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석의 동시대 음악이야기] 버스킹에도 철학이 있다
[장용석의 동시대 음악이야기] 버스킹에도 철학이 있다
  • 장용석 /문화기획자
  • 승인 2019.08.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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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석 /문화기획자

요즘 여러 단체나 기관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의 현장 공연을 평가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부분 실외 혹은 거리에서 벌이는 버스킹이 주된 공연이다. 관객(혹은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대체로 버스킹이 공연되는 현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버스킹이라는 공연(형태)의 원래 속성이 거리에서 하는 것이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공연하는 연주자나 공연을 준비한 스태프들의 노력을 보며 그냥 안타까울때가 많다. 이런 얘기가 있다. 1억의 비용이 들어가는 행사나 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행사나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준비하는 것은 같다는 것. 버스킹이나 큰 규모의 축제나 제대로 된 프로시니엄 아치(Proscenium Arch)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똑 같은 준비와 애씀이 연주자와 스태프에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킹이라는 공연을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꽤 있는 것은 사실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길거리 라이브 공연을 뜻하는 버스킹(Busking)은, 어원적으로 라틴어 혹은 스페인어 ‘Buscar’(~찾다, 발견하다, 깨닫다)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 버스킹은 단순한 거리 음악공연 정도가 아니라 연주자와 관람자 혹은 음악이란 매개체를 통해서 상호간 소통과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공간 그 자체이자 순간이며 철학적 매소드로서 기능하는 특별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게 매개 도구가 음악일때도 있고 다른 장르일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음악이 현장에서 대중적인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버스킹하면 음악공연이라는 관념이 생겼을 것이다. 버스킹에는 음악 공연 이외에도 인형극, 연극, 마술, 코미디, 댄스, 서커스, 저글링, 행위예술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때로는 연주가나 음악과 함께 군중 앞에서 짧은 공연을 진행한다. 버스킹은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아치가 있는 그런 공연장보단 완벽하진 않겠지만, 버스킹 또한 단순히 거리에서 음악을 하는게 아니라 뮤지션과 관객이 음악이란 매개체를 통하여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서로 소통하고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의 의미가 더 큰 ‘하나의 공연’이란 점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5년 이후 지역 축제가 우후죽순같이 많아졌는데, 2000년대에 들어와 비로소 ‘버스킹’이란 개념이 국내 공연계에 일반화되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버스킹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종종 버스킹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된 현장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원스’(Once)의 배경으로 등장해서 유명세를 탔으며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버스커들이 자유롭게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유럽 최대의 버스킹 스트리트인 아일랜드 더블린 그래프튼 스트리트(Grafton ST.)에는 버스킹 공연에 대한 하나의 규칙이 있다. 거리 공연에 대한 규칙은 매우 자유로우나, 반드시 라이브로 공연을 해야하는 규칙을 버스커들끼리의 약속으로 정해 지키고 있다. 그리고 서로간의 버스킹 공연 공간에 대한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간격을 불문율처럼 지키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기분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버스킹 본연의 의미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공연자들도 공연의 품격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즈음에 최근 우리 지역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각 지자체의 축제, 행사관련 버스킹 문화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사례 하나. 몇 달전 일이다. 동네 근처 공공 알림판에 내가 사는 지역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버스킹 행사가 공지됐다. 행사 포스터엔 버스킹 행사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에게 무보수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씌여 있었다. 무대를 제공하니 보수는 주지 않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점심값과 교통비는 제공한다고 돼 있었다.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수가 없어 포스터를 찢어 버렸다. 무보수라니. 도대체 이런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누구인지, 이런 행사를 승인한 사람은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무척 화가 났다.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무지의 수준이 아니라 거의 폭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버스킹 행사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렇다면 사람들은 버스킹이라는 문화 혹은 공연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에 관련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걸까? 라는 등등..,

사례 둘. 불과 일년 전 일이다. A시(市)는 몇 년 새 국내 최대의 관광도시로 발돋음한 곳이다. ‘버스킹 축제’를 시의 가장 중요한 관광축제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벌이고 있는 중인데, 필자가 현장 탐방을 해 본 결과 실제로 많은 버스킹 공연들이 절제되지 못하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공연자의 수준도 대체적으로 낮거나 심지어는 거의 소음에 가까운, 감동과는 거리가 먼 초보 버스커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 도시에서 특정 기간에 진행되는 버스킹 축제는 정상적인 축제의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되지만, 특정기간이 아닌 주말이나 평소에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버스킹 공연은 매우 문제가 많은 듯 보였다. 더구나 A시는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인데, 노점들의 폭리나 불친절, 외지인과의 마찰 등과 더불어 난립하는 버스킹 공연도 그 도시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었다. 거리의 공연이라해서 대체적으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혹은 연주자(공연자)에 대한 홀대, 관객과 공연 장소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는 것 등은 결국 그 행사(축제)와 관광도시로서의 품격과 이미지를 깎아먹는 일이 된다. 더군다나 최근 곳곳에서 과도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생활·주거 불편으로 주민이 내몰리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병폐도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라서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 도시는 그동안 나타났던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문제들을 진단하고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전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가수란 혹은 시인이란 그 시대 가장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대변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버스킹에도 그만한 위로가 있고, 그만한 땀과 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버스킹에도 그만한 철학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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