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미술관 초청, LACMA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버지니아 문 ”한국작가들은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대구시립미술관 초청, LACMA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버지니아 문 ”한국작가들은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 이은영·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9.18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시립미술관 ‘국외 미술관 관계자 초청 특강’ 성료, 미술 관련 종사자ㆍ대학원생ㆍ시민 참여

지난 7일 대구시립미술관은 미술관 강당에서 미국 서부의 최대 규모 공립미술관, LA카운티미술관(LACMA)의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 버지니아 문을 초청해 ‘국외에서 바라보는 한국미술의 위상과 전망’을 주제로 강의를 열었다.

이번 강연은 버지니아 문이 기획한 전시와 전시내용 소개, 한국미술의 위상과 전망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강연은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가 한국작가들에게 조언하는 모습(사진=대구시립미술관)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가 한국작가들에게 조언하는 모습(사진=대구시립미술관)

강의를 진행한 버지니아 문(Virgina Moon)은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미국태생 큐레이터다. 예일대학교 미술사 학사를 거쳐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 석사를 전공했으며, USC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UC리버사이드 객원 부교수 경력이 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LA카운티미술관(Losangles County Museum of ART, 이하 LACMA)에서 한국미술을 담당하는 큐레이터(Assitant Curator of Korean Art)로 재직하고 있다.

그가 근무하고 있는 LACMA는 1961년 개관한 미국 서부 최대 규모 미술관으로 연평균 160만명이 방문한다. 1999년도에 국외 최초로 한국관을 설립했으며, 현재 국외 미술관 중 최대 규모의 한국관을 운영하고 있다.

▲《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展 전시장 전경(영상캡쳐=LACMA 홈페이지)

버지니아 문이 기획한 첫 한국 관련 전시 《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展(한국서예전)은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대규모 한국 서예전으로 LACMA 레즈닉 파빌리온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지난 6월 16일 시작해 오는 9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서예전에 대해 버지니아 문은 ”조선 시대 미술로 글씨ㆍ한자ㆍ청자 등을 전시했으며,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며 “탁본(광개토 대왕)ㆍ현대 서예ㆍ현대 디자인 글씨ㆍ안상수 글씨 등을 선보였다. 한국미술의 부분적 요소보다는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고 소개했다. 하나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글씨 작품을 감상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그는 서예, 장서각의 편지 등의 문화재를 접하며 당시 한국의 역사를 깊게 이해했다고 전했다.

▲《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展 전시장 전경(영상캡쳐=LACMA 홈페이지)

참석자들이 전시장 내에 인기있는 작품에 대해 묻자 “90여 개의 작품을 전시하면, 각각의 이유로 좋아하는 작품이 달랐다”라고 답했다. 한국 서예전에 중국과 일본 서예작품을 전시하는 점에 대해선 “3개국의 작품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했는데, 작품들을 전시하니 관객들이 ‘다르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LACMA에서 개최한 《예상치 못했던 빛: 안영일의 작품세계(Unexpected Light: Works by Young-Il Ahn)》展 성료에 대해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는 “최근 10년을 보면 서양화와 비슷하게 작업하는 작가들을 많이 봤다. 작가들은 작품의 느낌을 서양화와 비슷하게 해야 서양인들이 봐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일부 작가들은 자기 혼자만이 가는 예술의 길을 가지만, 안영일 작가의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LACMA는 고미술 위주 전시가 많았지만 한국 미술실에서 열린 《예상치 못했던 빛: 안영일의 작품세계》展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고,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방문하는 등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7일 대구미술관 강당에서 '국외 미술관 관계자 초청 특강'이 열린 모습(사진=대구시립미술관)

그는 “한국 작가들은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서 대중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라며 “한국 작가들을 발굴해 해외미술에 올라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하면서도, 한국 작가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을 유지하며, 100%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다른 작가의 작업을 따라 하지 말아라”라고 강조했다.

버지니아 문은 "한국미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확신을 전하며, 현재 LACMA의 한국관 collection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불교 유물과 청자 collection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LACMA는 소장품 10만 점 중 한국관 collection은 400점 있다. 미국의 여러 박물관 중 가장 많은 한국작품을 보유한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도자기ㆍ불화ㆍ민화ㆍ고가구 등으로 한국문화를 엿볼 수 있다.

▲LACMA 전경
▲LACMA 전경

LACMA의 차후 전시 일정에 대해선 “LACMA와 현대자동차가 2024년까지 장기 후원 협약을 맺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3개의 전시를 계획했다”라며 “올해 한국 서예전을 열었고, 2022년과 2024년 한국 현대미술과 20세기 초 근대미술의 양상을 보여주는 전시가 예정돼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강의에는 박종규, 이배, 박다원 작가를 비롯 미술 관련 종사자, 미술 전공 대학원생, 일반 시민 등 30여 명 참석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교육/강좌, 전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구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artmuseum.daegu.go.kr/)를 참고하면 된다.