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 과천관 전시 중인 백남준 ‘다다익선’복원 초읽기
국현 과천관 전시 중인 백남준 ‘다다익선’복원 초읽기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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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CRT) 텔레비전 ‘원형 유지’, 2022년 전시 재개 목표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은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 보존 및 복원을 위한 조사 경과와 운영 방향을 11일 발표했다.

현재의 브라운관(Cathode-Ray Tube) 모니터가 탑재된 원형 유지를 기본 방향으로 보존하며,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3개년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내용이다.

국현은 지난 2018년 2월 안전성 문제로 ‘다다익선’의 상영을 중단한 직후부터 작품의 보존 및 복원과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중인 백남준 '다다익선'. 지난 2018년 2일 부터 영상상영을 중단했다. 지난달 모습

‘다다익선’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유작 중에서도 최대 규모(모니터 1,003대)의 대표작이라는 점에 작품의 보존 및 복원에 대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크고, 백남준 미디어아트 복원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특히 백남준은 생전 작품에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데 적극적이었으며, 작품에 활용된 기존 제품이 단종 될 경우 신기술을 적용해도 좋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국현은 독일 ZKM, 미국 MoMA, 휘트니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미술기관 전문가 40여 명의 자문과 유사 사례를 조사했고, CRT 모니터를 대체 가능한 신기술의 적용 여부도 검토했다.

▲320여 대 수복 후 다다익선(2015)(사진=남궁선)

이 과정을 통해 미술관은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복원은‘원형 유지’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대성을 반영한 <다다익선>의 CRT 모니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미디어 매체로, 미래에 20세기를 기억하는 귀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국현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향으로 <다다익선> 보존 및 복원 추진계획을 제시했다.

첫째, <다다익선>을 위해 CRT 모니터를 최대한 복원하여 작품이 갖는 시대적 의미와 원본성을 유지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CRT 모니터의 생산은 중단되었으나 미술관은 미디어 작품을 위한 재생산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타진하고 있으며, 동일 기종의 중고품을 구하거나 수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CRT 재생기술 연구를 위한 국제적 협업을 도모할 것이다.

둘째, CRT 모니터를 최대한 활용하되 부품 확보 어려움 등 한계로 인한 다른 모니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경우, LCD(LED), OLED, Micro LED 등 대체 가능한 최신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CRT 모니터와 혼용한다.

셋째, 이러한 방향 아래 2019년 연말까지 사례 및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2020년부터 3개년 중장기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넷째, CRT 모니터 재생 및 적용, 복원, 전시 재개에 앞서 가동시간 단축 등 작품 보존 강화를 위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복원 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연구백서로 발간하여 백남준 비디오 작품의 보존에 관한 국제적 모범을 제시한다. 또한 작가와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를 정리하여 관련 전시도 추진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다다익선>의 복원에 주력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의지를 지지해주시길 바라며, 작품의 전시가 재개될 때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개관하면서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으로 구상돼 1988년 완성했다.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2018년 2월 브라운관 모니터의 노후화에 따른 화재발생 위험 등 안전성 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다.

현재 <다다익선> 앞에는 이 작품의 탄생, 설치 배경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자료展 《다다익선 이야기》가 국현 과천관에서 2018년 9월부터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