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축제는 도시·나라 문화 알리는 것…오페라 대중화 힘써야”
[Culture Interview]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축제는 도시·나라 문화 알리는 것…오페라 대중화 힘써야”
  • 인터뷰·정리/이은영 발행인·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8.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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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메카 대구, 17번째 오페라축제로 돌아와
8월 28일부터 10월 13일까지, 개막작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폐막작 ‘운명의 힘’ 포함 4개 전막오페라, 소극장오페라 4편, 디 · 오페라 콘서트 등 풍성한 프로그램
올해 최초 국제 콩쿠르인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개최

재발견은 즐겁다. 기존에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고, 다시금 새로 본다는 것은 흥미와 동시에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마니아들은 좀 더 깊고 넓게 영화를 즐기고 싶어 영어를 공부하기도 한다. 오페라는 어떨까. 국내에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는 시민들이 있는 도시가 있다고 한다. 대구다.

대구의 문화적인 측면은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은 감이 있다. 대구는 지난 2017년 유네스코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됐다. 음악과 관련한 대구의 면면을 살펴보면 멀게는 1900년 대구에서 출생한 서양음악의 토대를 다진 ‘오빠생각’의 박태준 작곡가부터, 대구 ‘김광석 길’의 주인공이자 2014년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장이 추서된 故김광석, 지난 7월 13회의 막을 내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등이 있다.

▲2018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소극장오페라 '빼앗긴 들에도'(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2018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야외오페라 '빼앗긴 들에도'(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이에 더해 28일부터 오는 10월 13일까지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도시 곳곳에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The Daegu International Opera Festival, DIOF)’가 열린다. 혹자에게는 오페라축제가 낯설 수 있지만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이쯤 되면 대중 장르가 아닌 ‘오페라’로 17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축제를 개최할 수 있었던 저력이 궁금해진다.

지난 8일 대구 노보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현재 유럽 극장에 소속된 성악가 및 지휘자들 중 대구 출신이 많다. 수도 서울 다음으로 음악대학이 가장 많은 도시가 대구다. 박태준 작곡가 등 서양음악의 발판이 될만한 굵직한 선배님들뿐만 아니라 교육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교육적인 부분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좋은 성악가도 많이 발굴됐으며, 문화도시로서 저력을 나타낸 것 같다”고 밝혔다.

▲최상무 대구오페라 예술감독(우)과 정갑균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좌). 두 단체는 올해 대구오페라페스티벌에 공동작업한 작품 ‘운명의 힘’을 폐막작으로 올린다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우)과 정갑균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좌). 두 단체는 올해 대구오페라페스티벌에 공동작업한 작품 ‘운명의 힘’을 폐막작으로 올린다

올해 DIOF 폐막작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을 합작한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정갑균 예술감독은 “저력은 두 가지로 본다. 대구시민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극장의 전문화가 이뤄진 대한민국 최초의 음악도시라는 점이다. 대구는 콘서트하우스를 비롯해 대구문화예술회관, 그리고 무엇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라는 극장이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7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오페라를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진 오페라 메카의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남동쪽 한켠에서 17년간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오페라 문화의 꽃을 피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8일부터 47일 동안 메인 오페라 4편, 소극장 오페라 4편, 오페라 콘서트 등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최초로 국제콩쿠르인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를 열어 세계 15개국 92명의 만 35세 이하의 젊은 성악가들이 참여했으며, 비디오심사 및 유럽(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과 아시아(대구) 지역 예선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심사위원으로는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극장장,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 예술감독, 오스트리아 뫼르비슈 오페레타페스티벌 예술감독 등을 초대해 대회의 명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페라로 만나는 대구의 재발견. DIOF를 총 지휘한 최상무 예술감독을 만나 축제의 비하인드스토리 등을 들어봤다. 

▲최상무 대구오페라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DIOF)가 개막했다. 개막작 등을 소개해준다면

축제 주제는 ‘운명’이다. 올해는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과 불가항력을 극복해나가려는 인간, 그러나 벗어날 수 없어 얽히고설킨 인물 간 운명이 연상됐다. 그래서 운명이라는 주제를 착안했고 관련 작품들을 선정해 준비했다.

개막작은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로 17세기 후반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원수 가문이지만 사랑하는 사이인 두 주인공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극에 더해진 광기, 슬픔, 분노 등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벨칸토 특유의 아름다운 음악 위에 풀어낸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광란의 아리아’가 유명하다.

▲ 개막작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 개막작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제비 같은 운명의 여인을 그린 푸치니의 <라 론디네>는 2019년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의 레퍼토리를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만나 볼 수 있어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고, 국립오페라단과합작한 <오페라 1945>는 해방 직후의 조선인들의 애통한 운명을 그렸으며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오페라다.

특히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합작한 폐막작 베르디의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은 베르디가 49세 때 만들어진 작품으로, 당시 베르디는 통일조국 이탈리아의 국회의원이었다. 작품은 계속 우연의 연속들이다. 그리고 그 안에 얽히고설킨 운명이 있고 죽음으로 치닫게 된다. 이룰 수 없는 인간의 욕심과 어떤 희망들은 급박한 시기 속에서 지속적으로 끊어지는 느낌이다. 중간에 나오는 전쟁이라든지 서로 얽히고설킨 싸움에서의 인간의 심리적인 표현들이 ‘운명’이라는 주제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소개한 메인 오페라 4편은 ‘운명’이라는 주제 때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작품들이다. 

오페라축제를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오페라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공연장 안에 축제를 국한시키고 싶지 않았다. 다양성을 여러 스타일로 담고자 했다. 대구미술관과 손잡고 미술과 음악을 아우르는 토크콘서트·각종 전시회·오페라 특강·드레스코드 데이·포토타임을 즐길 수 있는 오페라 존 등 보고 느끼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축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 2019 미술관 토크콘서트(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 2019 미술관 토크콘서트. 최상무 예술감독(좌),최은주 대구시립미술관장(가운데).(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아울러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광장오페라와 프레콘서트 등 대구 시민 등 관객들에게 무료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소극장 오페라는 전석 만 원으로 가격 부담을 줄여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 힘썼다.

특히 오페라의 대중화의 핵심은 좋은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축제가 여름에 열려 6천 석 이상 되는 야외에서 양질의 좋은 오페라를 약 10~15만 명 가까운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오픈하면서 대중화 노력을 꾀하고 있다. 한국도 그런 문화가 빨리 찾아와서 15만 명 이상, 아울러 해외 관광객들도 함께하는 대중 장르가 되길 희망한다.

▲2018 오페라축제 특별전(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2018 오페라축제 특별전(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마지막으로 DIOF에는 지난해까지 평균적으로 외부 관람객이 약 30퍼센트였고, 그중 해외 관광객이 7퍼센트 가까이 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에 음악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기고 있다. 그중 3개 대학과 올해 MOU를 체결했다. MOU 대학을 중점적으로 학생들이 방학기간 축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아시아권 중국어 번역 종합브로셔를 제작해 올해부터 중국 지역 관객 유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축제를 열심히 준비하기는 하지만 어찌 됐던 시민들과 관객들이 와서 봐줘야 더 발전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잘 된 부분은 잘 됐다고, 못된 부분은 못 됐다 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재미난 축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8년 축제 포토존(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2018년 축제 포토존(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요즘 한국 성악가들의 유럽 등 해외에서 활약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차세대 오페라 주역들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지금 갈수록 젊은 예술가들의 기량은 세계적인 기량으로 가고 있다. 예술가 개개인의 능력들은 많이 높아져있는 상황인데 그 예술가들을 담을 수 있는 준비가 안 돼있는 걸 많이 느낀다. 예컨대 사업가들이 어떤 물건을 만들었을 때 그 물건이 내수가 되지 않고 수출만 한다고 보면 그 물건의 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본다. 이처럼 젊은 예술가들의 기량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수준을 높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반 마련에 DIOF뿐만 아니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기관차원에서 다가가려 한다.

▲ 2018년 축제 풍경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 2018년 축제 풍경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현재 오페라 본고장인 유럽 시장도 사양길로 가고 있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차세대 오페라 주역들을 잘 육성하면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오히려 이제 새롭고 신선하게 젊은 오페라를 수출할 수 있는 역수출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년에 2천만 원이면 드레스덴, 쾰른, 뮌헨, 함부르크 등 각 극장에 해외교류장학생으로 연수할 수 있다. 거기서 잘하면 그 극장에 소속 가수가 될 기회도 있다. 축제 차원에는 올해 최초로 시행하는 국제콩쿠르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가 있다.

앞으로 한국 오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

재정지원과 구조문제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정이 확보돼야 활성화될 수 있다. 예컨대 일본은 성악뿐만 아니고 클래식 쪽에 국가예산을 투여하지 않는다. 거진 제로라고 봐야 한다. 도쿄필을 제외하고 나머지 오케스트라들은 다 민간에서 지원한다. 그리고 기업 소속 혹은 기업 후원이 이뤄진다. 지원이 부족한 만큼 성악이나 클래식 전반적으로 기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앞으로 메세나가 활성화됐으면 한다. 아울러 기업에 제안서를 낼 때 후원하고 싶어지도록 실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문화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 대구오페라하우스 전경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 대구오페라하우스 전경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단장과 예술감독이 분리되는 구조 형성도 중요하다. 이미 해외에 몇 백 년 동안 노하우를 겪은 극장들이 그 시스템이다. 대표직이나 극장장들은 예술전공이 없다. 다 경영학 전공이다. 경영자가 따로 있고 예술을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어야 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 같은 경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 될 것이다. 지금 예술인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행정가가 와서 행정적으로 무언가 처리할 사람이 필요한지를 두고 장기적 계획을 두고 이 사람의 임기 몇 년 동안 이런 이런 일을 해줬으면 좋겠고, 그다음에는 이런 사람이 와서 또 해줬으면 한다는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아울러 합창단에 단원이 있듯이 국립오페라단도 단원제로 갈 것인지 극장 운영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그런 구조적 문제에 대안이 없다면 누가 임명되더라도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구조를 해결할 어떤 의지를 보여주고 그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단장이 누굴까를 고민한 다음에 단장을 뽑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한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DIOF가 시작된 지 17년이 됐다.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2017년도에 예술감독으로 처음 왔을 때 축제를 정리할 때는 시즌제 오페라가 없었다. 유럽의 시즌제는 또 다르지만 그래도 매달 한 편 이상은 이뤄져야 하는 공연들을 갖지 못했었는데 이제 가능해졌다. 시즌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축제 기간에 굳이 오페라들을 집약시킬 필요는 없다.

축제라는 건 도시를 알리고 그 나라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외부 사람이 많이 와야 한다. 그러면 7, 8월 바캉스 시즌이 적기다. 해외축제들이 그 시기에 몰려있는 이유다.

▲2018년 축제 광장오페라(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2018년 축제 광장오페라(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DIOF는 원래 10월에 열린 축제였지만 올해는 약 한 달 정도 시기를 당겼다. 앞으로 유명 축제들과 약간 맞물리더라도 축제 시기를 더 당겨서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서라도 야외오페라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구에 야외오페라를 할만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수상음악회든 이미 많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본 6천 석 이상 되는 야외에서 오페라를 공연해서 한 오페라를 5주든 7주든 10만 명 이상 관람할 수 있는 축제로 변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외에는 시즌제가 이뤄지고 정착되기를 바란다. 2022년이면 부산과 인천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될 예정이다. 그때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노하우가 빨리 번져나갈 수 있길 바라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오페라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가 오지 않을까 싶다. 세 극장이 국비로 1년에 2작품을 합작해서 같은 작품을 봄·여름·가을·겨울 순회공연하면 예산은 줄이고 작품 수는 늘일 수 있으며 많은 분들에게 오페라를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단계가 올테니 거기에 발맞춰서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꾸준히 나아간다면 한국이 아시아에서 오페라를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문화까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