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제' 지원 문화재 지정, ‘반대 의견’ 패싱?…문화재청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예고 논란
'종신제' 지원 문화재 지정, ‘반대 의견’ 패싱?…문화재청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예고 논란
  • 조두림 기자
  • 승인 2019.09.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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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지난 6일 승무(1명)‧태평무(4명)‧살풀이춤(4명) 보유자 인정예고
위원회 비공식 간담회 “무용 3종목에 10여 명씩 문화재 지정하는 것 문제 있어”
비대위, 6일 4차성명서 발표…불공정 문화재 행정 시정 촉구 및 지난 몇 년간 특정인 보유자 몰아주기 의혹 해명 요구

문화재청이 무용 3종목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예고를 공식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6일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제27호), ‘태평무’(제92호), ‘살풀이춤’(제97호) 종목의 보유자 인정 예고 여부를 검토하여, 종목별로 각각 1명, 4명, 4명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지난 6일 무형문화재위원회가 무용 3종목 총 9명의 보유자 인정 예고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문화재청 누리집 캡처) <br>
▲문화재청이 지난 6일 무형문화재위원회가 무용 3종목 총 9명의 보유자 인정 예고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문화재청 누리집 캡처)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관보 게재 시점(9월 17일)을 기준으로 30일간(10월 16일까지) 인정 예고 절차를 거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무형문화재위원회가 보유자 인정 여부를 최종 심의하게 된다.

이번에 보유자로 인정 예고하는 대상자는 ▲승무 채상묵(이매방류) ▲태평무 양성옥, 이명자, 이현자(이상 강선영류), 박재희(한영숙류)  ▲살풀이춤 김정수, 정명숙(이상 이매방류), 김운선, 양길순(이상 김숙자류)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용계에서 ‘문화재청의 무용 분야 무형문화재 선정 기준과 방식, 불공정 심사’ 주장이 있었던 만큼 향후 한 달간 어떤 의견들이 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유자 인정 예고 발표일, 비대위 '4차 성명서' 발표

앞서 4월 3일을 시작으로 문화재청이 보유자 인정 예고를 발표한 지난 6일까지 전국의 대학교수 및 국공립무용단 전·현직 예술감독 등 무용계 약 200여명 대표자들로 구성된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총 4차례 성명서를 발표하고, ‘불공정‧밀실 행정’ 의혹과 관련한 문화재청의 소명을 요구했다.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연장절차 백지화, 맞춤형 재설계 하라! 불공정 문화재 행정사례 즉각 시정 이행하라!” 김숙자류 도살풀이 이수자인 최윤희씨 등 30 여명 문화재청이 지난 7월 26일 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들과 무용학과 교수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장서 이같이 요구하며 ‘근조 謹弔’시위를 펼쳤다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연장절차 백지화, 맞춤형 재설계 하라! 불공정 문화재 행정사례 즉각 시정 이행하라!” 김숙자류 도살풀이 이수자인 최윤희씨 등 30 여명 문화재청이 지난 7월 26일 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들과 무용학과 교수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장서 이같이 요구하며 ‘근조 謹弔’시위를 펼쳤다

특히 비대위는 “양성옥 태평무 보유자 인정 예고자의 경우, 보유자인정예고 기간(1개월) 동안 무용계 반발로 인해 보유자인정이 철회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2016년 약 3회에 걸쳐 보유자인정예고 됐다가 다시 2019. 3 선정된 ‘11명의 보유자후보’에 포함된 것은 불공정 행정의 결정판이며, 명백한 특혜라 아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6일 문화재청은 “이번 무용 3종목에 대한 보유자 인정 예고는 장기간에 걸친 여러 번의 논의 끝에 어렵게 결정됐다”면서 “지난 2016년에 보유자 인정이 한차례 보류된 바 있으며, 이후 공청회 등 무용계 의견수렴과 관련 규정 개정 등의 제도개선 과정을 거쳐 2019년 3월 논의가 재개되었고, 이후 재검토를 통해 추가 기량점검 대상자를 선정해 각각 두 차례의 기량 검증을 위한 소위원회와 위원회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보유자 인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점을 고려하여 보유자 인정을 둘러싼 찬반 주장을 신중히 검토하였으며, 지난 8월 위원회 회의에서는 반대입장인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불공정 인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를 참석토록해 의견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충분히 심사숙고해 반영했는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형문화재위원회, 형식적 의견수렴 절차 마치고 반영은 안해

지난 8월 26일 문화재청은 무용 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절차와 관련해 고궁박물관에서 ‘중립적인 입장의 무용대학 교수’들과의 자리라며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1인 춤시위를 벌인 도살풀이춤 전수자 최윤희 씨
▲지난 5월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1인 춤시위를 벌인 도살풀이춤 전수자 최윤희 씨

이 자리에서 “무용 3종목에 10여 명씩이나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문화재청 6일 보유자 인정 예고 발표에 따르면 “다수의 보유자를 인정하더라도 전형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무용 종목의 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일축했다.

또한 “위원회에서는 특히 논란이 제기되는 ▲무용 종목 보유자 인정의 필요성 ▲보유자 인정 예고 대상자의 기량 점검 방법의 적절성 ▲다수의 보유자가 인정될 경우 전형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도살풀이춤의 종목 분리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했다”고 설명하고 "그 결과 위원회에서는 ▲전통춤의 ‘전형 유지’와 전승을 위해서는 보유자 인정이 필요하며, 전통무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현실을 고려할 때도 다수의 보유자 인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위원회는 이번 인정 예고 대상자가 인정조사 이후 실시한 전승활동 실적을 담은 영상자료 검토와 면접 등 조사방법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다수의 보유자를 인정하더라도 전형성이 훼손되지 않으며, 오히려 무용 종목의 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도살풀이춤의 별도 종목 지정 필요성은 현재로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밖에도 “위원회는 전통춤 분야에서 신규종목을 더 확대 지정할 필요가 있으며, 무형문화재가 종목별 특성에 맞추어 지원·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같이 제시했다”고 마무리해 문화재 위원회의 논의는 있었지만, 이유와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원론적인 발표에 그쳤다.

이에 여전히 비대위 측은 “불공정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백지화하고 先 제도개선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특정인, 거센 논란 불구 여전히 보유자 인정예고자 타이틀 유지…"위원회, 이유 밝혀야"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문화재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비대위는 “2015. 12 보유자 인정심사 이후 무용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된 것으로 인식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자를 2019. 3 선정된 ‘11명의 보유자후보’에 포함시킨 것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수년째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자에게 특혜가 제공되고 있다고 해석되는 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나섰다.

아울러 “2016 승무·살풀이춤에 대한 결과발표가 누락된 채, 문화재위원회에서 약 3회에 걸쳐 양성옥을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는 특혜라 아니할 수 없다. 그 경위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대표적 신무용 전승자로 알려진 태평무 보유자 인정 예고 주도 및 2019 소위원회 위원의 편파구성 등 수년째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 논란을 초래한 연극학자 서연호 무형문화재위원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숙자류 도살풀이 이수자 최윤희 씨 측 관계자인 오정환 씨는 “2년 임기의 문화재위원들이 각 무용 종목의 전문성을 얼마나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난 몇 년간 무용계에서는 보유자 인정 예고자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수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 사항은 없었다"고 밝히고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의혹에 대한 위원회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여론을 더 수렴하지 않고 졸속으로 내린 이번 보유자 인정예고는 불완전하다”라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용 종목뿐만 아니라 현재 다른 개인종목들도 7~8년씩 묵어온 현안이 있는데 왜 문화재청이 유독 무용 종목 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에 서둘렀는지는 퀘스천 마크다”라며 “앞으로 약 한 달간 지정 예고 기간 민원 제기와 의견 수렴이 보유자 지정 문제에 합의점을 찾는데 관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는 국가 권위의 상징으로 최고의 명무를 뽑는 것이다. 불공정논란 속에 9명의 보유자 선정은 문화재청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충격적이다”라며 “이번 선정은 비대위의 이의제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최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했는데 무형문화재위원들의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 종신제(終身制)로 지원되는 보유자는 국민세금으로 충당되기에 공정하게 선정돼야 함에도 공정성이 훼손된 결과가 나왔다”라며 “문화재청과 무형문화재위원회가 연대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