토론회’가 지난 21일, 22일 이틀에 걸쳐 서울 종로구 소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강당에서 열렸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양측의 공방은 냉랭한 분위기로 일단락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89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 참석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반대 여론 확산을 토대로 ‘사업을 2021년 5월에 마쳐야 하느냐’는 자유한국당 김소양 시의원(비례)의 질의에 “과거 청계천 복원사업도 시민 80%가 반대했지만 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추진의지를 분명히 하고 “시민들과 소통을 위해 이미 많이 노력해왔지만 더 부족한 게 없는지 소통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 의견은 다르다. 

시민사회단체 “졸속·불통·토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중단돼야”

지난 7월 22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불통·토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라며,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새도 없이 서울시가 형식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국제현상공모 결과가 발표된 후 공론화를 위한 논의의 광장을 열지 않고 GTX-A 복합역사 타당성 용역을 시행하고, 지난 6월에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해 용도구역을 변경했다”라며 “어떻게 해서든 2021년 5월말로 예정되어 있는 준공시기를 맞추겠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재청의 월대복원을 핑계로 조기착공 이야기가 나온다. 같은 서울시 내에서도 ‘이렇게 사업을 서두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는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서울시가)특히 사업추진의 주요한 근거로 삼고 있는 광화문포럼의 경우 다양한 광장 대안을 검토했지만 현재와 같은 광장 형태가 어떤 배경으로 무슨 논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됐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2021년 5월이라는 준공시기에 맞춰 가장 가능한 대안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광화문광장은 불과 10년 전 오세훈 전임 시장이 722억원을 들여서 재구조화한 형태로, 불과 10년 만에 다시 1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서 광장을 재구조화하려면 그에 따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그래서 무엇을 고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당장 작년 7월에 완료된 ‘광화문광장 개선 종합기본계획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실시설계의 중간보고 역시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서울시와 서울시경이 하는 교통대책회의 역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광장이 광장답지 않게 추진되고 있다며 일갈했다.

이 밖에도 “정해진 일정에 맞추려다보니 차량도 보행도 포기하지 못해 현 광장보다 나을 것이 없다. 광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검토 중인 역사 건립과 주변 개발은 투기와 예산낭비가 예상되어 오히려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광장은 정해진 일정에 만들어지는 공산품이 아니다. 소통과 합의 역시 박원순 시장의 개인 스케줄에 맞춰 하는 행사가 아니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실익보다는 부작용이 크고, 미래의 가치를 담고 있지 못한 단편적 토건사업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통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마치려는 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열린 토론회, 서울시 실무 관계자 참석

이런 가운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서울시민연대, 문화연대, 경실련, 행정개혁시민연합, 서울녹색당,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 문화도시연구소)의 주최·주관으로 지난 21일과 22일 ‘광화문광장재구조화 연속토론회‘가 열렸으며, 시민사회단체와 서울시 실무 관계자와 공개적 논의의 장은 첫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희 센터장 “광장을 광장답게 만드는 건 시민, 서울 미래가치 생성돼야”

김은희 센터장은 “광장은 일부 전문가의 탁월한 식견과 전문성, 훌륭한 설계안, 행정의 추진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광범위한 시민들의 공론화와 실험, 협의, 합의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가지고 끊임없이 시민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가상징 공간이건 역사성 회복을 위한 광장이건 그 곳을 광장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시민이다. 시민들에 의해 서울의 미래가치가 생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민위원회는 플랫폼이다. 그 자체가 결정기구가 아니라 결정된 내용에 대해, 과정과 이견들에 대해 충분히 공개하고 다양한 공론화를 열어나가는 논의의 플랫폼이어야 한다”라며 “서울시는 그동안 많은 논의를 거쳤겠지만, 이것은 횟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시대에 맞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다른 형태의 방법들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조영창 반장 “광화문시민위원회 공식 거버넌스이자 플랫폼, 의견 정책 반영”

조영창 서울시 도시재생실 광화문광장기획반장은 “서울시의 안을 두고 시민들이 모인 ‘광화문시민위원회’가 있다. 전문가 50명이 각자의 전문성에 맞춰 시민소통, 역사관광, 도시공간, 문화예술의 4개 분과를 만들고 일반시민 100여 명도 시민참여단을 꾸렸다”라며 “현재까지 전문가 분과회의 50여 회, 워크숍 등 시민참여단 활동 12회, 그리고 전문가 그룹과 시민참여단 대표가 함께 모이는 상임위원회가 7번 개최됐다”고 밝혔다.  

또한 “광화문시민위원회는 단독 의사결정 기구가 아닌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공식 거버넌스이자 논의의 플랫폼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고 맞물리면서 다듬어지고 조율되는 공론화의 장이다. 전문위원들은 각 전문성에 따라 분과로 나누어 해당 분야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는 분업 시스템을 갖는다. 각 분과에서 논의되고 수렴된 의견은 시에 전달되고 검토과정을 거쳐 설계안 등 추진계획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일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서울시는 형식과 행정절차에서 어긋나지 않았음을 재차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이 어떤 기준을 통해 반영되는지 혹은 반영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와 명쾌한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사업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가 아닌 이해와 의문 해소를 위한 서울시의 충분한 근거 자료와 소통과정이 필요했음을 역설했지만, 서울시 관계자들은 “형식을 지켰다”며 행정절차만을 강조해 ‘소통’ 문제에 대한 양측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렸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 역시 소통을 강조하는 서울시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닌 시민사회의 주도로 열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황평우 “우리 역사에서 경복궁과 광화문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공론 있어야

황평우 소장은 “기념물 또는 상징물의 정의와 기준점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권위주의 시대는 권력자나 권력자의 책사였던 전문가들이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시민, 민중들의 요구와 행위들의 결과가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서울시에 의해 진행되는 소통 없고 독선적인 광화문 재구조화사업은 권위주의 시대에 진행되던 ‘만들어진 전통’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에서 경복궁과 광화문은 어떤 의미이며, 왜 중요하며, 누구의 경복궁과 광화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집단적 공론화는 없었다”라며 “소수 전문가(건축가, 역사가)들이 주도하는 경복궁, 광화문 역사 복원이 시민적 공감대와 역사적 진정성이 있는가? 이 또한 밀실 정책일 뿐이며, 오히려 역사 왜곡일 뿐이다. 시민의 집단 지성과 공론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1일 열린 1차 토론회는 ‘공론화와 역사문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광화문광장은 누구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 김은희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도시연대정책연구센터장이 ‘광화문광장은 누구의 역사광장이어야 하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라는 발제와 토론이, 22일 2차 토론회에서는 ‘교통문제와 주변재개발(GTX)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광화문광장과 앞으로의 교통환경’(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광화문광장과 난개발의 가능성’(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라는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